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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남자친구

HUE |2009.03.21 10:31
조회 2,357 |추천 0

안녕하세요, 이렇게 고민글을 남기는건 처음이네요.

 

저는 직장인 3년차이고, 남자친구는 2살 많은 직장인입니다.

 

남자친구와는 입사 이후로 2년정도 사귀었구요.

 

간혹 다투기도 했지만 2년에 접어들었을 때부터는 서로 현명하게 싸우고 나면 대화로 원만하게 풀곤 했죠.

 

그런데 제가 오빠의 마음을 떠보고 싶어서 한, 두달 전에 장난으로 소개팅을 해도 되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잘못인거 알죠. )

 

그런데 남자친구가 대답을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오히려 화가 났었구요.

 

그리고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외로움도 많이 타고 가족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도 오빠는 잘 알고 있구요.

 

하지만 오빠는 결혼한 누나 3명에 막내아들이고 집안형편이 그리 좋은 편도 못 되어서 항상 가족들에게 치여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결혼은 늦게 하고 싶다고 말했었구요.)

 

왠지 이런게 쌓여서 이번에 문제가 커진 것 같습니다.

 

오늘이 21일이니까 약 이주일 전이네요.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고, 오빠가 너무 화를 많이 내길래 오빠 요즘 변한 것 같다며 왜 오빠답지 않게 이런 일에 화를 내냐고 우리 벌써 사귄지 2년이나 되었는데 오빠가 요즘 많이 변한 것 같다고 했었죠.

 

그랬더니 오빠는 자기도 그런 것 같다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날 만나서 얘기를 좀 해보기로 했는데  솔직히 저는 정말 항상 똑같은 마음이었기에 만나서 화나 풀자하고 나간 거였는데 남자친구는 2년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냉정한 얼굴과 행동으로 저에게 폭탄 같은 말을 쏟아놓기 시작하더군요.

 

우리 많이 싸우기도 하고, 오빠는 많이 지치기도 했고, 결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자기 집에서도 저와 2년이나 사귀었는데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신다구요.

 

그런데 자기는 솔직히 결혼이나 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싫어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좋고 잘해주고 싶기도 한데 힘들다구요.

 

그리고 어제 화를 낸건, 이제껏 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좋은 모습만 보여줬지만 이제는 자신이 가진 단점도 그대로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화도 내고 그런다 그러더라구요.

 

저는 워낙 갑작스러워서 그냥 담담히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서로 노력해 보자고 하고 헤어졌죠.

 

그리고 화이트데이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정말 평소보다 더 재미있게 데이트도 하고 그랬죠.

 

그리고..오빠네 부서 회식이었는데 평소처럼 회식이 끝나고 들어가는 길이라며 전화를 했더군요.

 

그런데 자기전에 전화가 또 와서는 이 사람이 또 폭탄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할말이 있다고.. 지난주에도 말했지만 앞으로 우리 관계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이번주 내로 결론을 짓는게 좋겠다고..( 이 날이 목요일 저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제 곧 금요일인데 이번 주 내로 결론을 짓자고? 라고 했더니 이번주는 아니라 1주가 됐든 2주가 됐든 그래야 할 것 같다네요.

 

전 여전히 이 상황이 너무 이해가 안가지만 꾹 참고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오빠 혼자 결론 짓고 결국 나에게 말하도록 떠 넘기는 것 아니냐고..  결혼 자체가 싫어서 이러는 거냐, 아니면 나랑 결혼하는게 싫어서 이러는 거냐..

 

그랬더니 이것도 저것도 잘 모르겠답니다.

 

그래서 제가 냉정하게 1달이나 2달정도 연락을 끊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말을 얼머부리는 거에요.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전화를 끊고 아침이 밝았죠.

 

(원래 오빠가 매일마다 모닝문자를 보내주는데 그 날은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얼머부린 오빠 생각이 나서 물어볼 겸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내가 모닝 문자 보내네. ^^ 나도 진지하게 우리 만남에 대해 생각해 볼게. 오빠는 1달정도 연락 안하길 원해? '

 

그랬더니 연락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지만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하더군요.

 

 

 

 

참 별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솔직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결혼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제가 부담스러우니 오래전부터 혼자 고민하던 걸 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거라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솔직히 저는 여전히 오빠가 좋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지  않더라도 서로 싫어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2년간의 추억을 아픔으로 바꿀만큼 갑작스레 이별을 하고 싶지도 않구요.

 

그런데 어제 정말 오랜만에 들어간 오빠의 미니홈피에 (잘 관리하지 않아서 안 들어가거든요.) 저와 찍었던 사진 폴더가 없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밤새도록 울었네요. 토요일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던 사람이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혼자 준비하고 잔인하게 행동한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아프고, 미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퉁퉁 부었네요.

 

오빠는 지금쯤 베프들과 안면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친구 중에 한 명이 결혼한다고 해서 그 전에 여행을 가기로 했거든요.)

 

바다를 보면서 뭔가 또 혼자 정리하고 있겠죠. 2년간 사귄 여자친구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도록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오빠 생각에 또 다시 너무 아픕니다.

 

 

 

며칠을 울고, 또 울면서.. 조금씩 생각을 정리해 가고 있습니다.

 

다음에 만나서 제가 정리한 내용을 말할 땐..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아직 사랑하기에 오빠를 잃고 싶지는 않다고.. 오빠 사정 알면서 결혼에 대해서 부담감 준 건 미안하다고..

 

서로 좋아하는거 아는데 2년간의 추억을 아픈 짐으로 만들만큼 이렇게 힘겹게 이별하진 말자고..

 

오빠가 나에게 잘해준 것 난 하나하나 다 기억한다고.. 앞으론 더 잘 표현하고 더 잘해 보고 싶다고..

 

나는 솔직히 오빠가 편해서 나의 좋은 점 보다는 나쁜 점을 더 많이 보여준 것 같다고..

 

그렇게 예전처럼 지내면서 정말 노력해 보고 정말 아니다 싶을 때 헤어지자고 말이죠.

 

 

 

 

 

2년을 사귀고, 정들고, 사랑하는데 이럴 때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냐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용감하게.. 솔직히 이런 상황이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제 솔직한 심정을 말해보려 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 그리고 같은 남자로서 보기에 남자친구는 어떤 상황인 거 같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작은 조언이나마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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