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날씨 한번 화창한 4월의 토요일 오후.
항상 토요일 오후의 종로가 그렇듯 오늘도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이겐 포스트 앞에는 인진처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서성임으로 혼잡하였고, 그나마 잘 보이는 곳에서 인진은 1시간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툭’ 하며 어깨를 치는 누군가 때문에 인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준이였다.
그는 항상 약속시간 보다 1시간 늦었다.
정확히 한 시간....
그걸 알면서도 매번 인진이 제 시간에 도착하여 미리 그를 기다리는 건 항상 마음 잡지 못하고 떠도는거 같은 시준의 마음을 알아서 였을지도 모랐다.
약간 비스듬하게 쓴 모자에 폭이 넓은 힙합바지. 팔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팔찌....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아무도 그를 군인이라 생각하지 않을 옷차림이였다.
“군복 입고 올줄 알았어.”
“사람들 많은 종로 바닥에서 그것도 날씨좋은 토요일 오후에 내가 군복입고 올꺼라고 생각한 거.... 아이러니하지 않어? 적어도 날 아는 너라면 말야.”
인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시준은 말했다.
그랬다. 사람들의 시선을 끔찍이도 따지는 시준으로써는 그의 말처럼 사람많은 종로의 주말에 군복을 입고 올리 없었다. 하지만 인진의 입장에선 그가 군복이라도 입고 와 주길 바랬다.
큰 키에 시원 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 남들보다 좀 튀는 의상스타일 덕분에 그는 항상 어디를 가든 주목 받는 스타일이였고, 그가 군인이 아니였을때도 그랬지만 군인인 지금도 인진의 불안감은 매한가지 였다.
먼저 저만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시준의 뒤를 놓칠세라 인진은 발걸음을 재촉해 그와 두 세 걸음 쯤으로 거리를 좁혔다. 시준은 그런 인진을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근처 생과일 집으로 들어갔다.
생과일집 안에는 때이른 에어컨이 돌고 있었고, 드문 드문 남녀 짝을 이뤄 앉아있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다 똑같아 보였다. 세상이 온통 핑크 빛으로 보인다는 저 표정...
인진은 자기가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이 언제 였는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어느새 창가쪽에 자리잡은 시준의 앞에 앉았다.
주문을 받으러 온 아르바이트 생에게 시준은 ‘키위쥬스 2개요’ 라고 말했다. 항상 인진의 의견 따위는 물어보지 않았다. 언제나 중요한건 그였으니깐.
그가 처음 인진에게 다가왔었을때의 당당함 처럼... 인진에게 그는 항상 당당했으며 거만했다.
연초록 빛의 키위쥬스가 앞에 놓여졌다. 한참을 아무말 없이 키위쥬스를 바라보던 인진이 말했다.
“그동안 왜 연락 없었어?.... 휴가 나온지 꽤 됐잖아.. 내일이 복귀면 말야..”
“날씨 참 좋네.”
“다음달 3일이 우리 사귄지 5년째인건 알지?! 너 이번달 말이 제대니깐 ... 제대 파티겸 우리 5주년 기념 모임 가지기로 했어... 괜찮아?”
“우리 헤어지자!”
“.............”
인진의 물음에 동문서답하던 시준의 입에서 나온 말....
미리 예감은 하고 있었다. 몇 달전부터 전화는커녕 편지 답장 조차 하지 않던 그였고, 마지막 병장 휴가 역시 나온지 8일만에 인진에게 연락했던 그였다. 예감은 했지만 인진은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키위쥬스의 잔을 잡았다.
“나 간다. ”
일어서려는 시준을 바라보며 인진이 말했다.
“도대체 헤어지려는 이유가 뭐야?... 내가 뭘 잘못했니?...”
“아니...다만 너가 질렸을 뿐이야... 오래 사귀었잖아..우리.... 이만 헤어질 때도 됐다고 봐...”
헤어질 때라.... 사귐에 있어서 헤어질 때라는 걸 정해놓고 사귀는건지...
시준은 항상 그랬다. 인진을 두고 다른여자랑 바람을 폈을때도 당당했으며, 그만을 위해 2년동안 기다려준 인진을 버리는 이 순간 까지도 그는 당당했다.
차마 말을 잊지 못하는 인진을 두고 시준은 나가버렸다. 창밖으로 저벅 저벅 걸어가는 시준을 인진은 보이지 않을때까지 눈 한번 깜박이지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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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연재를 하기로 한 땅콩버터 입니다^^)// 꾸벅~
재미 없을 수도 있지만 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제발~~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다음얘기도 읽어주시는거 아시죠?!~
좋은 토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