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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를 끓이다

누렁이 |2006.11.16 16:17
조회 26 |추천 0

찌개를 끓이다

윤정옥(尹晶玉)



모르겠다 지나온 시간, 상흔의 꾸러미를 어디 어느 상자에 담
아 놓고 또 다른 상자를 만들어 가는지 앉았다 일어서면 현기증
으로 비틀대며 가는 하루, 소리를 줄여 놓은 적막한 나날, 나는
아직 내가 아니라 출렁다리를 건너가는 중, 몇 겁으로 흔들려 보
여지는, 보여지는 나일 뿐, 타일로 둘러쳐진 가스렌지 주변 벽
찌개가 끓고 있는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무수한 사
각을 이어서 생각의 격자틀에서 작은 틀마다 들어있는 나 그저
한 곳으로 가고 있구나 어쩌면 편안하고 따뜻할지도, 무거운 솜
이불 덮은 꿈 없는 깊은 잠일지도 유리냄비 속을 들여다본다 납
작하게 엎드린 불꽃 위에서 감춰진 속에 것들만 발버둥치며 끓
어오른다 불을 끄고 상으로 옮긴다 뚜껑이 열릴 때까지도 여전
히 끓고 있는, 가장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끓고 있는 속에
것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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