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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emiclassic 365일 빈터-- 총알은 돈다.
홍이가 고등학교 이 학년이 될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았다.
옆에 나란히 앉아 공부하는 홍이의 머리카락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한 과일 샴푸 냄새가 자꾸만 현기증
나게 했고 깊이 패인 티셔츠 목선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풍만한 가슴이 때로는 눈 둘 곳을 찾게 했다. 학
생들과 홍이를 데리고 유적지 답사를 떠난 날은 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는 홍이 걱정에 깊은 잠을 자지 못
하고 방문 앞을 서성였다. 대학 입시를 준비 할 때도 누구 보다 더 속이 탔던 것은 세호 이었다. 피곤해서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홍이를 격려하고 챙기면서 대학에 보냈다. 어쩌면 세호에게 홍이는 잘 다듬어둔
자신의 작품 같았다. 어느 달 밝은 가을날엔 창가에 기대서서 달을 보면서 너무 외로운 자신에게 사랑의
신 에로스가 선물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이 만들어둔 홍이라는 인형이 어느 날 멋진 여자로 살
아나 자신에게로 와서는 꿈같은 사랑을 나누는 공상을 하다가 놀라 머리를 흔들곤 했다. 그런 날이면
애꿎은 담배 연기만 하늘로 날려보내는 그런 바보 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 세호, 세호는 내게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예요?'
' 내가? 잘하는 거야. 이렇게 발에 맞는 구두를 사주고 , 구두에 어울리는 옷을 사주면, 그러면 잘하는 거
야. 난, 그저 아씨를 내게 맡겨진 책임같이 생각해. 신이 내게 뭔가를 맡겨 주신 거야. 그리고 이학장님께
은혜를 갚을 기회도 생긴 거야. 아씨, 아씨는 아름답고 영리하고 씩씩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아씨가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스스로 지켜주길 바라는 거야. 세상의 평범한 집의 여자들처럼 당당한
여자가 되기를 바래. 그게 다야.'
' 세호, 그건, 내가 고아이기 때문인가요? 세호처럼 나도 고아라서, 어쩌다 이집으로 딸처럼 들어오게
된 가여운 처지라서 그런 거예요? 때론 나를 이렇게 앉혀 놓고 내 발에 맞는 구두를 직접 골라서 신겨 주
는 세호를 보면요, 세호가 마치 나를 온실의 화분처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저, 책임감 때문
이라면 제게 너무 잘해 주지 마세요. 궁금해요.
세호는 정말 날 아씨로 그리고 제자 이상으로는 생각 안 하시는 거에요?'
' 아씨, 난 내 학문과 결혼했어요. 남들이 고리타분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말이죠. 이미……그리고 난 사
랑이라던 지, 여자를 믿지 않아요. 내겐 사치스러운 감정일 뿐이니까. 그리고 아씨는 아직 어려요. 내가
아씨에게 여기서 뭘, 더 해줘야 하지요?’
‘ 하긴, 세호는 나를 사랑하는 건 아닌가봐요. 만약 그랬다면 뭔가 감정이 있었겠죠.
유유와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세호에게 뭘 바래요? 치만, 웃긴 건 유유 오빠도 세호 같은 말만해요. 난
아직 그 흔한 첫 키스도 못해봤어. 룰룰루~ 쪽팔리지 뭐야. ’
' 이런, 아씨 고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면 안되지.'
' 맞아, 난 열라 순결하고 고귀하지. 세호는 더 열라 존귀하시고. 쳇!'
진실을 말하자면 , 세호는 어린 홍이를 그저 가여운 동생으로 제자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 하
고 있었다.
처음, 전혀 다듬어 지지 않은 홍이의 맑은 눈을 보았을 때 욕망을 느꼈었다. 자신이 가르치고 가꿔서 아
름답고 훌륭한 재원으로 만들어 보리라. 아니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보리라는 생각이 홍이를 끊임없이
다듬고 가르치고 가꾸게 했다.
말똥말똥한 눈으로 세호의 이야길 듣고 있는 홍이를 볼 때면 처음 민하 아버지, 이학장의 손을 잡고 서울
로 올라오던 날이 생각났다.
