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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은 좋더라

누렁이 |2006.11.16 16:27
조회 20 |추천 0

그 밤은 좋더라

김설하

덧댄 양철지붕에
음표처럼 떨어지던 빗물이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다
제풀에 놀라 나자빠지기를 서너 번
쌓인 울분이 무에 그리 많아
막무가내로 요변을 떤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나선 길
덮어쓴 우산을 마구 흔들어 걸음이 휘청거렸다
물비린내가 역하게 가슴을 덮치는
듬성듬성 서있는 가로등 밑을 지나며
광대 춤을 추는 빗물이 지랄 맞게 좋다

누워 따라오는 그림자 앞세워 걷는 길
빗물이 미끄럼 타는 비닐봉지에
쪽파한단 계란 한판 동동주 한 병이 들었다
왜이리 좋으냐 그 밤은

고소한 냄새로 공간을 채우고
삐그러지는 파 꼬랑지를
계란 물로 누르며 히죽 웃는다
기름에 헤엄치고 나왔어도
물 찬 제비 마냥 날렵하게 나뒹구는
파 꼬랑지를 입안에 우겨넣으며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왜이리 좋으냐 그 밤은

지칠 줄 모르는 하늘이 발광을 해대도
마주보는 당신 웃음이 빗소리보다 커진
그 밤은 지랄 맞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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