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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아저씨(6) - "생일 축하합니다..."

아르거스 |2004.03.30 20:10
조회 618 |추천 0

수영이의 30번째 생일이었다. 아침에 문자로 생일축하메세지를 보낸 상우는 정오가 되도록 연락이 없더니 오후 2시쯤 수영이네 아파트 주차장이라고 내려오라고 전화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밥을 챙겨먹고 중요한 날이라도 되듯 욕조에 들어가 한참을 있다 정성껏 몸을 닦고 얼마전 사 놓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책을 보던 중이었다.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꽃무늬 였지만 옷가게 앞을 지나는데 괜시리 눈에 들어왔다.

"오늘 바쁘지 않지? 무슨 약속 있어?"

"아뇨."

"그럼 나랑 어디 좀 갈까? 좀 먼데. 내일 와야 할 지도 모르는데.."

"어, 우리 아저씨가 날 어디로? 혹시, 새우잡이배.."  수영은 그 와중에도 농담을 잊지 않았다.

"괜찮겠어?"

"그래요. 저 요즈음 한가해요. 이러다 정말 학원 짤리는게 아닌가 모르겠어요."

"걱정마. 내가 먹여 살린다니까.."

"치이.."

차는 고속도로를 들어서서 여주를 지나고 있었다. 문막휴게소 표지판을 보면서 눈을 떴다.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이 들었는데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넘게 잠이 들었다.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한 것을 느끼겠다.

"일어났구나. 우리 수영이 침 흘리면서 자던데.."

"에이, 아저씬. 제자 언제 침을 흘리면서 잤다구요."

"와, 우리 수영이가 삐졌네."

"제가 무슨 얘에요? 삐지게. 저도 나이 먹을만큼 먹었다구요. 벌써 서른인데.."

"아니, 수영이가 벌써 서른이었나? 그럼 오늘이 서른번째 생일.. 와,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근데 내 눈엔 항상 처음 만났던 20살 그 때 같아 보이는데..."

"..."

"피곤하면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갈까?"

"아뇨. 조금 더 달려서 대관령휴게소에서 커피 마시고 싶어요."

"대관령 휴게소?"

"이젠 터널이 뚫려서 모두 새 길로 가는데 그 길로 가 보고 싶어요. 바다에 가는 거 맞죠?"

"어떻게 알았어? 혹시 독심술 하는거 아냐."

"아저씨 말에서 바다 냄새가 났어요."

"와, 우리 수영이 그러니까 시인같네.."

 

"바람이 차다. 춥지 않아?"

"괜찮아요."

"추우면 차로 갈까?"

"좋은데요."

"잠깐,.." 상우는 차로 가더니 잠바를 가지고 와서 수영에게 덮어주었다.

"예전에 강릉을 이 길로 갔었거든요. 그러다 여기서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아저씨랑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는데... 생일이 참 좋네요. 이렇게 아저씨랑 같이 있을 수도 있고..."

"...."

 

대관령휴게소에서 40분쯤 달렸을까. 상우의 차는 바다가 보이는 콘도 현관 앞에 주차했다.

"잠깐만 기다려." 상우는 그렇게 말하고 카운터로 뛰어갔다.

잠시 후, 상우는 방호수가 적힌 키를 받아가지고 왔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방이었다.

"내가 미리 예약해 뒀지. 전망 괜찮지?"

"네. 너무 좋아요."

"시장하지? 잠깐만 기다려. 차에 다녀올게."

차에서 돌아오는 상우의 손에 이것저것 많은 것이 들려 있었다. 즉석미역국, 즉석현미밥, 밑반찬들 그리고 케익.. 포도주 한 병..

"오늘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알았지? 가서 텔레비전 보고 있다가 내가 오라고 하면 와야 한다. 그전에 오면 알지?"

 

"수영아."

상우의 부르는 소리에 가 보니, 미역국과 밥, 반찬 몇 가지 그리고 케익이 놓여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수영이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 얼른 촛불 켜야지."

"..후~욱"

"와" 하면서 상우는 폭죽을 하나 터뜨렸다.

"어서 먹어. 내가 음식 솜씨는 별로다. 혼자 산지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발전이 없네.."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아저씨."

"벌써 감격하면 안 되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

"얼른 밥부터 먹고.. 내가 즉석미역국 가끔 사서 먹어 봤는데 먹을만하더라.."

"정말 맛있는데요."

"오늘 우리 수영이가 너무 감동하는 것 같다. 많이 먹어."

"아저씨도 드세요."

"그럴까? 우와, 맛있다. 누가 이렇게 맛있게 끓인거야.. 하하.."

 

"자, 다음은 디저트가 되겠습니다. 디저트는 짜짠..."

통조림 감귤이었다.

"저번에 서울 왔을 때 너무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서..."

"..."

"어, 수영이 울려고 하네. 그럼 안 되는데..."

"아저씨가 넘 감동시켜서요."

"자, 받아." 상우가 포도주를 한 잔 권했다.

"많이 마시진 말고.. 저번처럼.." 그러면서 상우가 웃었다.

"아저씬.."  수영은 상우에게 가볍게 눈을 흘겼다.

"자 다음 선물 증정이 있겠습니다. 자 받아. "  상우는 플라워박스를 내밀었다.

"먼길 가져오기엔 이게 좋을 것 같아서..."

"자꾸 감동시키시면 안 되는데..."

"열어봐. 이제 내가 긴장되는데..."

상자를 열었더니 예쁜 장미꽃들 사이에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자 반지 하나가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아저씨.."

"수영아.  나와 결혼해 줄래?"

"아저씨.." 수영은 놀란 눈으로 상우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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