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삼순이 # 20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늘도 재현이네 클럽에서 모임이 있었다. 특별히 여성기피증이 있던 내 허락으로 오늘 크리스
마스 파티만은 녀석들이 좋아하는 여자들도 함께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제우스 클럽이 북적댔
다. 승민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와? 근데 정말 나만 여자가 없는건가?
"진원아, 승민이 안 왔냐?"
"어. 오늘 좀 늦는다던데- 이야- 너 그새 얼굴이 바뀐거 같다?"
"훗- 내얼굴이 어디 가냐?"
"짜식- 오버는. 근데 니 애인은?"
"내 애인? 누구?"
"누구는- 그새 버렸냐?"
"버리다니 뭘?"
"왜- 저번에 승민이랑 한바탕 할때 나왔던 현자? 아니지. 삼순이?? 맞지. 삼순이- 걘 어떻게
되고?"
"농담은 짜식- 걔가 왜 내 애인이냐? 내가 기르는 애지."
"기르는 애? 표현 참. 무슨 동물도 아닌것이 사람도 아닌것이. 그렇게 들린다?"
"훗. 그냥 그렇다- 이야- 커플로 모이랬더니 징그럽게 안나오던 녀석들까지 다 나왔다-"
"그러게 우리 모임도 그래야 한다니까- 너도 이젠 바뀌는게 어때? 여자랑 같이 살기까지 하면
좀 바뀌어야 되는거 아니냐? 훗, 그러고보니 오늘만 해도 좀 바뀐거 같긴 하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나저나 승민이 자식 없으니까 좀 어색한대?"
"그치? 지금쯤이면 벌써부터와서 구석에서 소리치고 있을 텐데..."
"이자식은 도대체 어딜간거야?"
그리고 기다리던 승민이가 처음보는 여자를 데리고 내게로 걸어왔다. 아니, 처음보는게 아니던
가?
"인사해- 이쪽은 송여진."
나와 진원이는 고개를 조금 숙여 인사를 건냈고, 승민이와 함께 온 여자도 인사를 했다.
"여진씨, 이쪽은 알죠? 저번에 사고때..."
"네-안녕하세요-"
이제야 생각이 났다. 얼마전 사고에서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주던 여자. 그 여자였다.
근데 둘이 어떻게 같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니가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사고 후유증이 있어서가 아니라 니가 마음
에 들어서 여진씨가 전화했다구?"
"그렇다니까? 야. 내가 이정도야-"
"미친놈 또 헛소리한다- 그건 니 바램아니냐?"
"야- 헛소리라니? 내 바램이라니? 진짜로 여진씨가 내가 좋다고 했다니까?"
"설마-"
"이자식이 속고만 살았나. 진짜라니까?"
"그래. 진짠가본데 좀 믿어줘라. 신우야-"
"그래- 믿어 준다 믿어 줘-"
"아니 그래도- 진짜라니까?"
"훗- 알았다구. 진짜라구. 믿어 준다니까?"
"그래도 이자-"
그리고 바 의자에서 일어선 승민이의 시선이 내가 아니라 입구쪽에 닿아 있었고, 난 승민이의
시선을 따라 입구쪽을 보았다. 왜...그러는데?
선호였다. 입구쪽에 서있는 선호와 그 뒤를 따라 천천히 두리번 거리며 들어오는 삼순이. 원래
우리 모임 멤버였지만 노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호는 잘 나오지 않았었다. 근데 오늘은 왠
일로... 게다가 삼순이랑은 어떻게 온거야?
"야, 삼순이가 왜 선호랑 오냐?"
"쟤가 삼순이야? 신우랑 같이 산다는?"
"어- 근데 쟤 왜 선호랑 와?"
"......."
"둘이 다정해 보이는데? 진짜 신우랑 좋아하는거 맞냐?"
"그러게... 혹시 삼순이가 선호를 좋아하는 건가?"
"......."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선호와 삼순이는 나를 발견하고 바 쪽으로 걸어왔다.
"신ㅇ-"
"왠일이냐? 내가 가잘때는 안온다더니?"
