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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취객을 구해주시던 개념분들

원본지킴이 |2009.04.27 21:43
조회 945 |추천 0

처음 톡을 올리는 처자입니다. 많이 떨리는데요.. 오늘 새벽에 본 훈훈한 광경이 자꾸 눈에 떠올라서 저도 한번 글을 써볼까 합니다.


어제 친구랑 같이 동대문에 쇼핑 갔다가 신상에 너무 눈이 멀어서였는지 그만 집에 가는 버스 막차를 놓쳐버린 거예요.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으면서 걷고 있었죠. 한자리에선 안 잡히니까 계속 앞으로 앞으로; 시간은 막 새벽 1시가 넘어가던 때였어요. 아마 밤중에 그쪽 길 지나가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길에 취객도 많고 은근히 무서운 사람들이 오고가서 무섭거든요.


택시는 너무 안 잡히고 버스 정류장 쪽에 서서 혹시라도 간선버스는 늦게까지도 다니니까 집근처까지 타고 가서 택시 잡을까 이런 얘기 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데 버스 정류장 앞 차도에 커다란 물체 같은 게 있는 거예요. 첨엔 쓰레기봉투나 그런 건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차마 가까이 갈 용기는 없었구요...) 취객이었어요.


그냥 인도도 아니고 차도에 쓰러져있는 모습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저러다 잘못하면 차에 치이겠다고 친구랑 어쩌면 좋냐고... 그냥 택시 잡는 데만 신경쓸까 하면서도 자꾸만 그 아저씨가 너무 걱정돼서 계속 쳐다보다가...핸드폰 만지작거리고 그랬어요. 이미 차에 치여서 저리 쓰러져있는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고.. 죽었나 살았나 알 수도 없고..

겁이 많아서 (저희는 이제 스물 초반인 어린뇨자들이라..) 아저씨를 깨우고 싶은데 무섭고요.. 그러다 경찰에 전화를 하자고 핸드폰을 열었는데 112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119 구급대를 불러야하는지 갑자기 헷갈려서 잠깐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큰 차 한대가 오는 게 보였어요. 2차선 쪽으로 달려가던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라구요. 건너편 도로는 종로 쪽으로 가는 차들이 많아서 꽤 밀리는 상태였는데 이쪽 도로는 완전 한산해서 텅 비어있었구요.


까맣고 큰 벤이었는데 연예인들 타는 그런 벤 있잖아요. 순간 연예인에 혹하는 저희들로선 혹시 벤에서 연예인이 내리는 건가!! 혹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꼭 쥐고 보고 있는데 쓰러진 취객 앞쪽으로 차를 대더라구요. 첨엔 왜 그러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뒤에서 차들이 그 아저씨 치고 가지 못하게 하려고 막아 놓은 것 같았어요.


운전석에는 남자분이 앉아계셨고 조수석에는 여자분 한분이 계셨는데 연예인은 아니신 것 같았고 두 분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둘 다 서둘러 내리셔서는 남자분은 급히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여자분은 쓰러진 취객을 들여다보고 계셨어요.


약간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경찰에게 장소를 설명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빨리 오시라고 여기 취객이 쓰러져있다고 하시면서. 아.. 다행이다.. 우리는 막 걸까말까 이러고 있는데 저분들은 내리자마자 바로 경찰 부르고 뒤에서 차 못 오게 2차선 쪽으로 보내고.. 머뭇거린 저희들이 부끄러웠어요... 죄송합니다.ㅠㅠ


근데 경찰차가 빨리 안 오는 거예요.

이분들은 막 걱정하며 아저씨 들여다보고 깨우려고 하고 일으키려는데 꼼짝도 안하고. 남자분이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는지 (그 와중에도 경찰에게 다시 전화해서 빨리 와달라고 하고... 안타까워 하시더라구요.)

근데 상황이 참 난처해 보이는 게 분명 지나가다 차를 세워서 선심에 취객을 구해주려는 풍경이 마치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그분들 벤이 취객을 치어서 경찰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말 황당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구라도 오해할만한 상황이구요.


제 옆에 지나가던 커플은 대놓고 저 사람들이 치었냐고... 연예인 벤 아니냐고.. 그런 말 하길래 저희가 크게 도와드릴 순 없고 “아니에요. 저분들이 친 게 아니고 지나가다 쓰러진 아저씨 구해주려고 서있는 거예요...” 이렇게 말해줬어요.

그런데도 계속 경찰차가 안와서 저희도 전화를 걸었거든요. 여기 신고 했는데 왜 안 오세요 하니까 접수 받아서 가고 있는데 청계천 쪽에 가 계신다고;;;

청계천이 아니라 신설동 가는 방향에 농협 앞이라고 다시 설명해드리고. 왠지 크게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책감이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된 건가... 발을 동동 구르는데 건너편 도로에 경찰차가 그냥 지나가는 거예요. 막 저희랑 그 벤에서 내린 분들이랑 손을 크게 흔들며 여기라고 하는데도 본 척도 안하고... 정말 화났었어요.

