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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디자이나 |2009.03.25 15:31
조회 179 |추천 0

이른 새벽 집을 나서다 눈덮인 땅에 여기저기 찍힌 발자국을 보았다.

'눈이 왔었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가던길을 간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탄다.

이칸 사람들은 신문을 읽는다. 저칸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 하나하나가 안개가 낀 나머지 다들 똑같아보인다.

아니 내가 착각을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안개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확실히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들은 똑같다.

동대문 운동장역에서 내린다. 저마다 색은 다르지만 똑같은 양복의 위축된 사내들과

뛰어가면서도 화장을 고치는 OL 들만이 눈에 띄일 뿐이다.

잠시 기다려본다. 각자 일상에 충실 혹은 복종하는 자들만이 내 앞, 뒤를 스쳐지나간다

담배를 물며 생각한다. 세상에 이제 1 이라는 숫자는 없다.

1은 똑같은 모습을 한 1과 만나 2가 되고 또 3이 된다.

혼자남은 1은 이제 없다.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걷는다. 일상에 치여있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반대로 걷는다.

바삐 뛰던 그들이 내 어깨를 치고 가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반대로 걷는다.

나는 1이다. 적어도 나는 내가 1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는 다른 모습을 한 1이 어딘가에 존재할것이라고 또 믿는다.

걷다 걷다 문득 걸음을 멈추어 그남자를 바라보고있다.

행위예술을 하는중인지 홀로 서서 무언가 열심히 동작하고있다.

그를 유심히 관찰한다. 내가 찾던 또다른 1이 그일지도 모르기에.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어 그를 주목한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다. 그는 1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그의 공연이 끝나고 그의 뒤를 보았을 때, 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박수치는 사람들을 뒤로하며 뒤돌아서는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지하철역앞에서 나의 앞,뒤를 지나가던 위축된 사내들의 모습. 그것이었다.

- xxxx 개점 기념 예술공연 -

저자는 지금의 공연을 통해서 소정의 보수를 받겠지.

예술을 통해 돈을 번다는 생각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그가 그렇게 위축된 어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공연이 끝난뒤에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관중들의 곁을 떠났다면.

다시금 길을 걷는다.

나는 염세주의자는 아니지만 세상을 비판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1이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근본적으로 그들과는 사고방식과 사상자체가 다르다.

그러기에 나는 그들이 가진 움츠린 어깨를 경멸한다.

세상은 1인 자들과 2인 자들의 집합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의 눈에 1들은 보이지 않는다.

똑같은 건물들과 획일화된 세상속에서 나같은 1들은 살아가기 어려운것일까.

어디에 가더라도 그들은 신문을 펼치고 휴대전화를 꺼낸다.

그들은 똑같은 자세로 담배를 피우고

똑같은 자세로 책을 읽고 일을하며 키보드 타이핑을 한다.

2가 판치는 세상속에서 1은 집으로 향한다.

1은 아침에 보았던 그 발자국들을 다시금 본다.

똑같은 사람들의 똑같은 발자국들.

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발을 가져다 대본다.

똑같은 이들의 발자국 위로 1의 발을 대어봤을때

1은 2가 되었을뿐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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