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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임게이(i'm gay) - #4-2

夜記(야기) |2004.04.18 14:57
조회 286 |추천 0

** 날씨좋은 주말입니다. 양화대교 넘어오는데 선유도 공원에 사람들 바글바글~ 가족끼리 연인끼리~ 에헹~ 부러워 **

 

 

 

 

준원의 의심을 무마하고 난 후에도 야기는 동호회활동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진이 한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미 그 사이에 그곳의 사람들과 상당히 친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한 주에 한 두번 인터넷상에서 만나고 전화를 몇 통 하는 것 뿐인데도 왠지 친하다라고 생각되는 건 역시 그들의 솔직함 때문일까. 아니면 소수자라는 동류의식이 그렇게 서로를 단단하게 엮어주는 걸까.

야기는 대책도 없이 그들과 연관을 가지는 자신에게 당혹하면서도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본래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토록 매력적인 줄 미처 몰랐었다. 현실과는 다른 자신, 꿈꾸던 자신으로 얼마든지 변신 가능한 마법의 거울을 손에 넣은 사람처럼 야기는 즐겁고 신이 났다.

아니, 그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아무 말없이 보고 있으면 꼭 이름을 불러준다.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아준다. 야기는 쑥스러움에 간지러워 하면서도 솔직히 기쁘다는 것을 인정했다. 말없이 친구들 사이에 묻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발견한 기쁨은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맹세코, 결단코!

순진하게 직장 따위를 나불대지는 않았으리라.

야기는 지금 눈앞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두명의 남자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으음… 메인은 뭐가 좋을려나? 형, 뭐가 맛있어?”

 

귀엽게 고개를 갸웃해 보이지 마. 넌 지금 훌륭한 남자라고.

여긴 인터넷의 챗방이 아니란 말이다!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야기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는 얼굴로 대답해야 했다.

왜 서빙을 제치고 자신을 불러다 그런 걸 묻고 있는 건데?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이 닭 한 쌍-아니 닭도 아깝다, 니들은 바퀴벌레야.- 들어오자마자 큰소리로 이야기씨를 찾는데요오~ 라고 했을때 이미 하늘이 샛노래지는 경험을 해야했다. 그리고 자리를 피하려는 야기를 붙잡아 오더까지 받게 만든 이 바퀴벌레들은 어쩌면 이렇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의 시선을 끄는지 야기는 벌써 수상한 눈초리가 뒤통수에 파바박 와 꽃히는 섬연한 감각에 당장이라도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다.

 

“오, 오늘의 쉐프 추천은 송아지 안심 필레야.”

“그으래? 그럼 난 그거. 울 자갸는 뭐 먹을래?”

“같은 걸로.”

 

무뚝뚝하게 말하면서 그렇게 느끼한 눈초리로 팔 같은거 문지르지 마. 질린 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그칠 줄을 몰랐다.

 

“헤헷, 야기형한테 울 자갸 소개시켜 줄려고 들렀지. 그때 내가 말했던 그 사람, 기억해?”

 

물론, 아주 잘 기억하고말고. 새

벽에 술 마시고 전화해서 고래고래 이름 부르면서 울었던 거 아직 잊지 않았다.

이를 갈아붙이면서도 야기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헤헤, 그땐 미안했어. 그래도 전화할 사람이 야기형밖에 생각 안 나더라고.”

 

귀여운 척 눈을 동그렇게 뜨는 이 녀석은 바로 처음 정팅때 친해져서 특유의 붙임성으로 야기랑 말까지 트게 된 대화명 디키, 본명 신현욱, 넷상과 현실의 괴리가 전혀 없는 특이한 인간이다.

그리고 그 앞에 앉은 무섭게 생긴 사람이 바로 현욱이 언젠가 넘기고야 말겠다고 부르짖어왔던 이름만 친숙한 남자, 김민석이었다.

드디어 통했다고 전화로 주절거릴 때만 해도 진심으로 축하해줬던 야기였지만 이렇게 떡하니 현실로 찾아들어 온 순간 아찔함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늘 울 자갸랑 외식하려는데 갑자기 형이 이 근처에서 일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일부러 형 찾아왔지, 얼굴도 볼겸. 나 잘했지?”

“응, 퍽 잘했다.”

“그만둬, 야기씨 불편해 하시잖아.”

 

묵직하게 끼어드는 목소리에 야기는 놀라서 민석을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저 녀석도 저도 좀 들떠서 야기씨 입장을 생각 못 했네요.”

