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
지난 토요일 아이들 방에 2층 침대를 넣어주며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있다.
청소라고 하지만 결혼 11년을 지나며 낡은 것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필요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가구 위치도 변경하며 이사를 하듯이 구석구석 쓸고 닦고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몸살이 나서 병원 신세까지 지고있다.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할머니와 어머니를 모습을 발견한다.
할머니는 지금 여든 아홉으로 키는 작지만 젊은날 상당히 미인이셨다.
열여섯에 가난한 청년인 할아버지를 만나 두분은 성품이 부지런 하셔서 땅을 한평두평
늘리리시며 팔남매를 키우셨다.
물자나 돈이 귀하던 시대를 사셨던 할머니는 뭐든지 아끼고 절약이 몸에 베이셨고 봄이
되면 들판에 흐드러지게 돋어 나는 봄나물을 뜯어 된장찌개에도 넣고 국도 끓이셨다.
봄나물을 적게 뜯어 와도 그것을 버리지 않고 음식에 넣으시던 알뜰한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그런데 예순 여섯 되신 나의 어머니는 할머니와는 다르신 분이시다.
성격이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시고 여장부 같은 분으로 무조건 아끼지는 않으셨다.
봄에 언니랑 내가 들에 나가 달래를 캐오면 그 양이 많으면 반찬을 하셨는데 적으면
거침없이 버리시고 다시는 나물 캐러 못가게 하시며 집에 얌전히 앉아 책을 읽게 하셨다.
어머니는 집에 필요없는 물건은 잘 버리셨는데 나는 돈을 주고 산것을 아깝게 왜
버리실까 결혼 전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나도 이젠 주부가 된지 11년이 지나서야 어머니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성격이 깔끔하신 어머니는 당장 필요없는 물건은 버려야 집안이 깨끗해지기 때문에 잘
버리셨던 것이다. 할머니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를 못하시고 알뜰하지 못한것으로
말씀하셔서 고부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셨다.
절약정신이 강하시고 알뜰한 나의 할머니..
깔끔하고 여장부같이 도전정신이 강한 나의 어머니..
나는 가난한 남편 만나 정말 열심히 알뜰살뜰 살아왔는데 결혼 11년이 되니 세간살이가
유행이 지나거나 보기에 남루한 것은 버리고 다시 산뜻하게 한산림을 장만하며 행복에
젖어있다. 아이들 침대를 사고.. 정수기도 사고.. 이불 베개등 침구 세트도 교체하고
내일은 시원한 모시메리 남편 잠옷을 한벌 사야겠다.
결혼초에는 할머니처럼 알뜰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거침없이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내게 나는 어머니를 만나며 친한 친구가 나를 여장부 같다고 해서 놀라기도 한다.
내게는 두 여인이 존재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시는 할머니와 하나를 사더라도
백화점 명품을 선호하시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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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선거하고 잠시 친정에 갔었는데 어머니는
세간살이를 왠만한 젊은이들보다 더 세련되게
꾸미고 사시는 모습이 딸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할머니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시시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