선호는 내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내가 함께 오자고 했을 때 싫다던 삼순이가 왜 선호와 함
께 여길 왔는지 그게 궁금할 뿐이었다. 게다가 승민이와 진원이의 말을 들은 난 머릿속이 핑 도
는 것만 같았다.
"훗- 나랑 오기는 싫고 선호랑은 오고 싶냐? 아니지, 선호가 가자니까 같이 오고 싶어졌어?"
"신우야- 왜그래?"
"너 나랑 사는거 내가 좋아서 그러는거 아니었냐? 그냥 단지 그림 한장때문이었어? 그런거냐?"
"......."
"훗- 이젠 그림까지 받았겠다. 나랑 더 살 이유가 없겠네- 안그래?"
그리고 삼순이는 내 눈을 쏘아보곤 선호의 손을 붙잡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그래. 이젠 니 볼
일 끝났다 그거지-
"시, 신우야- 사, 삼순이가 선호 좋아했냐?"
"여자들이 선호 좋아하는거 한두번이냐? 뭘 새삼스럽게 그래?"
"......."
"야, 시끄러우니까 잔말말고 술이나 가져오라 그래."
우리 멤버들의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나만 덩그라니 다
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은 기분. 어쨌든 진원이도, 승민이도 다들 커플이 있었기 때문에 나 혼
자여야 했다. 아니 지금은 나 혼자이고 싶었다.
그리고 삼순이에게 온 문자...
-선호오빠한테 왜 그러는거예요-
달랑 두어줄의 문자였다. 요는 선호한테 뭐라 한게 기분이 나빴던 거였다. 기가 막혔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때문에 난 문자를 확인하곤 곧바로 벽면을 향해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씨발...술이나 더 갖고 와!"
두어시간동안 양주 몇 병을 마신건지 사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주위 사물이 두개로 보이다 못
해 뿌옇고 흐리게만 보여졌다.
"신우야- 어디가?"
"놔 이자식아-"
"야, 취했다. 내가 데려다 줄게-"
"됐어. 임마. 어딜만져- 손이나 치워 이자식아-"
여자를 만지던 손이었다. 거짓말처럼 다시 돋은 내 여성기피증. 삼순이에게만은 괜찮았는데...
아니 삼순이만은 아니었다. 강윤주가 있었다. 그래, 강윤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주머니 여기저길 뒤졌다. 젠장할... 집어던져 버린 부서진 핸드폰이 기억이
났다. 때문에 난 가까운 공중전화로 들어가 익숙치 않았지만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번호
를 누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전화를 안받는거야...
"신우야-"
그렇게 그리워 했던 나를 부르는 목소리... 꿈인가?
천천히 눈을 뜨자 주위가 온통 희미했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내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단 한사람
강윤주가 서있었다. 니가 어떻게 여길 온거야...
큰길가엔 차들이 빼곡히 경적소리를 울리며 달리고 있었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는 커플들은
팔짱을 끼고 웃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난... 길가 전봇대에 기대어 웅크리고 앉아 잠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윤주가 온 거였다.
"왜 여기 이러구 있어-"
니가 여길 왜 온거야? 잊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했다는 걸...
"이야- 이게 누구야? 강윤주 아니야?"
"신우야..."
"훗- 취하고 만나니까 훨씬 반가운데? 어떻게. 여기 들어갈까? 여기서 우리 한잔만 더하자. 어
때?"
난 기대어 있던 전봇대에서 힘겹게 일어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가까운 호프집을 향해 들어가
려 했다. 그런데 지나가던 커플과 난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고 커플 중 남자가 내게 소리쳤다.
"아- 씨발-"
"술을 마셨으면 집에나 곱게 들어가셔야죠-"
"뭐라구? 야 이새끼야 다시한번 말해봐. 뭐라구?"
"자기야- 그냥 가자- 나 무서워-"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게 다 성질 건드리네. 내가 자기 때문에 참는다-"
"야 임마 서라고. 너 거기 스란말이야- 이자식이 내말이 말 같지 않냐?"
난 달려가 녀석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꺄악-"
"다시 한번 지껄여 보라구-!!"
"자기야 괜찮아?"