“아, 아닙니다.”

 

날카로운 눈을 한 남자는 야기의 안절부절하는 태도에 감을 잡았는지 정중하게 사과를 해왔다.

그러나 그 눈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분노의 빛에 야기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자리를 물러나오고 말았다. 먼데서 살피니 눈에 띄게 풀이 죽은 현욱과 그를 달래는 민석의 모습이 보여 야기는 그만 가슴을 부여잡고 말았다.

 

“내가 심했나. 알아챌 정도로 티가 났을까.”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야기는 그들의 슬픔과 소외감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 왜 사람들이 그렇게 그들을 백안시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어 했으면서 막상 자신의 일로 닥치니 똑같이 대하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야기를 괴롭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누구든지 자신같이 당황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어 봐도 꿀꿀한 기분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매니저님 손님 가시는데요.”

 

약간 굳은 얼굴로 다가온 직원이 말을 할때도 야기는 그저 멍하니 뒷모습을 훔쳐볼 뿐 나가서 인사할 용기는 내지 못했다. 손도 안 댄 식사를 그대로 두고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왠지 너무 슬퍼 보였다.

그리고 뭔가 탐색하려는 듯 거리를 두고 서서 야기를 살피는 직원의 차가운 시선에 더욱 슬퍼졌다.

 

그날 이후 야기는 끊임없이 시선에 쫓겼다.

불편한 마음으로 돌아서면 무언가 수근거리던 직원들은 일제히 시선을 피해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다가 또 저만치에 모여서 야기를 보며 속삭였다.

야기는 점점 쌓이는 악의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그저 모르는 척 할 뿐이었다.

 

 

 

“형!”

 

기말시험으로 작품제출이라고 일주일 휴가를 냈던 효윤이 상큼한 얼굴로 야기에게 달려왔다.

효윤이 없는 동안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야기는 그야말로 왕따가 되어 있었다.

야기를 무슨 병자나 불길한 어떤 것으로 대하는 직원들의 거리감에 처음에는 당혹하고 화도 났지만 이제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딱딱하게 한 걸음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에 익숙해가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야기는 효윤의 살가운 목소리에 눈물이 핑 돌았다.

 

“뭐야, 얼굴이 왜 그래?”

 

놀란듯 얼굴을 두 손으로 잡는 효윤이에게 우는 얼굴을 보이긴 싫었다.

아무리 자신이 멍청하고 칠칠치 못한 녀석이라 해도 남자는 남자다.

이런 일로 스무살도 넘은 남자가 울다니, 정말로 창피했다.

 

“형?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었어?”

 

효윤은 애가 탔다. 늘 조용하게 웃는 얼굴로 사람을 맞던 야기가 우는 모습을 보이다니…더구나 나이어리다고 해서 책잡히지 않으려고 긴장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야기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효윤은 조금 쓰린 결론을 도출해내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묻고 싶었지만 지금 야기한테 할말이 아닌 듯 해서 효윤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미안. 나 좀 씻어야겠다. 요즘 내가 좀 이상해. 지금 본 건 잊어주라. 미안.”

 

비틀비틀 자신의 옆을 스쳐가는 야기를 효윤은 잡지 않았다.

어떻게든 추스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붙잡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차라리 모른 척 해주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감정이 원인이라면 주위의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귀찮기만 하겠지.

잘 됐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한 순간에 효윤은 자신을 꾸짖었다. 그 정도로 바닥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그런 걸 바랄 정도로 내려가진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을 한 자신에게 질려서 효윤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맹세를 시켰다.

락커룸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주현이 다가오더니 뭔가 굉장한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더니 효윤에게 손짓을 해 옆으로 불렀다.

 

“언니, 쉬는 시간이야? 근데 왜 여기 와있어?”

“쉿, 너는 모를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니까 들어둬. 지금 가게 분위기 난리도 아니다.”

“무슨 일 있었어?”

“너는 매니저님이랑 친하니까 미리 알려주는 거야. 매니저님 가게 그만 둘지도 모른대.”

“그게 무슨 소리야? 그만 두다니?”

 

효윤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현을 다그쳤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효윤은 야기가 이곳의 사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삼촌으로부터 언질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늘 야기를 보고 있다보니 어느샌가 저절로 알아진 사실이었다.

