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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돈 문제가 얽히니...,

lyoco |2009.04.02 12:23
조회 1,074 |추천 0

아침부터 멍하니 출근하여 톡만 봤습니다.

정신없이 지나는 하루 바빠서 친구도 제대로 만나는 일상에 세상사는

이야기 보는 재미에..,벌써 1시간째네요...

그러다 문득..조금 망설여지긴 하지만, 저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조심스레 고백해 봅니다.

 

저는 결혼한 지 1년 좀 넘은 새댁입니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처음 몇 개월은 아니..., 이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순탄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었습니다.

생활비는 결혼하고 첫 달만 100만원을 받았지만, 그 이후

소소한 생활비, 공과금, 부모님 용돈 등은 제가 번 돈으로 충당했구요.

(집 근처 작은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요)

 

문제는..., 제가 직장생활 경험도 짧고, 재테크도 잘 몰라 결혼하고

비상시나 아이 낳을 때, 친정에 무슨 일이 생길 때 쓰려고 가지고 있던

결혼하고 남은 돈인 2000만원 가량 중 1500만원을 남편에게 재테크겸

맡기고 몇 개월 후 터졌습니다.

 

남편은 금융 쪽 일을 하는데, 잠시 돈을 융통하면 한달에 이자가 쏠쏠

할 꺼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망설이다가 몇달만~하는 마음으로

1000만원을 이체했습니다. 그 후에 500만원도요.

 

1000만원은 다달이 20만원이 꼬박꼬박 들어왔는데, 500만원은 채무자

가 사정이 안 좋은지 3달 밀리고 한꺼번에 이자 들어오고 또 안들어

오고를 반복하여,,,남편에게 빨리 회수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솔직히 다달이 들어오는 이자가 좋긴했습니다.

직장생활 + 간단한 알바만으로도 생활비랑 제 용돈 쓰고 저축하는데

부족한 건 없었지만,,, 쇼핑을 좀 더 해도, 좀 더 맛있는 걸 먹어도

더 여유가 있다 생각하니까,,기분이 좋더군요.

(여기까지 읽으시고 남편이 무슨 돈 놀이 하는 거라 생각하진

말아 주세요...)

 

그런데 문제는 남편의 사업에 급작스럽게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부터입니다. 사람을 잘못 믿어 한꺼번에 돈을 좀 잃은거죠.

욕심 많고 패기가 넘치던 남편은 한 순간에 절망했고,,,

20살 때부터 돈에 대한 집착과 꿈이 남달랐고 자신에 넘치던

남편은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전 옆에서 술 마실 때 위로를 해 주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곧 쓰라리지만 좋은 경험했다 딛고 일어날 것을 믿었고,

역시 남편은 없어진 돈에 목매느니, 다시 열심히 일해 메꾸겠다

는 생각으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작년 12월에 터졌습니다. 약간 미안한 듯, 하지만, 약간

장난스럽게~ " 나 니 돈 닦아쓸께~" 하는 겁니다.

그 순간 "그 돈이 어떤 돈인데???"하는 생각에...,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넘의 미국발 위기로 갑자기 나빠지는 경제상황, 어려워지는

일본 경기때문에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회사 사정, 항상 돈 때문에

힘들어 하는 엄마와, 낮에는 일하고 밤에 대학을 다니며 부족한

월급 쪼개가며 생활하는 남동생....,

장녀인 저에게 그 돈은,,,엄마가 일 쉴 수 없다고 걱정걱정하며

떠나게 된 여행에 몇 십만원이라도 드릴 수 있고, 동생에게

용돈이며 책값이며 보태줄 수 있는 자존심이었습니다.

 

결혼하고 이미 엄마에게 동생에게 500만원 가량을 드리고

남은 돈인 1500만원이 고스란히 날아간다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고, 하필 요즘같은 경기에 내 안 좋은 상황이

모두 겹쳤을 때 그런 말을 하는 남편이 너무 미웠습니다.

 

임신하기 전에 좀 저렴한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리라 기대에

부풀었던 연말은 제 생애 최대 우울한 연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부유하진 않아도 부족함 없이 자라 이런 내성이 부족한

저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우울함의 극치인 날이면 남편에게

무언의 시위를 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너무 미웠습니다.

나는 나름 착실하게 살았고 착실하게 모은 돈인데....,

사업하는 사람 눈에는 그깟 1500으로 보이나 보지?하는...

삐뚤어진 생각도 했습니다. 차마 말은 못하지만....,

 

하지만 어떤 때는,,,막말로 다니는 회사가 망하고 내가 유부녀로

다시 그럴싸한 직장에 못들어가더라도...남편만 내 옆에 있고 내 사지

멀쩡한데 아무데나 가서 일하면 되지라고 낙관적으로 생각되는 날도 있

었습니다.

 

사랑하지만,,,역시 현실 앞에선 이렇게 조금은 삐그덕되는 결혼생활

앞에,,,,제가 못나서 현명하게 못 이겨내는 것인지....,

철 없던 제가 결혼하고 참 많은 걸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지금 이 회사도 4월말이면 사업을 접어서 백조가 되구요.

지금 회사다니며 밤 11시까지 학원다니며 공부하던 것도 있어서..,

걱정입니다.

 

그냥..., 엄마한테도 친구한테도 속 시원히 할 수 없었던 이야기

구덩이 파고 외치는 심정으로 길고 긴 지루한 글을 썼는데...,

혹시 결혼하고 이러한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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