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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고민고민 |2009.04.21 23:32
조회 5,889 |추천 1

안녕하세요. 글이 길어질지도 모르지만 잘 읽어주시고 꼭 조언 말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30대 주부이며, 남편은 동남아인인데, 현재 본국에 가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사업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건 아니고 시작 단계입니다.

 

같이 가서 살자고 했었는데 저번에 심하게 풍토병에 걸려서 고생을 한 경험이 있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딸이랑 저랑 둘다 같이 걸려서 응급실에 실려갔었거든요.

 

사실 거기가 한국보다 가난하긴 해도 거기에 가면 국제 학교에 애를 보낼 수 있어, 전체 수업이 다 영어로 이루어지는 학교 아시죠? 한국에서는 그런 데 꿈도 못 꾸는데 거기는 비록 시설은 별로여도 저렴하게 국제 학교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는 열대 지방이라 풍토병이 잘 걸리는데, 제게 익숙한 병이 아니니 병 고치는 것도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잘 알고 익숙한 한국에서 애를 키우자고 결심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때문만은 아니고 시댁식구들과의 갈등 때문에 온 이유도 있구요. 아무튼 애를 지금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애가 잘 적응을 못하네요.

 

혼혈아라서 따돌림 받고 그런 건 아니구요, 성격상 우리 애가 워낙 착하고 순해 빠졌어요. 애들한테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우리 애 과자를 뺏어먹었다든가, 애한테 면박을 줬다든가, 장난인 척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든가)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냥 당하고 와서, 집에서 울곤 해요.

 

요새 애들이 어려도 옛날이랑 좀 다른 것 같아요. 성격이 강하다고 할까요... 순하고 착한 애들도 있겠지만 약한 애들을 괴롭히고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그런 드센 애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애한테 '누가 너에게 기분 나쁜 말 하거나 괴롭히면 너도 똑같이 기분 나쁜 말 해주고 널 때리면 너도 한 대 때려주라'고 조언하지만, 애가 워낙 순한 터라 그렇게 못하는 것 같아요. 인정이 많은 것도 문제인가, '그렇게 때리면 걔가 아프잖아...' 그러네요. 백번 조언해줘도 뭐합니까, 애가 마음이 약해서 실천을 못하는 걸요.

 

그러면서 '나.. 너무 스트레스 받아. OO가 어느 날은 나랑 잘 놀다가 어떤 날은 나를 괴롭혀. 기분 나빴어...' 그러면서 울어요. 그게 한두명이면 '걔랑 놀지 말고 다른 애랑 놀아라' 하겠지만 애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 같아요. 말할 때도 부드럽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야아~! 하지 마, 물어보지 마! 쳐다 보지 마!" 이런 식으로 좀... 짜증내면서 말하는 애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학교 가도 어차피 애들 특성은 마찬가지일 테고 하니, 여기에 적응하고 어떻게든 네가 그런 애들한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고 말해 주지만 과연 이 여린 애가 그런 드센 애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지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사람 천성이란 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부터 벌써 애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하는데, 나중에 학교는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데가 아니지 않습니까. 학교에서는 애들 머리가 커지니 더 심할 텐데요. 약해 보이는 애들을 괴롭히면서 쾌감을 느끼는 애들도 많잖아요. 우리 애가 그런 상황이 되면 잘 견딜 수 있을지, 시련을 이겨내고 강해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시련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이런 말도 있지만, 성인이 아닌 어린 아이들에게 시련은 대개는 좌절감을 안겨주고 자존감을 해치게 되게 마련이죠. 시련이 나를 강하게 한다는 건 아주 위대한 위인들의 어린 시절에나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해요.

 

참고로, 우리 애가 성격이 너무 이상해서 애들이 우리 애를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닙니다. 성격은 착하고 온순하고 인정이 많은 성격이에요. 선생님들은 모두 다 우리 애가 착하고 귀엽다고 좋아하십니다. 애들이 떠들 때도 우리 애는 선생님 말씀을 경청하고 선생님을 진심으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선생님들은 우리 애를 좋아하는데, 다른 애들은 우리 애를 좀 만만하게 보고 괴롭히기도 하는 거 같아요. 약해 보이니까 그런가 보죠.

