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진짜 중요한 사람이거든
방문 닫고 책 읽는 그 한두 시간이 하루 버티는 힘인데
우리 가족은 이걸 도무지 이해를 못 해
문 닫아놓으면 노크라는 게 없어
그냥 벌컥 열고 "엄마 그 책 어딨어" 하면서
내가 읽고 있던 책상 위 책까지 막 집어가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이게 매일임
저녁에 좀 쉬려고 방에 들어가면 십 분이 멀다 하고 문이 열려
어떤 날은 책 찾으러 들어왔다가 갑자기 옷장 정리를 하고 가
그 방이 무슨 공용 창고냐고
어제는 진짜 어이가 없었어
내가 딱 절반쯤 읽고 갈피 끼워서 책상에 엎어둔 책이 있었거든
잠깐 물 뜨러 부엌 다녀온 사이에
남편이 그 책을 화장실 갈 때 들고 갔더라고
갈피가 바닥에 툭 떨어졌는데
그걸 빤히 보고도 그냥 밟고 가
내가 "그거 나 읽던 거야" 하니까
남편이 책장 넘기면서 하는 말이
"책이 뭐 니꺼냐 집에 있는 책이지"
하 이 말 듣고 진짜 뚜껑 열렸어
내가 화내는 건 책 한 권 때문이 아니야
갈피가 떨어졌으면 아 미안 하고 주워주면 끝날 일인데
사람 시간이고 공간이고 뭐고 안중에 없는 그 태도
그게 정 떨어지는 거지
딸한테도 비슷한 얘기를 했더니
"엄마는 왜 이렇게 예민해" 이 한마디로 끝남
예민한 게 아니라 존중을 받고 싶은 건데
그 말을 아무리 해도 안 통하니까 답답해
방에 잠금장치라도 달까 싶다가도
그러면 또 가족끼리 무슨 자물쇠냐고 서운해할 게 뻔하고
혼자 있고 싶다는 게 가족을 미워하는 건 아니잖아
이 당연한 걸 어떻게 설명해야 알아들을지 모르겠어서 적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