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한 배신 어디 또 있는지...
누구처럼 화를 낼수도 뺨을 후려 칠수도 울며 매달릴수도 없는데 ...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우린 강사와 수강생으루 만났다.
3주간의 강의가 끝나구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한잔을 하고 집이 같은 방향이라는 이유로 집에 데려다 줬던 그...
무작정 서해대교에 가서는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우울해하는 것 같다면서 바다를 보면 나아질거라고 말하던게 두번째 만났던 그다.....
늘 건강이 안좋아서 잔뜩 움츠러들어 누구두 만나고 싶어하지 않던 내게..
그는 그냥 자기를 밀어내지만 말라구 ... 옆에서 친구가 될수있게만 해달라구...했었다.
그렇게 그는 천천히 내삶속으루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일 여러번씩 전화통화를 하는데도 좋은 노래가 있으면... 좋은 그림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고..
매주 목욜이나 금욜이 되면..주말에 뭘할지.. 한주동안 생각한것들을 메일로 보내놓구서 골라보라고하구..
그런 그와 2개월을 만나면서 겨우 웃어주었고...
그는 웃는 내가 예쁘다며 ... 늘 웃게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전철역에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하는 우리집을..지쳐보인다며 업어주었고..
힘들다고 내려놓으라고 하면...날 업으면 따뜻해서 좋다 했던 사람이다.
4개월 쯤 되서 29살인 그가 결혼얘기를 어렴풋이 꺼냈을때...
결혼 비슷한 얘기라두 꺼내는 날이 헤어지는 날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25살의 어리숙한 나였다.
6개월이 지나 한겨울..
나이어린 내 막내동생이 서울 구경왔다고 수영장에...놀이 공원에...데리구 나녔구..
솥뚜껑같이 큰 손으로 차디찬 내손을 데워주기 위해 오른쪽에 섰다 외쪽에 서기를 반복했던 사람이다.
9개월쯤 엄마와 식사를 하면서 뒤늦게 편입해서 아직 학생이라며 기가죽어 아무말 못했던 그...
그런 그가 번듯한 직장을 잡고 나더니 1년이 좀 지난 400일 되던날에..
근사한 팔찌를 사들고 내게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천히 생각하라면서...6개월이라도 1년이라도 대답 기다린다면서..
매일 아침 저녁으루 사랑하냐고 묻는 그에게 단한번의 대답도 안했었고..
어느 날부터인지.. 그는 묻지도 않았다.
그렇게 우리 1년하고도 반이 지났을 무렵에서야 난 더이상 날 부정할수없었다,
내인생에 처음으로 가족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것이다.
어느날...오빠..나좀봐...
산처럼 큰 그는 여느때처럼 날 내려다보았고 난 아무렇지도 않듯이...일상의 말처럼.. 고개숙여 기어들어가는 말투로 말하며 그의 앞을 지나갔다..
사랑해...
나중에 그가 그때일을 생각하며 했던말이 지금도 날 슬프게 웃게한다.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고 화면이 멈춰버리는 것처럼...
내 말을 듣고 주위의 시간이 멈춰버리고 멍해져버렸었다고....
내가 27이 되던해 3월 난 결국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건강이 좋자 않아서.. 아일 가질 수없을 지도 모른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으면서도.. 날 만났고..
만나서 석달이 되서 결심했단다...날 사랑하기때문에 나랑 결혼할거라고...
내게 다른 사람이 생기면 어떡할려구 그랬냐는 내 물음에...
내가 다른 사람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주지않을거라고..
그런 일이 생기면 자기가 잘못해서일테니까 .. 잘할거라고..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나와 결혼을 생각할수있었냐구..물었을때는..
..
내가 널 사랑해..비록 네가 날 사랑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결혼을 생각해줄만큼은 좋아하잖어..
그거면 충분해 나머지는 내가 쫌더 마니 사랑하면 되는거야...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정말 괜찮으냐고...아일 낳지 못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고 물었을때..
그는 말했다.
내가 씨받이 데려가는줄 아니...난 애기 없인 살수 있어도 너 없으면 살수 없어.
노력하구... 그러구서두 않되면 우리 운명인거지뭐..
...
행복했다...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사랑했고...행복했다.
회사일에 시달리는 게 싫다며 진학을 원했던 그의 말을 따라 대학원도 입학했다.
그렇게 행복하기만 했던 3개월...
아빠가 그랬었다. ...너무 행복에 겨워 ..하늘이 시기한걸 게다..
늘 비실거리던 난 갑자기 악화되어 가벼운 수술을 했고..
결혼 날짜를 기다리며... 회복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개강날짜만을 기다렸다..
그딴... 말도안되는 일이 벌어질줄도 모르고....
어느 노래가사처럼.. 우리가 너무 요란스레 사랑한걸까... 남들은 어떻게 사랑하는지...
너무 요란스레 사랑해서 하늘이 시기해 그를 데려가 버렸는지...
아님 내사랑이 작아서 ..그를 데려갔는지...
그일이 있기 일주일전...
그사람이 세상을 떠날거라고는 꿈도안꿨던 때..
