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을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20살때 만나.. 21살 말쯤 헤어졌고... 그 사람은 22살 되어서 군대를 갔죠...
그때의 헤어짐은 그 남자 쪽에서 원했고 이유는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는 거였습니다.
그 사람과 전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만났기 때문에 그 사람 친구가 제 친구죠..
친구들 말로는 그사람에게 여자가 생긴것도 아니었고.. 아마도 군대 갈려면 제가 부담이 되어서 그런거 같다고..
그러더군요..
솔직히 그 사람... 부모님 이혼하시고 엄마와 동생과 셋이 삽니다. 그래서 가장으로서 역할땜에...
대학도 못가며 고3부터 돈벌어 집사는데 보태고 동생 학원보내 공부시켜 작년에 연세대 붙여놨습니다..
저희집.. 부잣집은 아니지만... 부족하지는 않고요.. 부모님사이는 물론 온 식구 전체가 너무도 화목하고 웃음소리만 나는 집입니다.
저는 대학 졸업해서 좋은 직장 다니고 있구요..
항상 이런 상황땜에 남친이 저에게 너무 미안해했고 가끔 나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 울며.. 보내줄테니 가라고..
그래도 우리는 정말 많이 사랑했습니다.
그 사람 부족한 용돈에도... 사소한 기념일 하나 빠뜨리지 않고.. 항상 이벤트로 절 감동시켜줬죠...
집으로며 학교로며 직장으로며... 꽃다발 배달은 항상 빼놓지 않았구요... 너무도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크리스마스날 사랑한다며 카드를 전해주던 사람이.... 크리스마스 다음날... 헤어짐을 통보하더군요...
만났죠.. 그리고.. 얘기도 하고.. 조금 걷다가 집에 들어갔습니다. 집앞에서는 꼭 껴안아 주더군요... 울면서...
저와 함께.. 울면서.... 조금만 참으라고... 자기 잊으라고... "정말 미안해... 에휴.. 어떡하냐.. 너 어떡하냐.."
이러면서...
전 너무 힘들었습니다. 1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많이 외롭고 그때를 잊지 못하니까요...
저는 물론이고.. 그 사람도 한달가량은 저에게 힘든 모습을 보여주더라구요...
새벽에 전화해서 울음 참는 목소리로.. 보고싶다 가끔 하고... 많이 취한날은 전화해 애교도 부리고.. 만나자 하고..
500여일 동안 거의 맨날 만나고 모든것을 공유하고.. 부부같은.. 그런 사이였으니까요.. 그 허전함이란..
그렇게 헤어지고는 다시 친구사이가 되자 약속을 했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가뭄에 콩나듯 연락하며 지냈습니다... 헤어지고 3개월쯤 뒤 연락이 왔더라구요.. 영장 나왔다고...
그래서 한번 만나 밥먹고.. 별말도 못한채 군대를 보내었습니다.
그리고는 100일휴가... 연락이 오더라구요... 만나자고.. 집앞으로 오겠다고..
그때 시간은 밤 10시.. 싫다 했습니다. 시간도 늦었고... 다시 만나면 내 맘을 다시 줘야할꺼 같아서..
근데 그사람 막무가내로 새벽 2시에 찾아와 전화합니다.
전 나갈 수 없다고.. 가라고... 전화도 안받고 해봤지만.. 뜬눈으로 밤을 새며.. 결국 새벽6시에 나가게 되었죠...
그 사람.. 저의 손을 잡고 데려간곳이.. 모텔... 하.... TV에서만 보던.. 물침대며 파란조명만 켜있는 방..
정말 졸려서 잠만 잔다기에... 저는 데려다만 주고 출근하려고 들어갔습니다.
아하하... 제가 미련한걸까요...
눕히고는 강제로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려 하네요.... 저는 한번 두번 밀쳐내고.. 일어나고 해봤지만..
그 힘을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울어버렸죠 누워서.. 옷을 벗기던 말던 만지던 말던...
그러니까 옷을 다시 입혀주데요... 미안하다며.. 눈물을 닦아주고는... 혼자 돌아누워 잡니다...
저는 출근하려 나왔구요....
그렇게 상처로... 그 사람은 제게 이제 못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싫은 사람이 아니라 못된 사람이었죠..
더불어.... 아직도 그리운 사람....
그리고는 시간은 흐르고.. 그 사람이 상병이 되었고... 한달전쯤 휴가를 나왔다고 연락이 왔네요..
영화보자는거 보고싶으니 만나자는거 다 싫다했습니다. 그때의 그 일이 악몽처럼....
그 사람도 전에와는 다르게 강요하지 않았고 떼를 쓰지도 않더군요...
그리고 그 사람이 복귀하는날 오후... 전화가 왔죠... 나 지금 터미널인데 얼굴만 보면 안될까.. 하고요..
저희집과 터미널은 5분거리.. 시간은 4시 훤한 대낮... 그리고... 1시간밖에 안남은 그 사람 버스 시간..
모든 상황을 볼때 나가도 되겠다 싶어 만났습니다...
좋아.. 보이더군요 모습이... 아니, 멋져.. 졌습니다. 예전보다 더...
그리고는 농담도 합니다. 군대에서 음식많이 배웠으니까(취사병이라네요..) 제대하고 다~ 해준다고..
자기가 집안일이며 애 돌보는거며 돈버는거며 다 해줄테니... 너는 애기만 낳으라고... 그렇게 같이 살자고요.
100일휴가때의 그날과는 너무도 틀리게... 그 사람 얼굴 표정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묻어나왔습니다.
전 진심을 믿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의 진심을 전 알거든요.. 확신하거든요...
30분정도의 어색하고 짧은 만남으로 그 사람을 보내고.. 전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메세지가 오더라구요... 잠깐이라도 얼굴 봐서 넘 좋았다고... 이제 소용 없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이 그리워진다고... 너랑 지냈던 시간들이 자꾸 생각난다고...
휴... 그래서 저는 "군대가면 많이 외로워서 그럴 수 있대.. 물론 생각날 수 있어.. 나도 가끔 그러니까...
너가 제대하고 나서도 같은 생각이면 그때 다시 말해줘.." 이렇게 보냈고요...
그리고는 그 사람.. 일이주에 한번씩 전화해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농담도 하고... 애교도 떱니다...
에휴....
제가 미련한거죠...
그 사람 외로워서 그런거죠... 여자가 필요한거죠....
알면서도 설레이는 저는 얼마만큼 바보이길래 이런걸까요.....
하지만.. 평생을 살면서 그렇게 사랑받고, 그렇게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다시 못만날꺼 같아 많이 두렵습니다.
그냥.. 평생 맘속에만 아주 깊이 넣어놓고... 살아가야 하는걸까요....
다시 만나면 더 큰 상처를 입을수도 있으니.. 그래야 하는거겠죠.. 그래야 제가 미치지 않은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