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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내가 그런 게 아니예요" 2호선 사건의 전말.

2호선 |2006.11.19 23:40
조회 616 |추천 0
 

"어, 어...! 내가 그런 게 아니예요"

그 모든 사건은 지하철 2호선에서 일어났다 

  

  위창남(cfhit) 기자    

 

 

나는 어디 갈 때 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 교통체증이 없어 약속시간에 맞출 수 있고 버스보다 승차감이 좋으며, 타고내리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기 때문이다. 환승 구간이 꽤 긴 곳이 많지만 좋게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지금은 내가 있는 곳이 지하철 4호선과 가깝지만 전에 화실을 다닐 때는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야 했다.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지하철에서 겪은 일도 많다.


그 중에서 황당한 일 3가지가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다.

 

 


사건#1 그녀들에게 둘러싸이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면 잘 앉지 않고 주로 출입문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편이다. 그 날도 평소처럼 그렇게 가고 있는데 웬 여학생들이 지하철에 탔다. 운동복 차림에다 큰 키, 한 쪽 어깨에 가방을 걸친 것이 농구나 배구를 하는 친구들로 보였다.


그런데 그 여학생들이 내 쪽으로 오는 것이었다. 당황했지만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어느새 그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 생각해보라. 머리 하나는 족히 큰 여학생들 속에 어정쩡하게 있는 모습을.


사람들 시선은 나를 향했고 어떤 이는 킥킥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그렇게 웃는 이를 향해 '너도 크지 않거든' 하며 째려봤지만 어쩌겠는가. 더구나 그 학생들은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웃고 때론 박수까지 치는 것이었다.


설마 내가 아래(?)에 있다고 보지 못했을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키 큰 여학생들이 내리붓듯 쏟아내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다 들으며 목적지까지 가야 했었다.

 

 


사건#2 무대 공포증?

 

2호선 방배역 한 쪽은 전철 있는 곳과 벤치 있는 곳이 좁다. 방배역 부근에 위치한 출판사에 일한 것을 갖다주고 다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나와 후배가 같이 있었다.


이윽고 지하철이 도착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다음에 오는 것을 타려고 그냥 앉아있었다. 지하철 문은 열렸는데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내리질 않았고 문까지 좀처럼 닫히질 않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마치 무대에 앉아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뭘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고개를 숙였고 그렇게 족히 몇 분을 더 있었다. 말이 몇 분이지 시간은 꽤 많이 흐르는 기분이어서 얼굴엔 땀이 다 나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방배역에 갈 일이 있어도 좀 더 넓은 쪽, 사람 많은 곳으로 간다.

 



사건#3 내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


교대 방면으로 가는 2호선 사당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환승역은 알다시피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 날도 줄 맨 앞에 섰다. 조금 있으니 내 뒤로 상당한 인원들이 생겼다. 처음엔 질서있게 줄을 잘 섰는데 전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엉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전철 문이 열리자 모두 우르르 뛰어가는데 맨 앞자리에 있던 난 피할 겨를도 없이 사람들에 떠밀려 쓸려가듯 같이 들어가고 말았다.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버텨도 봤지만 내 힘으로는 불가항력이었다. 그렇게 난 전철 반대쪽 문 가까이까지 밀려가 멈추긴 했는데 일은 그 다음부터였다.


밀리다 보니 하필 얼굴을 여자가슴에 묻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 하도 많아 꼼짝할 수가 없어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잘못하면 추행으로 오인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 수는 없어 소리를 질렀다.


"내, 내가 그런 것이 아니에요. 밀어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킥킥 거리고 웃었고 아가씨인지 아주머니인지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 분은 괜찮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한 정거장을 갔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조여오는 움직임으로 보아 사람들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어나 그 상태로 더 가야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라니, 기억에는 없지만 어렸을 때 엄마 가슴에 얼굴을 묻었을 것을 빼고는 처음이지 싶었다.


다시 그렇게 한 정거장을 더 가서야 겨우 얼굴을 뗄 수 있었다. 쑥스러워 도저히 그 여자분 얼굴은 볼 수가 없어 고개 숙여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교대 역에 도착해 사람들이 많이 내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내릴 역은 아니었지만 부끄럽기도 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인사를 한 후 내렸다. 그 뒤로 출·퇴근시간 때나 사람 많을 때는 절대 타지 않는다. 이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출처: 

2006-11-18 21:38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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