민하를 처음 보던 날, 세호는 민하가 그냥 아무것도 차리지 않아도 빛이 나는 것이 느껴져 주눅이 들었
다. 세호가 많이 노력해야 아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민하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가진
자는 애쓰지 않아도 그냥 알 수 있고 그냥 가져 지는 것이란 것을 민하를 통해 알때 마다 세호는 절망감
에 휩싸였고 그래서 결국 세호는 노력하는 것을 택했다. 민하가 하나를 볼 동안 두 개 세 개를 보았고 민
하가 여섯시간 자면 세호는 세 시간 만을 자며 성실하게 공부했다. 홍이를 키울수록, 홍이를 아름답게 가
꿀수록 어느 날 인가부터 민하가 돌아와 홍이를 쳐다 볼까봐 두려웠다.
그처럼 홍이 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고 마음을 비우려고 애썼건만 결국 그날 세호의 심장을
뚫은 총알은 심장에 박혀 돌고 있었고 돌수록 더 큰 상처를 내고 있었다.
세호는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민하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받자마자 이층을 비워주고 세호는 일층 서
재로 내려왔다. 민하 아버지의 지시로 이층을 대대적으로 수리했고 그곳의 모든 가구도 세호가 골라 넣
었다. 홍이와 민하의 신방을 꾸며 주면서도 세호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때까지도 세호는 미처 모르고 있
었는지, 아니면 그저 외면하고 싶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때까지는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집안에는
민하를 환영하기 위해 가든파티를 준비하는 요리사들로 붐비고 집안에는 이미 손님들이 가득 차기 시작
했는데 , 공항에서 돌아와 땀에 젖었다고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는 홍이는 이층으로 올라가 아
직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서 민하 역시 옷을 갈아입겠다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세호는 오피스텔을 얻어 나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홍이의 오피스텔을 먼저 구해 주고 싶었다. 엄밀히
말하면 홍이를 데리고 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이 집안에서 자유로와 진 홍이를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 누
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은 홍이를 ……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세호의 신경은 계속 이층으로 가있었
다. 가슴에 박힌 총알이 돌고 있었다. 순간 세호는 총알이 들어 갈 때 구멍은 작아도 나올 때는 돌아서 나
오므로 구멍이 엄청 나게 크게 뚫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총알이 지금처럼 심장에서 계속 돌고 있다가는
결국 심장을 모두 파먹어 버릴 것이다. 그 갑작스런 깨달음은 세호를 깊은 슬픔의 나락으로 끝없이 옷깃
을 붙잡고 끌어들이며 침몰시키고 있었다.
★ ☆ ★
홍이는 샤워를 마치고 긴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여느 때처럼 물기를 닦고 침대 위에 갈아입으려고 펼
쳐둔 속옷과 드레스를 갈아입으려고 욕실 부스를 나갔다.
서둘러야 하겠다는 생각에 별 생각 없이 머리를 감쌌던 수건도 화장실 세면대위에 던져두고
욕실 문을 나섰던 것인데 하필이면 그 순간 파티에 어울리는 반짝이는 질감의 검정색 양복에 눈부시게
흰 셔츠로 갈아입은 민하가 커다란 리본으로 묶인 선물 박스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얼어
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벗은 채 알몸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나오는 홍이의 벗은 몸을 보는 순간 앞이 아득해 지는 것 같
았다. 물에 젖은 긴 머리카락에서 풍겨 나오는 과일 향의 샴푸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워 민하의 신경을
자극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홍이의 빛나는 검은 빛깔의 풍만한 육체가 민하를 현기증 나게 했
다.
“ 아~~아아악~~~ ”
홍이의 충격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너무 놀라 숨을 쉬지 못해 그 자리에서 푹 꼬
꾸라졌다. 민하가 상자를 내려놓고 그런 홍이를 가볍게 안아 침대 위에 놓인 이불이며 베개 옷, 그 모든
것들을 걷어내 버리고 홍이 만을 내려놓았다. 하이얀 시트 위에 놀랍도록 늘씬하고 아름다운 홍이의 까
맣게 빛나는 몸을 뉘었다. 잘 조각 해둔 듯한 홍이의 수줍은 알몸을 보며 민하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
다. 우선은 호흡하기 좋게 기도를 확보하고 몸을 주물러 주었다.
“ 숨 쉬어, 숨을 쉬어봐. 그래 야지, 그래 옳지.”
홍이가 조그만 숨을 내쉬며 다시 놀란 커다란 눈을 번쩍 뜨자 또다시 괴성이 터져 나올까 두려워 민하는
얼른 입술로 홍이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깊이 깊이, 더 깊이......
