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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산책 18

바른손 |2009.04.15 10:12
조회 145 |추천 0

회상시제

 

오리나무

오목샘에서

물동이 이고 오던 사람

 

부뚜막 물항아리

바가지로 박박 긁어

바닥까지 비워 주던 사람

 

아궁이 솔잎가리 연기

눈물지며 풀무질해서

가마솥 밥 지어주던 사람

 

밥상머리 찬거리 올려주고

따순 숭늉 내어주며

눈시울을 붉히던 사람

 

 

최기종 시집 <<나무 위의 여자>> 중에서

 

 

 

군말

 

부부 사이에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 요즈음 사랑이라는 것이 너무 얄팍하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부 사이의 사랑을 단순히 주고 받는 거래 관계로 보지 말고 아무런 조건 없는 헌신으로 바라 볼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없는 위인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남성 중심 세태가 몸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내 어렸을 때는 부엌일이나 청소하고 빨래 하는 것이 모두 여자들의 일이었다. 어쩌다 그런 일을 하다가 발각되면 주위 분들의 타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현대는 남녀 동성시대이다. 가사나 육아 일을 누가 한다는 식으로 구별하지 않는다. 경제 활동도 마찬가지다. 호칭으로 안사람, 바깥사람 이렇게 부르지만 일의 범위를 한정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사랑이라는 것이 상부상조의 관계로 이해되다 보니 그 신성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래서 가부장적인 억압이나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서 참사랑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물론 그 대상이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내일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니면 동일시로 보아도 괜찮다. 이런 아가페적인 사랑은 너무 감동적이고 눈시울 붉어지게 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고전적인 착상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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