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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부라는 이름을 가진 러시아 출신 귀화 과학자

자랑스런한국 |2009.02.06 11:59
조회 1,829 |추천 0

 

 

한국과의 첫 인연

 

삼십 여 년쯤 됐을 겁니다.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그곳은 고려인이라 불리는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우연히 한국 음식을 먹게 됐어요. 야채 샐러드 같은 모양이었는데, 매콤하고 아주 맛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김치의 한 종류였던 것 같아요. 다른 나라 음식인데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었죠.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인연이 시작된 것이요. 이후 1998년 정보통신기술에서의 비선형 광학현상 및 간섭성 광학(Nonlinear Optical Phenomena and Coherent Optics in Information Technologies)에 관한 국제 과학회의에 초청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죠. 맛있는 음식으로 잊을 수 없었던 바로 그 나라에 말입니다. 그 방문을 계기로 손정영 박사(대구대학교 정보통신대학 정보통신공학부 석좌교수)가 초청해 2000년 한국에 왔고, 그 뒤로 지금까지 함께 연구하며 한국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 10월 27일 한국인이 되었죠.

 

 

 


한국인이 된 세 가지 이유


사람들은 제가 50여 년 간 가지고 있던 국적을 버리고 한국인이 됐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이유를 말하자면 셀 수 없이 많지만 중요한 몇 가지를 이야기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일입니다. 한국에서의 연구 환경은 완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연구하고 있는 3D 디스플레이 도구(display device)의 영역을 한국에서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마음의 수양입니다. 우연히 들른 절에서 저는 불교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을 통해, 내면의 성찰을 하게 되었죠. 마음이 깨끗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이러한 경험들을 한 순간의 경험이 아닌 일상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중한 벗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손정영 박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 귀화를 도와주신 청계산 정토사의 남원스님과 호원스님 그리고 함께 숨쉬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자연이 제 벗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생의 소중한 존재가 모두 공존하는 곳이 한국이었고, 그래서 한국인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3D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 1위를 꿈꾸며

 

아, 앞서 말한 저의 연구에 대해 궁금하실 겁니다. 기본적으로 3D 디스플레이 시스템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관한 연구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홀로그래피(digital holography)와 고해상도 밀리파 영상(millimeter image processing)이 연구 리스트에 추가되었지요. 쉽게 말해 3D 디스플레이는 깊이가 느껴지는 영상입니다. 평면에 나타나지만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에 대한 연구입니다. 어린 시절 모노 사운드에서 스테레오 사운드로 발전하는 것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학의 발전을 경험하면서 디스플레이도 지금의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입체적인 3차원 영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죠. 좀더 깊이 있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인 연구라는 것에 크게 매료되었죠. 현재 한양대학교 전임 연구원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소망이 있다면 연구의 결실을 맺어, 한국이 3D 디스플레이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입니다.

 

 

 


진짜 한국인이 되기 위한 노력

 

이렇게 공부나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저에게 한국인이 되기 위한 국적 취득 시험은 참 큰 난관이었습니다. 아직도 한국어가 서툴기도 하고, 한국의 역사, 경제, 지리, 문화 전분야에 걸친 공부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운 좋게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무사히 한국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학원에서 만난 선생님과 이제는 벗과 같은 남원스님, 호원스님이 기꺼이 공부를 도와주었죠. 그 분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주기적으로 성의껏 한국의 많은 것을 알려준 덕에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통과했다고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겠죠. 한국인이 된 이상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작지만 강한 나라인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 공부할 생각이고요, 그 외에도 한국어도 꾸준히 배울 것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사랑하는 한국의 금수강산

 

그러나 한국을 알아가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은 무엇보다 정말 아름다운 이 나라의 강산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거의 매 주말 아내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고 있어요. 한국의 산과 바다가 참 좋습니다. 뚜렷한 사계절을 느끼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등산을 즐겨 하기 때문에 산을 자주 찾습니다. 바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한적한 비성수기에 가는 편인데, 동해, 남해, 서해 모두 가 봤습니다. 각 바다가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죠. 그 외에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각 고장의 5일장도 흥미롭지요. 만약 이 글을 보는 여러분께 여행지를 소개한다면 여주에 있는 ‘목아 박물관’을 권하고 싶어요.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한국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일반적 관광 루트는 아니지만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러시아가 궁금하신 분들께는, 바이칼과 캄차카를 포함한 러시아 동부, 그리고 러시아의 현재 수도인 모스크바와 옛 수도인 세인트 피터버그를 추천합니다. 러시아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어느 곳이든 그 나라를 알기 위한 공부로는 여행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가족

