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진출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그 해 가을 2002년 결혼을 했다.
남다른 결혼 이벤트를 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결혼 날짜를 정하고 보니
월드컵도 4강에 진출했고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대통령도 당선이 되셨다.
어쩌면 내가 운이 좋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결혼식 전날은 대학교 동기들과
결혼식 당일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축하파티를 했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무엇이든 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귀하디 귀하다는 파나소닉 초소형 캠코더로
친구들의 어색한 축하 멘트를 녹화해서 돌려보기도 했고
결혼하면 꼭 치뤄야 하는 의례처럼
날이 새도록 뒤풀이를 했으며
다음 결혼은 누군지 정하기도 했다.
사실 다음 결혼을 누가 할지를 정했던 건
나중에 헤어지지만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무모한 짓이었던 것 같다.
신혼여행 당일은 숙취로 얼룩지긴 했지만
이런 추억이 그날을 되돌아 보게 하기도 한다.
서울시청 앞 광장 한국 경기 있는 날은 대한민국 올스톱!
신혼여행 당일은 비행기 안에서 조차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반복하게 했다.
사실 결혼 전에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없던 나로서는
그 때의 숙취가 비행기에 대한 공포증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신혼여행은 필리핀 보라카이!
아시아나를 타고 마닐라까지 갔다가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버스와 오토바이를 합친 교통수단인 툭툭이로 또 갈아타고
마지막으로 모터보트를 타야만 갈 수 있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나는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신혼여행 중에도 특별한 일들이 날 따라다니긴 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커플과
보라카이에서 다시 만나 함께 하기도 했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기하게 그 좁은 섬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대학 동기를 만나
회포를 풀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보라카이는 신이 만들어 놓은 섬이 확실했고 또 신비로웠다.
바닷속 산호는 별천지였고
저녁 무렵 세일링보트에서 바라보는 썬셋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얼마전 훼손된 산호초를 복원한답시고
섬을 폐쇄시켰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인간이 닿는 모든 곳은 원래 모습을 잃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만이 원복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나마 나에게 보라카이는
원래 모습 그대로의 산호섬 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묵었던 숙소! 지금도 있다
그때였다. 인생이 행복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이란 것을 알게 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