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루의 시작을 네이트톡으로 열고있는 27세 직장인입니다.
저는 평소에도 불의를 보면, 몸이 먼저 움직이고 마는,
저희 엄마의 표현을 빌자면 "겁머리(라고 쓰고 겁대가리-_ -;;라고 읽습니다.)"를 상실한
열혈처자-_ㅠ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뭔가 불의를 보면 따지고 자시고 없이 몸이 먼저 막 움직여버려요;;
저도 저의 이런 모습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지,
가끔 그 상황이 지나고 나면 놀랄때가 있습니다.;;;;; (혹시 다중인격??????)
예전에 한번은 엄마와 함께 길을 건너다가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신 할머니를 향해 분명 보행자 신호가 반 정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념을 상실한 운전자가 마구 빵빵 대는 걸 보고 확! 열이 치받아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엄마를 길에 버려두고;;;;; 다시 횡단보도로 돌아가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리려고 했더니
할머니가 한사코 거절하시며 힘겹게 건너시는겁니다.
그 와중에도 이 운전자 상황 파악 못하고 계속해서 빵빵대더라구요.
짙게 선팅한 고급차량이었는데, 날도 어둡고 해서 안이 들여다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정말 피치못할 급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자기는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요? 부모도 없나요? 더군다나 보행신혼데?
너무 화가나서 그 차 앞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차를 보며 운동화 끈을
양쪽 다 푸르고 차분하게 앉아서 보행자 신호를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이고는
천천히 매기 시작했습니다. 그 할머니께서 횡단보도를 다 건너시고
보행자신호가 빨간불로 바뀔때까지요.
뭐 그런 모습을 엄마가 보셨으니, 저희 엄마는 혹여라도 제가 이러다 어디서
큰 봉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하시는 거죠.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저는 평소에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합니다.
오늘 퇴근길에, 평소와 마찬가지로 교대역에서 전철에 탔고 앉아서 잠이 들었습니다.
네, 저 지하철에서 쿨쿨 잘 잡니다;;;;; 이게 포인트는 아니구요.
한참 단잠에 빠져있는데, 누가 무릎을 툭! 차는거예요. 놀라서 잠에서 깼는데
앞에 서 계신 아주머니의 핸드백이 제 무릎을 친 거 였더군요.
그러려니 하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 찰나, 이상한 게 보였습니다.
그 아주머니 옆에 선 아저씨의 손이 아주머니의 엉덩이 근처를 계속 정처없이 방황하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자는 척, 슬쩍 실눈을 뜨고 주시했죠. 제가 착각한 게 아니었어요.
지하철이 요동을 치지도 않는데 그 아저씨 자꾸만 그 아주머니 엉덩이를 스윽슥 손으로
문지릅니다. 잠이 확! 깨더군요. 아저씨의 손이 아주머니 엉덩이에 딱 붙은 그 순간,
제가 고개를 번쩍 들고 그 아저씨를 찍- 째려봤습니다.
나이도 꽤 잡수셨더군요? 눈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피하대요?
계속 노려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사진이라도 찍으려는 태세로요.
그랬더니 그 아저씨, 바로 다음역에서 전화하는 척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대더니
황급히 내려버렸습니다.
참나, 창피한 건 아세요?
이 얘길 막 흥분한 채로 퇴근하자마자 어머니께 해드렸더니, 또 걱정을 하십니다.
그러다 정말 흉한 일 당하면 어떡하냐고.
너한테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나서는 거 아니냐고.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겁이 없냐고.
네, 엄마가 뭘 걱정하시는지 저도 너무 잘 알지만.
아마 똑같은 상황을 봐도, 이렇게 할 것 같아요.
몰랐으면 모르지만 봤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 회사 여직원들도 출퇴근 지하철 혼잡한 틈에 추행당한 경험 한두번씩은 다 있대요.
제가 이런 사람을 보고도 모른척 하면 다음엔 저한테 이럴 수도 있고,
혹은 우리 엄마한테, 내 친구들 내 동료들에게 이럴 수도 있겠죠.
대단하고 큰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내 일이 아니더라도 한번씩 나서주면
이런 사람들 분명히 많이 줄어들꺼예요.
아직 흥분이 다 가라앉지 않아서 두서도 없고 정리도 잘 안되지만,
무튼 결론은요. 이런 지하철 치한들 보면, 슬쩍 휴대폰을 꺼내들고 보여주세요.
대부분은 그렇게만해도 알아서 피할거예요. ㅎㅎ
매일같이 눈팅만 하다가 처음 쓰는 톡이라, 좀 걱정도 되네요.
제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색내는 거 절대 아니구요,
여성분들, 이런 일 당하면 많이 당황되잖아요. 주변에서 보면 좀 도와주시라구요.
그리고!
오늘 나한테 걸린 아저씨, 연세로 보아 이 글을 볼리는 없겠지만,
진짜 왜 그러고 살아요!!!! 추잡하게.
댁한테는 딸도, 마누라도, 하다못해 여동생도 없나요?!!!
에휴 참, 나이 값 좀 하세요. 주책스럽게.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