그러고 한참 있다가 경찰차가 왔는데 그냥 1차선으로 지나가버려서 이쪽에서 막 여기라고 손 흔드는데 또 그냥 가버렸어요! 진짜 그 순간 황당했음.


완전 욱한 마음에 그분들한테 달려가서 저희들도 경찰 불렀다고 말하고 우선 취객을 일으켜 세워야겠다고 들어 올리려는데 엄청 무겁더라구요. 낑낑대며 옮기려니까 남자분이 혹시 이미 다친 상태일지도 모르니까 잘못 옮기다가 더 상처를 입힐 수도 있으니 우선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해보자고 하셨어요. 같이 쭈그려 앉아서 팔이랑 어깨 두드리면서 아저씨, 아저씨 부르는데 일어날 기미는 안보이고 핏자국이라던가 신음소리는 안 들리니까 크게 다친 거 같지 않으니 일으켜보자고 하는데 그제야 경찰차가 오더군요.

정확히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10분은 넘게 걸렸고 그 사이 경찰차는 두 번이나 저희를 못보고 지나갔구요. 아직 막차가 다니는 간선버스에 탄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저희들 쳐다보고 있는데 졸지에 이상한 사람들 된 거 같아서;;


경찰 아저씨들 오셔서 취객 깨우시는데 전문가(?)라서 그런지 정말 능숙하게 이분을 일으켜 세우더군요. 다행히 어디 다친 거 같진 않고 놀랍게도 30살도 안 돼 보이는 청년이어서 다들 또 놀라고... 경찰분은 바로 주머니에서 핸폰 꺼내서 전화 거는데 잘 안되셔서 그 남자분이 도와드리고요.. 벤에서 내렸던 두 분은 경찰분이 취객을 차에 태우니까 이제 가 봐도 될까요 물으시고는 인사를 90도로 하고 가셨어요. 정말 개념인 듯... 저희가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했구요.

멀리서 구경만하고 가까이 오지도 않으려하던 아줌마들, 젊은 남성, 여성분들... 좀 야속했네요. 저희도 쭈볏거리긴 했지만... 얼마 전에 톡에서 읽었던 버스 정류장에서 발작 일으키다가 사망하신 분들 도와주시려 했다던 모녀분이 갑자기 생각나서 사실은 이렇게 더 글을 쓰게 됐어요.


그 취객은 진짜 그 벤에서 내리신분들 아니었으면 큰 사고 났을지도 모르는데 일어나서는 발로 걷어차려 하고 난동 부리고...;; 나중에라도 파출소가서 다른 분이 목숨 살려주셨단 이야기 들으면 고마워하시길 바라고요,


오늘(24일) 새벽 1시경에 동대문 로터리에서 신설동 가는 방향 차도에서 벤 세워놓고 쓰러진 사람 앞에서 발 동동 구르던 사람들... 차로 그분 치인 거 아니고 도와드리려고 했던 거니까 혹시 오해하고 가셨던 분들 중에 이글 읽는 토커들 게시면 사실은 이런 내용이었다고 알려드리고 싶네요. 벤에서 내리셨던 그 두 남녀 분들도 그걸 제일 난감해하시더라구요.


초면이지만 서로 고개를 꾸벅이며 가려는데 다시 또 호기심이 발동해서 연예인 벤 맞아요? 했더니 맞다고 대답하셔서 누구냐고 눈을 번쩍이며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해주셨어요. 어찌됐건 난처했나봐요. 더 물어보면 폐가 될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는데 나중에 친구가 벤 조수석 유리 앞에 모자가 있었는데 M모자였다고. 그 친구 친구가 신화팬인데 이민우는 벤 앞 유리창 앞에 M모자를 놓고 다녀서 길에 벤만 지나가면 찾아 본다 그런 말 들은 기억이 난다면서... 가수 이민우 아니냐고 했어요. 정말 가수 이민우 벤인지 모자만 이민우 모자였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개념 직원 두신 연예인이네요.



더불어 제발... 술은 적당히들 드시고 제발 잠은 집에 가서 주무세요.

그냥 길에서 자는 것도 위험한데 차도에서 그렇게 웅크리고 자면 사람인지도 모르고 치고 지나갈 수도 있잖아요. 가족을 생각해서 부디 조심을..

그리고 남일처럼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멀리서 구경만 하고 쑥덕대던 분들... 진짜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에휴.. 저도 다음에 또 이런 일 마주하면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겠어요.


오늘 금요일인데 술자리 약속 있으시면 적당히 즐겁게 음주 문화를 즐길 줄 아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두서없이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오늘 새벽, 취객을 구해주시던 개념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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