"이자식이 참으려고 했더니 진짜-"
-퍽-
녀석의 주먹이 내 볼에 닿은 부분이 아려왔다. 젠장할. 꾀 센데? 어디 더 쳐봐. 더 쳐보라구-!!
난 지금 그러지 않으면 잠시도 가만 있을 수가 없을 것 같단말이야. 차라리 날 쳐달란 말이야.
"너 이자식 어딜 도망가- 이리 오란말이야. 더 쳐보라구-!!!"
녀석의 여자친구가 녀석의 팔을 당겼고, 뒤를 몇번 돌아보곤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를 힐끔
거리며 보는 주위 사람들... 그리고 날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강윤주.
아. 강윤주 니가 있었지...
"들어가자- 집에..."
"훗- 내가 우습냐?"
"응?"
"넌 내가 우습지?"
"무슨 소리야 그게..."
"필요하면 이용했다가 필요없어지면 버리고, 또다시 내가 필요해졌니?"
"......."
"훗- 말이 없으시네... 하긴 할말이 없으시겠지."
"......."
"나, 나 이런놈이야. 이젠 옛날보다 더 쓸모없어진 놈이라구. 근데 나 같은 놈이 뭐 얼마나 필요
한데가 있다구 또다시 내 주위를 맴도는 건데?"
"나... 선호 좋아한거 아니야..."
"......."
"나. 그때도, 지금도 너 좋아해. 내가 선호를 따라서 미국에 갔던건..."
"아- 이걸 어쩌지? 난 사랑도 중요하지만 우정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놈인데. 지금 너
말 실수 했어. 그때도 지금도 내가 좋은데 선호를 따라갔던건. 내가 말해줄게. 그래 그건. 선호
가 필요했기 때문이야. 한마디로 너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서 때마다 사람을 이용해
먹지. 아니야? 아니라고 할 수 있어?"
"......."
"이렇게 말 할 기회도 없는데 어디 변명이라도 해봐-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는 변명의
기회가 될테니까."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났다.
스물다섯 여름... 윤주와 헤어진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난 윤주를 잊지 못했고, 결국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낯선 한국땅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난 바닷가에 닿아 있었고, 바닷가
방파제 위에서 무릎을 굽히고 앉은 채 하늘을 향해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씨발- 죽여버리란 말이야- 내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을 거면 차라리 생각나지 않게 아니 생각
할 수 없게 죽여버리라구-! 내가 살기 싫다는데 왜 살려 두는거야. 죽여버리라구- 나같은 놈
하나쯤 없어져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갈텐데... 왜 날 살려두는 거냔 말이야! 죽여. 죽여
버리라구- 신이고 뭐고 다 저주해- 다 필요없다구! 제발... 날 죽여줘... 살고 싶지 않아... 죽여
줘 제발... 제발... "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몇년 전 기억... 잊고 있었는데... 아니 잊고 싶었는데...
"...미안해... 신우야... 용서해줘... 나... 용서...해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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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랏~!콩님 처음 뵈요~답글 감사합니다.^^
한그루님 이해해주세요. 아무리 노력해도 하루에 한편 쓰기가 벅찹니다.ㅠ_ㅠ
낮에는 쓸 시간이 없구요. 에고.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해요~^^
처녀귀신님은 태양이도 예뻐하시더니 ㅎㅎ 역시 귀여운 카리스마를 좋아하시
는 군요^^ 답글 감사합니다.
솔이님 황보신우의 얘기랑 삼순이 얘기 차근 차근 나갑니다^^ 근데 어째 찜질방ㅎㅎ;
꽃송이님 두편은 벅차구요. 여튼 한편씩은 꼬박꼬박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람의유혹님 즐거우셨나요? 헤헤. 감사합니다.
정은지님 감사해요^^ 추천까지. ㅎㅎ 자주자주 글 남겨 주세요~~
파랑새님 많이는 힘들지만..ㅜ.ㅡ 그래도 노력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초컬릿님 추천까지.^^ 감사합니다. 에고 술을 좀 마시고 왔더니 너무너무 졸린데
답글 달아주시는 우리 고마운 분들 때문에 그냥 잘 수가 없네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