그는 주말을 이용해 내가 보고싶다고 포항에 내려왔다.
해안도로를 따리 달리며..
행복하다고.. 내가 옆에 있어줘서 세상을 다가진 기분이라고...너무 고맙다고..말했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그의 말이 ... 이제는 비수가 되어 내가슴을 갈기갈기 찢는다..
결혼과 함께할 미래를 얘기하며 빛나던 그사람의 눈빛이 망령이되어 날 괴롭힌다.
하루종일 내게 수십번 전화를 해대던 그가 그날은 오후5시가 될때까지 연락이 되지않았을때...
난 잔뜩 화가 났었다.
두고보자.....내게 이렇게 하다니...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을테다....
오후 5시가 지나 친하게 지내던 그의 친구에게서 연락이왔다.
가능한 빨리 서울에 올라올수있겠냐고..
무슨일이예여? 나쁜일인가여?........ 예.
난 더이상 물어볼수 없었다.
밤새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사람이 의식이 없는 건가보다...
말을 할 수 있는사람이면 ... 친구에게 시키지 않고 내게 직접 전화했을 사람이다..
다음날 ...엄마한테는 친구 만나러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아침일찍 나왔다.
장마라서..오전내내 비행기는 결항되고..난 발을 동동 구르며 결국 피서철 밀려대는 고속버스를 탔다.
서울로 올라오는 7시간 내내 정몽구 회장 자살 뉴스만 멍하니 보며..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렸다.....
그러면서...내게는 이런일이 없을거라고...되뇌이고..또 되뇌였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검은 상복을 입은 그사람의 친구는 내게 마시는 우황청심환을 내밀었다.
그때부터 다음날 화장을 끝내고 포항행 비행기에 오를때가지 내가 무슨생각을 하고 무슨말을 했는지..
그의 영정앞에서 머리가 멍하고...눈앞이 캄캄해져서...울지도 앟고...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무얼해야하고...앞으로 어떨지는....그딴건 생각나지도 않았다.
숨이 답답해 가슴이 터질것만같고.. 뭔가가 목에 단단히 걸린듯..
집에 와서 엄마 아빠한테는 어떻게 말하지...
결혼못한다는 내말을 듣던 아빠는 화가나 얼굴이 붉어졌다가...
그사람...하늘나라 갔다는 말에 엄마 아빠 모두...할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멍한...
지금도 부모님의 그표정을 머리속에서 도저히 지울수없다...
결혼이 결정되었을때...
아빠는 내게 웃으며 말했었다.
태어날때부터 애먹이기 시작해서... 사는내내 안아픈데 없이 골골대서 부모속을 그렇게 썩이더니..
시잡간다니까 속이 다후련하다...
그로부터 일주일동안...
난 tv보며 마늘만 까댔다.
끝도없이 마늘만까서 5일동안 혼자서 마늘 2자루를 까놓았다.
온집안식구가 내눈치만보구...혹여 내가 딴맘이라두 먹을가봐 .. 엄마는 날두고 외출도 하지않았다.
난 ...
견뎌야했다.
엄마가 날보며 가슴아파 우는 ...모습을 보지않기위해...잘 참아 내야핬다.
정말 어느 한순간... 그사람곁으로 가고싶은 충동에 휩싸여도...
엄마가 괜찮으냐고 묻는 걱정하는 목소리 들으며 애써 울지도..힘들지도 않아야했다.
개강을 하고..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새 친구들과...아무일도 없던것처럼....보통의 나날들인양...
남들 웃을때 웃고..남들 떠들때 같이 떠들고...
사람들이 내게 위로한다며 말들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이쁜 추억만 남게 될거라고..
그래서 꾹 참고 기다렸다.
그렇게 시계만보며 시간이 가길 기다리고 ... 또 기다렸다.
그렇게 9개월... 이젠....그를 떠나보낸지 석달만 지나면 1년이다.
그렇게..기다리며..아픔이 얼른 지나가길 숨죽여 기다렸다.
아무것도 못한채...
밤마다 그가 했던말..그의 눈빛..그사람만의 냄새.. 그에 관한 추억들만 되새긴다.
너무 그리워서 ...
날 사랑해서 행복하다는 그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것만 같아서,,
여전히 난 현실이 꿈이 되길 바라고...
매일밤 잠자리에서..
낼아침 잠에서 깨면 긴 터널속을 빠져나가듯 ...꿈에서 깨어 다시 그날의 전날로...
날보고싶다며 서울올라오라고 하루종일 투덜대던 그날로...돌아가길..... 간절히 빈다....
가슴속 응어리가 심장을 짓누르고... 폐를 덮쳐 숨을 쉬수 없을 것만 같아 헐떡거려도...
그를 되돌려달라는 내 간절한 마음은..
바보같고 ....어리석다는걸 알면서도 ....멈출수 없는..
내 시계는 그날에서 멈춰 더이상 가지 않는다.
그를 만나지 말고....
그의 사랑을 보지도 말고...
사랑하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남은건 아무것두 없다..
사랑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