 

나중에 학교에 가서도 우리 아이의 여린 성격을 바꾸지 않는 한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 애가 과연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요? 그 때쯤 되면 외모가 남다르니 어쩌면 혼혈아라고 해서 더 괴롭히는 애들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지금은 애들이 어려서 혼혈아라는 건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이 아직 사업이 자리를 잡은 건 아니지만 그냥 거기로 오라네요. 네, 거기 가면 우리 애는 확실히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어요. 외국인을 엄청 좋아해서 거기 국제학교에 갔더니 모든 애들이 우리 애를 좋아하고 관심가져주더라구요. 선생님들도 좀더 우리 애를 특별대우해주고요.

 

그런데 저는... 사실 시어머니랑 시누이들이랑 사이가 안 좋거든요. 처음엔 좋았는데, 시댁 식구들이 워낙 인간성들이 나빠요. 저의 주관적인 말이 아니라요, 같은 시누이들끼리도 엄청 싫어해요, 인간성이 아주 나쁜 가족이라고나 할까요.. 시어머니는 큰 딸이 아주 부자라서 집안에 대부분을 원조해 주는데도 만족이란 걸 모르고 더 많이 안 준다고 큰 딸을 미워하고 다른 형제자매들 사이랑 이간질하길 좋아하구요, 밑의 시누이들은 큰 언니네 사업이 망하라고 저주하구요,

 

그렇다고 밑의 시누이들끼리는 사이가 좋냐 하면 그게 또 아니예요. 서로 서로 엄청 미워하고 자기네 엄마를 또 사랑하는 것도 아니에요, 막내 시누이는 화가 났다 하면 엄마한테도 '개X끼, 돼지X끼' 상욕을 퍼붓고요, 그 위 시누이는 막내랑 싸웠다 하면 막내 침대에다가 반짇고리를 쏟아부어 몇 시간 동안 바늘을 찾게 만들구요, 엄마랑도 싸우면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에다가 "당신은 파출부나 했으면 딱이야! 오빠 없었으면 굶어죽었을 거면서!" 그런 악담을 퍼붓고

 

시엄니도 마찬가집니다, 시누이가 반찬 좀 많이 먹으면 "너 때문에 생활비 많이 들어, 반찬 좀 조금 먹어라." 그러고, 막내한테 화나면 "넌 자살할 줄도 모르니?"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그냥 화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요. 그러니까.. 가족 간에도 '사랑'이란 게 전혀 없습니다. 그냥 잘 사는 딸이 있으니 거기서 단물 좀 많이 빨아먹으려고 하고, 많이 빨아먹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안 준다고 저주하고, 아들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밥줄이니 아무 소리 않고 잘 보이려는 것 뿐이지 아들을 엄청 사랑한다 이런 것도 아닙니다. "저 아들 (오빠) 때문에 집안에 평화가 없네, 아이고 지겨워." 이런 소리를 곧잘 하곤 하죠.

 

큰딸이 부자인데도 잘 안해준다고 미워하는데, 그 밑의 딸은 또 엄청 가난하거든요. 그럼 또 그 딸은 좋아하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가난한 주제에 자꾸 집에 와서 밥 축낸다고 싫어하죠. 피해 끼친다고. 그러니까 아주 인간성이 저질인 집안입니다.

 

가족끼리도 그렇게 서로서로 미워하는데 며느리이자 올케인 저를 좋아하겠습니까? 저도 엄청 미움 받지요. 제가 돈이나 많이 주면 앞에서는 웃으면서 좋아해 주는 척 하지만 뒤에서는 제 욕을 엄청 하고 저를 미워하지요. 아들한테 있는 말 없는 말 지어내서 저와의 관계를 이간질 시킵니다. 원래 그래요.  이간질 대마왕 시어머니죠.

