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시인의 변명
- 정 희찬
정말,
자신을 반성할 줄 몰랐던
부끄러운 시인의 얼굴은
자신의 사랑과 고독만
노래하던 나의 모습이다,
시란,
다른 사람이 죽던 말던지
정의와 역사가 총칼에
짓눌려 신음하던 말든지
나의 사랑과 꽃을
찾는 것으로만 알았다.
자신의
고독과 슬픔은 절실히 알았지만
역사의 고독과 슬픔은 외면했다.
아니, 시의 울타리에
역사가 넘어 올 수 없도록
나의 슬픈 이별의 가시를 심었다.
시는,
항상 정의의 편이 아닌,
정의를 눈 가리기 위한
기생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