홍이가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지만, 이미 그 소리는 뜨거운 민하의 키스가 삼켜버리고 있었다. 어느새 침
대 위에 올라와 홍이의 벗은 몸을 누르고 있는 민하의 몸은 빠르게 벗겨지고 있었다. 하이얀 실크셔츠사
이로 급하게 드러난 민하의 가슴은 단단하고 건장했고 홍이의 손이 그 가슴을 밀어내느라 손톱을 새울
때 그 날카로운 느낌이 급하게 민하의 바지를 벗기며 그 단단한 멋진 엉덩이를 드러냈다. 민하의 혀는 끈
질기게 반항하는 홍인의 혀를 놓아주고 홍이의 목덜미를 핥았고 곧이어 당돌하고 자신만만하게 민하의
눈길을 사로잡고있는 홍이의 봉긋 솟은 유두를 한 움큼 입에 물었다. 민하의 입안에서 홍이의 포도 알이
구를 때마다 홍이의 몸이 치를 떨었다. 그리고 신음소리와 함께 작은 소리로 애원을 토해냈다.
“ 아~ 음~ 제발, 제발, 강제로 하지 말아요. 네, 싫어요 . 나빠. 나쁜 사람이야. 무서워요. 네. 이러 지 말
아요. ”
“ 멈출 수가 없어.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지. 피부가 미끄러지는 것 같아. 너무 아름답다. 우리
색시......멈출 수가 없어.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민하의 뜨거운 입술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홍이는 불에 데인 것처럼 작은 신음을 참으며 몸을 틀었고 그
런 수줍은 홍이의 몸부림이 더욱 민하를 흥분하게 했다. 민하의 건강한 상징은 돌진하기를 격렬히 원하
고 있었다. 홍이의 매끈한 다리를 벌리고 단단한 민하의 상징이 홍이의 중심부에 다 았다. 민하의 엉덩
이에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나 했더니, 홍이가 날카롭게 민하의 등을 할퀴며 비명을 질렀다.
“ 아아~악! 아파요. 아파, 아파, ”
“ 미안해, 미안해, 사랑해. 널 사랑할 것 같아. 많이 , 미안해. 안 할게 . 참는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난 4
년 아버지가 보내준 네 사진을 보며 참았다. 미친 듯 공부만 했어. 이상하게 떠나가 있는 동안 우습게도
말이지, 네가 …… 그래, 너를 그리워했어. 밤마다 너를 안는 꿈을 꾸었어. 내 여자야. 넌……”
“ 싫어, 당신이 미워. 세호! 세호! 도와줘요. 세호!”
“ 넌, 곧 내 이름을 부르게 될 거야. 나, 이 민하, 넌 내 꺼야. 너의 눈이 떨고 있잖아. 나를 사랑하게 될 거
야. 분명히, 아니면 내 입술이 닿을 때마다 그처럼 떨림이 왔겠니.”
“ 미워 할거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난 다른 사람을 사랑해.”
“ 너를 주려고 드레스를 사왔어. 미국에서 제일 좋은 거리에서 사이즈는 세호가 가르쳐 줬으니 맞을 거
야. 입고 내려가자.”
깊고 뜨거운 그 무엇이 홍이 안에서 치밀어 올라왔다. 숨이 멎을 것처럼 아팠다.
그곳보다 더 아픈 곳은 가슴에 있는 세호의 자리였다. 그 자리를 총알이 와서 박혔다. 그 통증은 너무나
큰 것이어서 가슴이 멍해져 있었다. 아직은…… 아직은 홍이는 몰랐다. 그 가슴에 박힌 총알이 돌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홍이가 세호를 외쳐 부르며 격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을 때 그 방문 밖에서는 세호가 귀를 틀어막고 있
었다. 피를 토할 것 같았다. 피가 모두 거꾸로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다.
놀라서 펄쩍 뛰며 들어 갈 뻔한 것을 간신히 문고리를 잡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는 방안이 조용해지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단을 내려갔다. 진땀을 흘려 안경이 자꾸만 미
끄러지고 있었다. 땀이라도 생각했다. 눈물은 아니라고, 단지 땀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아니라고 단지,
그저 아껴주고픈 것이라고 민하 앞에서는 주눅들 수밖에 없는 초라한 자신이기에, 이층 홍이의 옆방을
비워주고 서재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자신이기에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돌던 총알은 이제
괴성을 지르며 더 빠르게 돌고 있었다.
