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친구랑 술 마시다가 진짜 별것도 아닌 일로 신경이 쓰이네요
어제 오랜만에 고딩 친구 만나서 한잔하고 차 마시러가고 있는데 근데 길가에 로또 명당이라고 엄청 크게 붙은 복권방이 딱 보이는 거예요. 뭐 신나서 들어갔죠 재미로
한장씩 사서 웃으면서 재밌게 사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만약에... 진짜 만약에 내 손에 든 게 1등 당첨되면... 나 얘한테 솔직하게 말하고 반 뗄 수 있을까?' 갑자기 내 안의 악마가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미쳤어? 수동으로 같이 조합한 것도 아니고 자동인데 왜 말해? 조용히 퇴사하고 명품백이나 사' 이러는 거예요 ㅋㅋㅋ 지독한 현실 주의자...
근데 소름 돋는 건 반대의 경우였음. '만약 내 친구 손에 든 게 1등 당첨되면... 그 기지배가 나한테 반 나눠줄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걔 성격에 당첨되는 순간 카톡 프로필 다 내리고 번호 바꾸고 잠수 탈 각인 거예요 ㅋㅋㅋ 아침에 출근하면서 카톡 보냈는데 평소보다 답장 5분 늦는 것만 봐도 '헐.. 설마 벌써 농협 은행 갔나?' 싶고 은근히 사람 신경 쓰여서 미치겠는 거 아시죠 ㅠ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좀 전에 톡으로 은근슬쩍 유하게 물어봤거든요?
나: "인간아 어제 로또 잘 챙겼지? 우리 혹시 모르니까 산 거 사진 찍어서 서로 보내두자! 섞이면 안 되니까 ㅋㅋㅋ 인증샷 고고링~"
최대한 장난스럽고 쿨하게, '확인용'인 척 카톡을 보냈어요. 근데 돌아온 답장이 너무 쎄한 거예요...
친구: "아~ 그거 가방 어디 처박아 뒀는지 기억 안 나네 ㅠㅠ 이따 퇴근하고 찾아보고 보낼게~ 근데 어차피 자동인데 사진을 왜 보내? 귀찮게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귀찮아서 안 보내는 걸까요, 아니면 벌써 속으로 '당첨되면 입 싹 닫아야지' 하고 밑밥 까는 걸까요? "귀찮게 왜 보내?" 이 한마디에 의심의 싹이 단단히 자라기 시작함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복권방 나오자마자 가방 위에 올려놓고 강제로 인증샷부터 찍어놨어야 했는데!! 술 마신 내 손가락을 때리고 싶어요 증말..
지금이라도 정색하면서 "야 장난 아니고 우리 진짜 깔끔하게 맞으면 무조건 반띵하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서로 사진 교환해. 약속 안 지키면 절교임ㅇㅇ" 라고 확실하게 말할까요? 아니면 서른 넘어서 로또 사진 바꾸자고 징징대는 거 너무 찌질해 보일까요?
만약 사진 끝까지 안 보내주면, 토요일 저녁에 추첨 방송할 때 걔 집 앞에 숨어있다가 당첨 번호 부르는 순간 문 부수고 들어갈 기세예요 지금 ㅋㅋㅋ
지금이라도 사진 보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게 맞겠죠? 다들 친구랑 술 먹고 로또 살 때 정산 어떻게 하세요? 팁 좀 주세요 속 터져요 증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