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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Avalanche [9] : 소년의 정체

정화니 |2004.04.03 23:11
조회 191 |추천 0

제 9장 : 소년의 정체

             저녁이 되갈 무렵, 두 사내가 어두운 궁전 복도를 말없이 지나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고요한 침묵만이 흐르다, 둘 중 하나가 불쑥 물었다.

 

           “크리스토퍼, 말해주게나…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그는 다름 아닌 마법사 사범 아이네스 였다.

 

-           “무엇을 말인가?”

 

크리스토퍼가 이해 안 간다는 투로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아이네스는 더욱 열을 내며 쏘아 붙였다.

 

“몰라서 묻는 것인가? 그 소년 말일세. 따지고 보면 자네가 무모하리만큼 이스마엘과 그를 대결 시킨 것도 다 그런 이유였겠군…”

-           “호오… 눈치 챘단 말인가?”

-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오늘 그 소년이 선보인 반격은… 틀림 없이 그 자의 검술과 매우 흡사한 점이 많았다네.”

-           “실인즉 그렇다네…”

-           “언제부터 알았는가?”

 

크리스토퍼는 말없이 아이네스를 훑어보더니, 잠시 뜸을 들이고 나직이 이어갔다.

 

“그의 첫 모습을 보자 마자 바로 깨달았지. 비록 세월이 흘러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그는 어릴 때와 조금도 변함이 없더군…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

-           “그 소년의 정체를 알면서 받아드린 이유는 무엇인가? 자넨 지금 호랑이의 새끼를 받아드린 것이네…”

-           “그럴지도 모르지… 하나 내 목적은…”

 

크리스토퍼는 이윽고 헛기침을 하더니, 더욱 집요한 목소리로 밝혔다.

 

           “호랑이의 새끼를… 우리 쪽으로 길들이는 것일세…”

-           “물론, 가능하다면 말이지… 그러나… 그 아이 또한 그 자가 살아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           “모를테지…”

-           “그렇다면… 그 자의 행방 알게 된다면…”

-           “그랑카로 투항한다는 생각이군…”

-           “당연한 얘기 아닌가?”

 

아이네스는 아까와는 달리 차분한 어조로 대꾸했다.

 

“소년은 둘째 치고… 이스마엘은 어떻게 할 셈인가? 그 또한 지금쯤… 소년이 … 아버지 오르마엘의 원수인… 그 자의 아들임을… 눈치 챘을 것일세…”

-           “그렇겠지…”

-           “그렇다면 내부의 갈등은 어느 정도 확실히 예고 된 것 아닌가? 이스마엘이라면…”

-           “소년을 죽이고도 남겠지…”

 

크리스토퍼가 단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약간 의외라는 듯, 아이네스는 어이 없이 그를 노려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그래… 자네도 예상은 제대로 하는군… 그러면서도 이 일을 고집하는 것은 어째서이지?”

-           “말하지 않았는가? 자네도 오늘 본 바와 같이… 그 소년은… 실로 세상을 뒤집을만한 잠재력을 지녔네. 그리고 이스마엘과는…”

 

이윽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크리스토퍼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이스마엘과는… 좋은 라이벌 관계이자… 세월이 지나면…”

-           “지나면…?”

-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죽마고우가 될 거라 생각하네… 그들의 아비들이 … 한때 그러하였듯 말일세…”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는 아이네스를 뒤로 한채, 크리스토퍼의 발걸음은 빨라지기만 했다.

 

 

 

 

 

“아이젠!”

 

소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아마도 악몽을 꿨음을 알아챘는지, 소년은 다시 떨리는 심장을 가라 앉히고 주위를 둘러 봤다. 그는 처음 보는 방에 있었는데, 그 주위에 대 여섯 명의 또래 청소년들이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어!”

 

무리 중 가장 어려 보이는 것으로 보이는 소녀가 소스라치게 외쳤다. 그러자 그 뒤를 이어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듯한 소년이 나직이 일러주었다.

 

           “안녕? 몸은 좀 괜찮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소년은 계속 이어갔다.

 

           “여기는 로엔 사관 학교 치료실이야. 상처가 꽤나 깊었나봐… 너 여섯 시간째 정신을 잃었던 것 아니? 이렇게 일어나서 그나마 안심이다…”

 

           퉁명스럽게 그들을 쳐다보는 에이메르인을 보자, 그 소년은 잠시 당황한 듯 하다 이윽고 살짝 웃어 보이며 재빨리 덧붙였다.

 

           “아… 이럴 떄가 아니라 소개를 해야지… 나는 마법사단 반장 키오르야. 음… 나이는 열 아홉이고…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해. 아.. 이쪽은 나의 동생 소피아야…”

          

           그가 말을 마치고 주위를 노려보며 눈짓을 했다. 그러자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차례 대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아… 안녕? 나는 마법사 출신 소피아라고 해. 여기 온지는 삼년 정도 된 거 같고… 그런데 너 아까 너무 멋졌던 거 아니! 혹시 다음에 시간 나면…”       

           “에헴!”

          

           옆에 있던 소녀가 헛기침으로 그녀의 말을 가로막자, 소피아는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챈 듯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어서 아까와는 많이 다른,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목소리가 들렸다.

 

           “기사단 출신 다프네라고 해. 같은 진로인 만큼 앞으로도 자주 마주치게 될 꺼야.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렴.”

-           “나 또한 기사단 출신인 맥심이야. 친하게 지냈으면 해.”

-    “흠흠… 안녕? 나는 궁수단 출신 니콜라이고… 이쪽은… 역시나 궁수단 출신인… 나의 쌍둥이 형제 다비드야.”

 

그들의 소개를 유심히 듣고만 있던 소년은 그제서야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키오르는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큰 키와 더불어 훤칠한 모습이었다. 그는 긴 검정색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그의 주머니 속에 살짝 가려진 그의 지팡이는 그가 그 드물다는 마법사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의 동생인 소피아는 첫 보기에도 막내라는 것을 느낄 만큼, 애띤 얼굴을 지녔었다. 그녀는 긴 갈색 생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다소 촐랑 거리면서도 매우 귀여운 인상을 품기고 있었다.

니콜라와 다비드는 매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 분위기에선 진지함이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의 작고 왜소한 몸과는 달리, 그들이 매고 있는 거대한 활은 왠지 모를 듯한 섬뜩함이 느껴지곤 하였다.

이어서 기사단 쪽으로 시선이 돌아가자, 소년은 매우 엄격한 모습의 다프네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여자라는 것이 믿기 힘들 만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긴 검을 만지작 거리는 소녀의 모습을 보자, 순간 아이젠의 모습이 떠올랐으나, 애써 외면하고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맥심에게선 이상하리만큼 친근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었는데, 상냥하면서도 다소 순진해보이는 그의 모습은 사교성이 매우 뛰어날 것 같았다.

 

다시 끔 침묵이 흐르자,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듯, 소년은 억지로 할말을 찾아내 물었다.

 

“누가 날 여기로 데려다 준거니?”

 

그러나 그 질문에 모두들 당황이라도 한 듯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알 수 없다는 얼굴로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찰나, 소년의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낯익으면서도 쌀쌀한 목소리가 대답을 하였다.

 

“바로 나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을 한 소년은 급히 뒤를 돌아봤다. 이윽고 소년은 창백하면서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정신을 가다듬은 듯,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스마엘…”

 

 

 

“이스마엘… 그때도 알았을까? 먼 훗날… 너는 나의 가장 절친한 동료이자… 가장 소중한 사람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거…”

(아발랑슈의 일기 제 32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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