 

제가 애랑 같이 거기에 가면 아마 또 그럴 겁니다. 남편과 저를 이간질해서 사이를 나빠지게 하려 할 것이며, 물심양면으로 저에게 나쁘게 하고자 노력할 겁니다. 저번에 그런 것 때문에 대판 싸웠는데, 이제 와서 그 집에 들어가서 같이 살 생각을 하니 끔찍하네요...

 

하나 다행한 건, 잘해줌에도 미움 받고 있는 그 큰딸이 저랑 같은 처지라서 저를 잘 이해하고 저에게 무척 잘해준다는 점입니다. 큰딸 가족들은 저랑 아주 사이가 좋지요. 그 밑의 딸인 가난한 시누이랑도 사이가 좋구요, 왜냐하면 저도 제 딸이랑 비슷하게 마음씨가 착하거든요(제 입으로 이런 말 하니 웃기지만,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겁니다.)

 

제가 그동안 시엄니, 밑의 시누이들한테 베푼 게 얼마인데,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뒤에서 저를 나쁘게 해코지할 생각만 몰두하니 참 고민입니다. 뭐랄까.. 하이에나 같다고나 할까요. 나쁜 것들이 하나로 뭉쳐 한 개의 대상을 공격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거요.

 

딸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거기로 가면 저는 엄청 괴롭게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딜레마입니다. 딸이 한국에 살면서 여린 성격을 고쳐서 강해지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없겠지요. 그러나 만약 성격을 못 고쳐 여리게 살다가 상처만 많이 받아 자신감도 없는 애로 자라게 되면?

 

어떤 큰 재능이 있거나, 머리가 특별히 좋다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난 애라면 능력으로 애들을 매료시킬 수 있겠지만 제가 보니 다른 애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점은 없고 좀 느릿느릿하고 운동신경은 완전 없는 편이고, 머리도 그냥 보통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사교육을 엄청 시킨다고 해도 둔재를 영재로 바꿀 수는 없구요. 사교육을 엄청 시켜줄만큼 부자도 아닙니다.

 

그 나라에 가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영어 교육,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영어나 수학을 과외받는다 치면 과목당 한 달에 2~3만원 정도입니다. 한국처럼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고, 들어보니 학교에서 왕따 이런 문제는 없다고 하는군요. 왕따라는 문화 자체를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대개 국제학교를 다니는 애들은 10학년 후에 시험을 치러 그 결과에 따라 영국이나 미국 등으로 유학도 간다고 하는군요. 시험 자체가 영국 등에서 제출되는 거라서 점수만 많이 따면 그 영국 학교에서 유학할 수 있대요. 일례로 어떤 국제학교에 가봤더니 한쪽 벽면에 캠브리지나 옥스포드 대학에 합격한 애들 사진을 쭉 걸어놨는데 굉장히 많더라구요.

 

물론 우리 애가 특별한 영재가 아니니 유학을 못갈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저는 최소한, 애가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직업이야 뭐.. 한국에 있으나 거기에 있으나 자기 하기 나름인 거구요.

 

휴우... 제가 이렇게 고민만 하고 있을 수가 없는데, 가려면 지금 빨리 가야 하니까요. 거기는 국제 학교 입학 시기가 빠르거든요. 만 3살 반이면 플레이 그룹 시험을 치르고 들어가는데, 지금 좀 늦었지만 KG 1에 들어갈 수는 있거든요. 내년이면 1학년이 될 거구.

 

제가 가서 죽은 듯 엎드려서 지내는 걸 택하면 되는데, 제 성격상 부당한 거나 불의한 것을 보면 좀 못 참거든요. 부당한 것에 맞서서 투쟁하게 되는 제 성격상의 문제.. 그리고 제가 죽은 듯 엎드려 지낸다 하더라도 시댁 식구들은 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 겁니다.

 

애의 행복이냐, 저의 행복이냐 그게 문제로군요... 제 글이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많은 조언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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