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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마취과의사가 보는 한국의 마취 사건 사고들

ㅇㅇ |2026.04.28 07:30
조회 196 |추천 0
미국에 사는 마취과 의사임.
미국에서 의대 졸업하고 마취과 레지던트 했음.
현 경력은 약 10년차.
요즘 그냥 마취과 관련해서 사건 사고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씀. 주절주절 쓴 거니 뭐 말이 앞뒤가 안 맞더라도 이해 바람
기억나는 것만 적자면..(그냥 기억에서 나는 것만 적은 것이니 사실과 다른 점도 있을 수 있음)

1. 대전 산부인과 무통주사 사고
이거는 무통주사를 마취과의사가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가 잘못 시행해서 생긴 문제. 마취과의사가 무통주사를 놔도 간혹 이런 경우가 있지만, 실수를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수를 해도 정석대로 가기만 하면 알아차리기 쉬운 문제임. 마취과의사가 병원에 상주해서 빨리 알아차렸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
미국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아주 옛날이나 마취과 의사들이 홈 콜 (home call) 이라고 집에 갔다가 호출되면 병원에 오는 시스템이었지 (그때 당시도 환자 있으면 집에 다시 안 가고 병원에서 당직섰음) 지금은 산부인과에 마취과 의사 항시 당직임. 차에 뭐 가지러 병원 밖에도 잘 안나감. 거의 뭐 5분 대기조로 대기중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미국 의사가 낫다 뭐 더 잘한다가 아니라, 시스템의 차이고 이게 곧 큰 차이라는 것.

2. 강남 팔꿈치 수술
이것도 보니까 마취과의사가 팔꿈치 마취하고 전신마취했던데.. 집에 바로간게 정말 이해가 안됨. 대부분의 마취가 아무일 없이 지나간다해도.. 그렇게 마음이 편하게 퇴근을 한다는 게 정말 이해 불가. 간호사한테라도 넘겼으면 바이탈보고 확실히 이거 잘못됐다 얘기라도 했을텐데 저거는 아무도 바이털 보고있지 않았다는게 자명함. 정말 간단한 수술과 마취임. 마취과 의사가 거기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3. 광주 성형외과 수면마취 의식 불명
이것 또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방관해서 생긴 문제일 가능성이 큼.

뭐 예전에 성형외과에서 과다출혈로 숨진 환자얘기는 할 필요도 없고…

너무 기본적인 것들이 결여되서 생긴 문제들이 많아서 어디서부터 이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지금 멀쩡히 살아있어야 할 환자들이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다는게 너무나도 안타까움.

나도 마취과의사로써 같은 직종의 사람들을 매도하려는 건 절대 아님. 마취과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힘쓰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도 당연함.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계속되는 건 시스템 문제일 가능성이 너무나도 큼.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수술 마취를 하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음. 마취과 의사가아닌 다른 과다 마취과 시술을 하고, 전신 마취 하고나서 퇴근 한다던지, 마취과가 아닌 다른 과가 프로포폴을 쓴다던지. 미국에서 이랬다간 몇 억아님 몇십억 소송들어감. 왜냐? standard of practice가 아니기 때문에. gross negligence니까. 저런 건 소송들어가도 같은 과들도 쉴드 못쳐줌.





미국 마취과학회 ASA 스탠다드 1항. 마취과인원이 항시 대기한다. 제일 중요한 문제임. 이걸 어기면 정말 할 말이 없음. 미국에 있는 많은 병원에서 수술중 마취과가 화장실도 잘 안감. 인수인계를 다른 마취과 의사에게 하고 가야함. 작은 수술센터는 그렇게 못한다 할지라도 간호사한테 얘기하고 빨리 갔다옴.

한국마취과학회도 분명 이런 스탠다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이런 기본적인 스탠다드가 안 지켜졌을 때는 정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경력이지만 느낀 점 하나는 의사는 머리 좋은 게 제일 중요한게 아님. 환자를 위하는 마음. 이 환자는 내 환자고 최선의 결과를 위해 내 불편을 감내하고 나의 최선을 다 하겠다는 성품이 몇십배는 중요함. 그런 성품의 의사가 최고임. 그런 의사는 저런 스탠다드가 존재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의사임.

별 내용도 없는 글이지만 마무리는 미국 마취과학회 로고를 보여주고 끝내겠음




저 로고가 뭘 형상화 한 것 같음?




바로 등대임. 표어는 vigilance. 등대가 바다를 항시 바라보며 끊임없이 경계하듯이 우리도 환자들을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뜻임.
한국의 좋은 인재가 많은 걸 너무나 잘 알고있음. 좋은 의사도 너무나 많음. 하지만 소수의 의사들이 너무 자신만의 편의를 위해 cutting corner를 하는 경우도 있기에, 또 우리에게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피해자 가족은 평생을 고통받아야 하는 문제이기에 조금만 더 노력을 해달라 부탁하는 바임.
의료라는게 사고가 아예 안 날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사고는 있을 수 있어도, 화나는 사고는 없기를 바라며 글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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