★ ☆ ★
잠시 쉬려고 마당 한쪽 벤취에 앉아 있을 때 천천히 빨간 원색의 화려한 실크 드레스에 빨간 구두를 신은
홍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홍이의 옆에는 훤칠한 키에 이제는 그 청년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다다른 듯 보
이는 민하가 당당하게 버티고 서있었다. 세호는 갑작스레 자신이 몹시 왜소하게 느껴졌다.
흰 원피스 드레스를 시원하게 차려입은 주빈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옆에 앉았다.
“ 세호씨, 이번에 답사 가는 길엔 누구를 데려 갈 거예요? 나도 데려 가면 안돼요?
같이 가고 싶어요.”
“ 남도쪽을 다 돌아볼텐데, 시간이 오래 걸릴걸. 방학을 이용해 떠날 거야..
남도 월출산, 도갑사, 월남사터, 땅끝마을 두륜산 대흥사까지, 주빈이는 힘들어서 못 가.
아씨도 가보지 못했으니, 아씨나 같이 가야지.”
“ 아뇨, 이번엔 다를걸요. 가서 마실걸 가져올게요.”
주빈이 마실걸 가지러 가고 홍이가 천천히 다가와 세호의 곁에 앉았다.
풀죽어 있는 홍이의 모습에 한마디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미워서 화가 났
다. 또 가슴에 박힌 총알이 돌고 있어 아팠다.
“ 세호, 세호, 나 세호 등에 기대서 쉬고 싶어요.”
세호는 고개를 숙이고 애써 마음에 이는 경련을 누르며 속삭이듯 말했다.
“ 아씨, 내 차에 가있어요. 내가 곧 갈께요.”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건네주자 홍이가 아무 말 없이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세호도 그 뒤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틀림없이 민하가 둘이서 함께 없어진 것을 알 것이다. 천천
히 걸어 나와, 먼저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홍이를 바라보면서도 그저 담담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미안해요…… 세호 , 여러 가지로 늘 귀찮게만 하네요.”
“아씨가 나한테 미안해 할 여유가 있으면 기분이 최악은 아닌가 보군.”
“우리 어딘가 가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세호는 망설이고 싶지 않았다. 난생처음 세호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해둔 규칙을 어기는 일을 말이다.
차에 앉아 홍이에게 밸트를 해주려고 다가갔을 때 홍이 가슴에 얼굴을 묻어 오며 물었다.
“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건가요?”
아무런 말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밖으로 달렸다. 거대하고 삭막한 도시의 불빛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안
경이 자꾸만 흘러내리는 것은 땀이 나서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아껴주고픈 마음일거라고 생각했다
“미안해.”
세호가 말했다. 홍이의 가슴이 후드득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뭐가요…?”
“내가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해서…… 그러면서도 너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세호는 지금, 내가 당신 때문에 혼란스러워 할까 봐…그게 미안하다는 거군
요. 내가 세호를 향해 가지는 이런 감정이 뭘 모르는 혼란이라는 건가요? .
“그래,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 질거야.”
세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세호 맘! ”
“내가 늘 옆에 있을 거야. 지금처럼 말이야. 내가 그림자처럼 , 언제나 …… 알았어…?”
“지금처럼…그렇게요 앞으로도 내내…? 언제나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그렇게 말인가요?
언제가지요?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세호가 자신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홍이의 보조개가 쏘옥 들어가는 볼을 톡톡 두드렸다. 홍이는 말없
이 세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힘없는 슬픈 미소가 스쳐 가는 그 얼굴을.
“왜……? 그런데, 세호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 내 마음만 이렇게 아파요. ”
세호가 아주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런 눈을 하고 있는데? 왜 ? 그런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 너 왜 이렇게 초조 한 건
데?”
“내가요…?”
“아까부터 쭈욱 그렇지 않아?”
“피곤해. 세호 등에 기대고 좀 잤으면 좋겠어요……”
“이리와, 자 내게 기대고 잠시 자..”
허밍으로 흐르는 세호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와 가슴이 에었다. 차가운 얼음조각 같은
슬픔이 피를 타고 온몸을 떠돌았다. 조용히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기대오는 홍이를 안고 세호는 슬펐다. 안경이 자꾸만 흘러내리는 것은 땀이 나서라고 생각했
다. 사랑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아껴주고픈 마음일거라고 생각했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