눈치를 채고보면 얼마나 어설픈지 웃음이 날 정도로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장이 가게를 그만 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직원들은 야기를 단순한 매니저로 아니까… 그럼 그만 둬야할만한 일이 일어났다는 뜻일까?

 

“말해봐, 언니. 대체 무슨 일인데? 답답해.”

“그게 말야… 매니저님이 호모였다나봐.”

 

효윤은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야기의 사정을 알고 있는 건 가게에서는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어리숙한 인간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나 싶어서 생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누가 봤대?”

“어머나, 굉장했어. 너, 휴가 들어간 바로 그 다음날, 매니저님 이름 대고 손님이 들었는데… 세상에, 척 보기에도 딱 티가 나더라고. 그리고 매니저님을 불러서 이야기를 하는데 들으니까 애인이니, 자기니… 그거 엿들었던 영환씨는 너무 놀래서 청심환까지 먹었다니까.”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매니저님은 완전히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우리 눈치만 보고 손님들은 그걸 알았는지 밥도 안 먹고 그냥 가버리더라.”

 

효윤은 안타까움에 앞서 분노가 타올랐다.

멍청하게 직장에까지 들이닥치게 한 야기에게 화가 났고 그 사실만으로 일주일 동안 야기를 힘들게 했을 사람들에게,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화가 나는 것은 여기까지 쫓아온 걸로 부족해서 야기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 그 한쌍이었다. 자신들의 입장이 불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데 멀쩡하게 직장 다니는 사람, 그것도 이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 앞에 나타나서 남들 눈에 띌 짓까지 하다니 과연 그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싶었다.

누구보다도 시선과 차별에 힘들어 하는 것은 그 자신들이 아니냔 말이다.

 

“그래서 매니저님 따돌린 거야?”

“따돌리기보다는… 기분 나쁘잖아.”

“기분이 나빠? 게이가 격리 수용할 전염병자야, 아님 감금해야 할 정신병자야?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쁜데? 그 사람들이 당신들한테 뭘 어쨌다고?”

“야, 효윤아, 왜 그래?”

 

어이없는 얼굴의 주현을 놔두고 효윤은 앞치마를 집어든 채로 락커룸을 박차고 나왔다.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도 이제는 불확실하게 되었다.

처음엔 얼굴이 핼쓱해 지도록 야기를 밀어낸 사람들에 대한 분노였던 것이 이제는 거짓말로 방편을 삼아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야기에게로 향했다.

이런 식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둘러서 사람들의 경멸과 혐오를 받는 야기에게 동정해선 안 되었다. 그러기에는 우진에게 미안했다.

입학했을 때 그렇게 말렸어도 더 이상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며 커밍아웃을 하고 집에서 쫓겨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진에게 미안해서라도 야기를 동정할 순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고 인과응보라고 잘라 말해도 여전히 가슴은 아프고 쓰리다.

일주일만에 얼굴이 반쪽이 된 야기 때문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정말로 숨을 쉴때마다 숨자락이 찢겨 너덜너덜해진 살덩이를 긁어내는 것처럼 그렇게 아팠다.

분노와 연민이 뒤죽박죽되어 혼란스럽기만 했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불길이 치솟아 귀로, 입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던 야기가 효윤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아직도 눈가가 벌갰다.

 

“효윤아…”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는 야기가 너무 짜증스러워서 효윤은 그대로 그의 등을 때렸다.

오늘따라 야기는 맞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퍽퍽퍽, 암팡지게 이를 악물고 숨이 찰 때까지 때리고 나서야 그 등에 머리를 기댔다. 자꾸만 눈이 빠질 것처럼 아파서… 눈도 감았다.

 

“바보야, 감당하지 못할 짓 좀 하지마. 머리도 나쁘고,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말썽을 부려. 왜 제대로 좌우할 수도 없는 말썽을 피워. 왜 그렇게 보는 사람 힘들게 만들어, 왜?”

 

야기는 효윤의 온기를 등으로 느끼며 말없이 서 있었다.

차갑기만 한 공기에서 와닿은 사람의 체온은 섬연한 감각이었다.

강렬하게 다가온 체온에 당혹감을 느끼면서 야기는 등줄기로 번져가는 축축한 느낌에 멈칫 효윤을 밀어내려던 손을 거두었다.

눈물? 하지만 왜?

아무리 고민해봐도 대답이 나오지 않을 질문을 앞에 두고 야기는 그렇게 굳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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