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재혼가정이에요.
엄마는 저(딸)를 데리고, 새아빠는 오빠(아들)를 데리고 재혼하셨어요. 그리고 이모할머니가 키우시던 언니를 입양했어요. 그리고 엄마와 새아빠 사이에서 막내 남동생이 태어났어요. 그래서 저희는 사남매로 함께 지내며 자라왔어요.
어릴 때는 조금 복잡한 가족이라고만 생각했고, 같이 지내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저도 오빠도 각자 독립해서 지내게 되면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사춘기 때는 특히 언니가 입양된,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매라는 걸 의식하면서 저랑 오빠도 언니를 조금 서툴게 대했던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그때는 많이 미숙했던 것 같아요.
가끔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모이면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엄마, 아빠, 큰언니, 막내 남동생 이렇게 네 명이 한 가족처럼 느껴지고, 저랑 오빠는 그 안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어요.
그게 제 착각인지 아니면 그냥 기분 탓인지 헷갈리면서도 그런 감정이 가끔씩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 얼마 전 이모할머니 장례식이 있었고, 큰언니가 예전에 할머니와 살았던 집에 짐 정리를 하러 간다고 해서 저도 함께 갔어요.
그 집에서 짐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보게 됐어요. 태교일기였고, 큰언니를 임신했을 때 쓰신 내용이었어요.
알고 보니 큰언니는 대학생 시절 엄마와 아빠가 CC로 만나면서 생긴 아이였고, 두 분은 책임지려고 하셨지만 외할머니의 반대로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이후 엄마는 이모할머니 집에서 지내시면서 큰언니를 낳으셨고, 큰언니는 한동안 이모할머니 손에서 자라게 되었어요.
그 내용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어요.
큰언니는 입양이 아니라, 원래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딸이었어요.
두 분이 한 번 헤어졌다가 각각 저와 오빠를 낳으셨고, 이후 다시 재혼하시면서 막내 남동생을 낳으신 거였어요.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순히 가족의 구조가 복잡했다는 것뿐 아니라
엄마와 새아빠가 저와 오빠는 물론이고 각자의 첫 결혼 상대에게도 이 부분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솔직히 혼란스럽고, 화도 좀 났어요.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가족의 이야기 자체가 달랐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객식구처럼 느껴졌던 감정이 맞았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가족의 시간이 서로 달라서 생긴 오해였던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