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오운 / 1997
감독 : 알란 파큘라
주연 : 브래드 피트, 해리슨 포드
IRA를 소재로한 영화입니다만, 어떤 영화로 분류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 분위기는 알란 파큘러 감독의 성향 탓인지 느와르 풍의 성격을 띄고 있더군요.
Devil's Own - 제목을 굳이 번역하자면 저주 받은 운명 쯤 될까요...
재미 있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고, 그것이 제작 과정에서 주연배우들의 알력으로 시나리오가 수정되면서 이도저도 아닌 좀 김빠지는 영화가 되는 바람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지만,
과격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알려 진 IRA 대원들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조금 색다른 시각이 무척 인상 깊었던 영화였죠.
영화가 망가진 가장 큰 이유라면,
알란 파큘라 감독은, 해리슨 포드가 말론 브란도나 로버트 드 니로처럼 몇 커트 나오지 않더라도 묵직한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지탱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해리슨 포드가 당시 한창 떠오르는 신예 브래드 피트에게 경쟁 의식을 느끼면서 시간 배정을 늘려 주기를 요구했고, 때문에 시나리오가 수정되어 필요한 장면들이 빠지고, 불필요한 장면들이 삽입되는 바람에 좀 맥빠진 영화가 됐지요.
감독은 엉클 샘의 이미지를 위해 해리슨 포드를 캐스팅했으나, 그를 위해 시나리오가 수정되어 흥행까지 참패하는 미스 캐스팅이 되고 말았죠.
- 해리슨 포드 팬들께서 욕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
그러나, 테러리스트 IRA 보다는, 그들의 인간적인 애환과 비극
IRA 특공대장인 브래드 피트를 중심으로 들려 주는, IRA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에 가해지는 잔인한 비극에 무척 마음이 아팠던 영화였죠.
전쟁 영화광으로서 약간만 주절거리면,
영화 초반에 IRA와 영국군 들과의 교전씬이 나오는데, IRA대원들의 전투 모습은 아주 교과서적입니다.
예봉을 꺽기 위해, 영국군 사복 특공조의 승용차가 멈춰 서자마자 사살하는 장면,
건물 안에서 쉴 새 없이 이 창문 저 창문으로 위치 이동을 하면서 응전하는 모습,
영국군의 강습 돌파를 이미 읽고서 기다렸다가 사살하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 등은 잘 만든 전쟁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 소규모 전투에서 강습 돌파라는 것은, 상대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곳에 폭탄을 터뜨려 진입로를 열고 기습적으로 돌파하며 공격하는 것인데, 영국군이 그렇게 돌파하기 위해 폭탄을 터뜨리자 브래드 피트가 이것을 읽고서 폭탄 연기 속을 주시하며 기다렸다가 사살하는 것이죠. -
한편, 영화 초반에 "F" 발음이 제법 나오는데, 기이하게도 그에 대해 거부감이 별로 안느껴지더군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라면,
브래드 피트와 그 IRA 친구가 미국에 건너 와서 개구쟁이들처럼 어울리는 모습,
인형처럼 예쁜, 영화속 해리슨 포드의 딸내미가 브래드 피트에게 청혼(?)하자 브래드 피트가 정중하게 거절하는 장면 및 그 가족들과의 파티 장면,
브래드 피트가 죽은 옛친구의 여동생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는 모습 등인데...,
그것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러한 행복은 프랭키 맥과이어(브래드 피트의 영화속 아일랜드 이름)에겐 운명적으로 박탈된, 결코 가질 수 없는 행복들이라는 것이죠.
제목 그대로 Devil's Own......
영화가 끝나고서
엔딩 자막과 함께 This War Is Over라는 아일랜드 민요가 흘러 나오며, 그 노랫말들이 귓가에 전해지자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촉촉해지더군요.
우리 세대들이 겪지 못했다고는 하더라도,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나라도 독립투쟁이라는 피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터라,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고,
더욱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해 졌던 것은,
프랭키 맥과이어는 자유를 얻었지만, IRA전사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죠.
This War Is Over
Take off my things.
Carry my sword.
I won't need it anymore.
Find me a sky.
Give me my wings.
Frozen and broken, but free.
Tell them I'm all right.
I'm coming home.
Tell them I'm all right.
I am alone.
This war is over.
I'm com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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