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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한 자루에 관한 10여 년 간의 경험담

엄명환 |2004.04.03 23:24
조회 402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송파구에 사는 엄 명환이라고 합니다.

저는 수성펜(PILOT HI-TEC-C)에 대해서 하고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0.3mm의 수성펜을 개발했다는 광고를 지난 1992년인가 1993년 쯤에 종각역에서 보았는데요, 나중에 문구점에서 사 보니까 일본 PILOT에서 만든 것이더군요.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펜을 사서 끝까지 다 쓴 것을 합쳐봐야 스무 자루도 안 됩니다. 써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자루에 PILOT 로고가 양각되어 있는데요, 잉크가 이 P에서 T사이에 있을 때 볼이 빠져버리더군요.

처음에는 필기할 때 힘을 주어서 그런가 싶어서 볼이 빠진 펜을 문구점에 갖고 갔더니, 필기구는 교환이나 환불이 않된다고 하면서, 부주의로 펜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았느냐고 제게 되묻더군요. 그래서 "어제 밤에 일기를 쓰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글씨가 안 써지길래 자세히 들여다 보았더니 볼이 빠져 있었습니다. 제품의 결함이 아닙니까?" 교환이나 환불을 받으리라는 생각은 아예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문구점 주인의 말인즉슨 "쓰던 제품을 새것으로 바꾸어 줄 수는 없다. 필기할 때 너무 힘을 주지 말라"는 조언까지 들었을 때에는 할 말이 없더군요.

HI-TEC-C 0.3mm가 처음 출시된 후 5~6년이 지나서도 볼이 빠지는 현상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돈 2천원 짜리 갖고 뭘 그러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PILOT라는 회사는 필기구만을 만드는 전문회사 아닙니까?

올 2월에는 며칠 간격으로 두 자루의 펜의 볼이 빠져버리더군요. 그래서 114에 문의를 해서 한국PILOT에 전화를 했죠.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더니, 불량품(본사 직원은 끝까지 "불량품"이라는 말은 안 쓰더군요)을 가지고 오면 교환을 해 주겠다고 해서 종각역으로 갔죠.

7자루 중에서 교환을 받을 수 있는 것은 3자루, 다시 말해 불량품 3자루에 신품 1자루씩 교환이 가능하고, 잉크가 얼마 남아 있지 않으면 교환불가라고 하더군요.

어떤 사람이 이런 희한한 교환/환불규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뭡니까, 이게.

세계 최초로 0.3mm의 극세필을 만든지 10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볼이 빠지는 현상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중대한 Recall 사유가 아닐까요? 그것이 2천 원짜리라고 해도 말이죠.

어떤 회사가 소비자를 위한 기업인지 회사를 위한 기업인지는 사원 각자가 어드러케 고객을 만족시켜 주느냐, 아니면 누가 뭐래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묵살해 버리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PILOT라는 회사, 필기구 잘 만듭니다.

그러나 소비자 만족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요?

흠 잡을 데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가요?

"필기감"이 좋다는 이유 만으로 10년 넘게 HI-TEC-C를 애용해 온 저와 같은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회사측에서는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가락동에서 엄 명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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