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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피글렛 |2006.11.16 21:20
조회 53 |추천 0
관계

이영옥

이가 꽉 물린 식용유 병 하나가 있다 치자
뚜껑과 몸체는 온 힘을 다해
내용물을 보호했고
병 속의 어린것들은 행복했다
시간은 모든 물질에 틈을 벌린다
시간의 집요함이란
빛나는 다이어몬드에도 흠집을 내지 않던가
몸체와 뚜껑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자
서로의 합의하에
귀찮아진 내용물을 쏟아냈다
어딘지도 모르고 끌려나온 것들은
운 좋게 다른 병으로 옮겨지기도 했지만
프라이팬에서 뜨거운 세상을 맛본다
홀가분해 진 뚜껑은 벌써 보이지 않았다
굴러서라도 떠나는 게 뚜껑의 근성이다
무엇을 채워도 든든해지지 않는 빈 통은
집안이 떠나가도록 점점 시끄러워졌다

- 2005년 겨울 계간 "시작"[천년의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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