 

여행은 주로 아내와 함께 합니다. 아내는 역시 러시아 사람인데, 아직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도 한국의 문화에 흠뻑 빠져 귀화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국적 취득 관련 공부를 하는 것을 보고 좀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한국을 사랑하며 한국 생활을 하고 있으니, 국적만 취득하지 않았을 뿐 한국인이나 마찬가지죠. 아이들도 저의 귀화를 지지해줬습니다. 이제 장성한 아이들은 모두 독일, 헝가리, 호주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먼 곳에서 저의 한국 국적을 진심으로 축하해줬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모두 모이고 싶어요. 가족만의 큰 행사가 있거나, 기념일이 있을 때 한국에 초대해 곳곳을 소개해 줄 생각입니다.  2년 전 딸이 방문한 적은 있지만 아직 다른 가족들은 한 번도 오지 못했거든요. 한국에서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낸다면 참 뜻 깊을 것 같습니다.

 

 

 


한국 최고의 매력은 바로 ‘사람’

 

물론 늘 아내와 함께 있지만, 한국 사람들 특유의 정 많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어 이곳 생활이 더욱 즐거운 것 같습니다. 한국 생활 중 가장 즐거운 것을 꼽으라면 사람들과 만나는 일을 꼽을 정도니까요. 언제나 유쾌하고 남을 배려하는 한국 사람들이 좋습니다. 또 제 느낌으로는 기본적으로 러시아 사람들과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것인지 딱 꼬집어 구체적으로 소개할 순 없지만, 생각하는 방식이랄까 사는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아요. 오랜 시간 함께 하는 동료들,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 절에서 만나는 스님과 불자들 그 외 많은 친구들을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만난 여러분들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고요.

 

 

 


한국 학생들에게

 

이렇게 인터뷰하게 된 인연으로 이 글을 보게 되는 학생들에게 인생 선배로 조언을 하자면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는 자기만의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저는 어렸을 때 즐겁게, 하고 싶은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죠.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본인이 즐기기보다는 무거운 의무감에서 공부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즐겁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하세요. 자기 분야에서 기쁨을 갖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성공할 것입니다. 또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하세요. 젊은 시절 저는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무얼 하든지 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체력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체력을 기르세요.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데 밑받침이 되어줄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정직하며, 언제든지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한국 학생들이니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많은 언어가 있습니다. 영어 말고도 여러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한국 이름 서부태, 무엇보다 마음의 부자가 되겠습니다

 

친구들은 저에게 ‘서부태’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사베리예프’라는 러시아 이름의 발음을 따기도 했고, ‘富太’라는 이름의 뜻처럼 큰 부자가 되라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물질이 아닌 마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한국의 강산을 돌아보고, 사람들의 정을 느끼며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은 맑고 순수한 마음입니다. 때때로 명상을 즐기는 이유도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 입니다. 마음이 맑아지는 것은 잡념이 없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은 명상에서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을 할 때 잡념을 없애도 집중하면 일이 더 잘 되기 때문입니다. Pure Mind,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실천해보세요.

 

 

 


인터뷰를 마친 직후, 이메일을 통해 사베리예프 씨가 세계적 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즈후 세계의 인물 2009년판(The 2009 Edition of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르퀴스 후즈 후는 1899년에 시작, 100년이 넘게 발간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세계인명사전이며 미국 인명정보기관(ABI),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3대 인명사전 중 하나다.

그는 영삼성 회원들을 위해 “목표를 언제나 한 단계 더 위로 잡으면, 그 목표를 이뤄가는 동안 다른 문제들을 더 쉽게 해쳐나갈 수 있을 겁니다”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출처 : 당신의 열정지지자 영삼성닷컴 www.you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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