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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길을 자르다

누렁이 |2006.11.16 16:28
조회 27 |추천 0

아날로그 길을 자르다

양아정

평화도매시장과 현대백화점 사이로 시계바늘이 걸어간다
바늘이 멈춰진 지점은 중고 전파상,
백화점에서 밀려난 전자제품들이 하품을 하는 동안
부러진 안테나가 끊어진 세상과 수신을 하고 있다
바늘은 돌아간다 오후 4시 5분 지점이다
좋은 문화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두른 소방서, 의료기
옆에 천냥 하우스, 옆에 옆에 한진 마네킹
그 앞에 리어카, 그 뒤에 25시 편의점
동양생명 건물이 끝나는 지점에 마지막 세일이 펄럭인다
5분 흘렀다 건물과 건물 사이 지하철2호선이 흐른다
잠시 주춤거리는 바늘은 삼류극장 부근에서 태엽을 돌린다
두 편이 동시상영중이다 플라타너스는 앞에서 관객몰이를 하고
각질이 온몸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차단기가 내려진다 기차는 잘 닳아진 소리를 내며
현대백화점으로 들어간다
기적소리는 백화점이 꿀떡 삼키고 시치미를 뗀다
U-턴, 바늘이 거꾸로 돌고
거리에 진열된 사람들이 뒤뚱거리는 비둘기를 붙든다
달팽이 걸인이 천원어치 노래를 팔고
육교 밑에서는 속옷이 거래되고 있는,
바늘은 가라 분침도 가고 시침도 가라
평화시장 입구에선 완강하게 바늘의 출입을 막아서고
현대백화점 로비는 건전지들이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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