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벽화
김산옥
며칠동안 퍼붓던 비가 그치자
습기를 피해 숲에서 나온 금구렁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피해 쫓기다
감자구덩이 문틀과 천장 사이에 붙는다
지게작대기와 지렛대가 쑤시면 쑤실수록
더욱 세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바닥까지 떨어지는 정오의 태양
열기를 뿜어대는 감자구덩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힘이 빠져가는데
그대로 붙어 있는 금구렁이
제 몸으로 빈 공간을 채워 넣고
지게작대기와 지렛대를 피한다
더욱 세게 달라붙는다
제자리서 몸을 틀며 돌아가는 금구렁이
햇빛이 쓰다듬는 금빛 터치
천천히 비늘이 흐른다
머리와 꼬리를 감춘 채
한 가지 생각으로 움직인다
고개를 들고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
바깥이 되어버린 몸으로 맞선다
몸이 몸을 들락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