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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지에 나왔던 망상장애를 지닌 내 친구...

=_= |2009.05.02 18:40
조회 1,726 |추천 3

 

지난 3월달인가? 스펀지 심리편에서 망상장애에 대해 소개했었죠.

한 여자가 착각속에 빠져서는 한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그래서 그 남자랑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다고 상상하며 혼자서 행복해하는

소름끼치는 이야기..

 

소설같다구요?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바로 제 친구가 그래요.

저는 35의 애 둘딸린 아줌마입니다.

제 친구는 아직 미혼이구요.

 

그 친구는 지금까지 남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보지 못했습니다.

사귀기는 커녕 첫키스도 아직 못해봤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입으로 사귄 남자 이름은 줄잡아 한 백명은 넘을 겁니다.

그 친구는 어떤 가게에서 물건을 사다가 남자 점원과 좀 길게 얘기라도 하게 되면

그 남자 얘기만 약 한달간을 합니다. 그 사람과 눈인사라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면

그 남자는 그녀의 백한번째 남자친구가 되는 겁니다.

 

잘 이해가 안되신다구요?

 

자, 그녀가 백화점에 갑니다.

그녀가 옷을 입어봅니다.

남자 직원이 잘어울린다고 칭찬해줍니다.

그 남자직원과 몇마디 대화를 더 나누며 결제까지 마치고 나면.. 

그는 어느새 그녀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남자친구가 되버립니다...

대략 이해가 되십니까.

참 쉽죠잉.

 

머리 한 번 하고와서는 전화로 줄창 2시간 넘게 그 남자디자이너 이야기를  하고도 다음날 저희 집에 놀러와서도 그 남자 이야기만 줄창 해대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사진을 보여주겠다며 싸이를 열고 22페이지나 뒤로 넘겨서는 그남자 얼굴이 나온 사진을 기어코 찾아내 보여줍디다.

참고로 그 남자 나이를 몰라서 약 이틀에 걸쳐 추적해냈다고 합니다. 집요한 그녀. 암튼.

 

애는 어린이집 갔다와서 배고프다고 징징대는데 말을 끊을 줄 모릅니다.

-빨리 이거 봐봐. 잘생겼지 잘생겻지. 이제까지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않냐?

 키는 실제로보면 좀 작은데 말라서 엄청 커보여. 근데 여드름이 많이 났었나봐.

 여드름 자국이 좀 심해. 근데 스타일이 완전 이수혁같다.

 그리고 나이는 많은데 완전 닉쿤처럼 애기같고 그 머랄까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어쩌고 저쩌고.

계속 이럽니다.

 

믿기 어려우시다구요?

믿으세요.

 

 

전 이수혁(맞나?)인지 머시기인지도 모르고 닉쿤도 스타킹보고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애 둘 키우며 집에 있어보세요. ㅠ_ㅠ 솔직히 저희 또래들 최신가요 이런거 잘 모릅니다.

애 둘딸린 제가 너무 현실적으로 늙어버린 걸까요?

정말 이 친구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지나가는 남자들 다 평가내리며 쟨 누구닮았네

쟨 정말 누구랑 똑같네...나 쟤랑 어울려? 예쩐에 그 오빠가 저 사람 닮았었잖아!!

......

저까지 싸이코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친구 집이 지방인데 20살때부터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거든요.

근데....또...어이없는건...

그녀 집에서 자고 간 남자가 수십명이라는 겁니다.

동료 남자직원부터 학교 선후배 회사후배의 고향오빠까지 그녀 집에 델꼬가서 

수도 없이 숙박을 하신대요. 특히 연하의 남자 후배들을 공략한다나요.

물론 저희가 나이도 있긴 하지만...이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래 이렇게 해서라도 빨리 시집이나 보내자 싶기도 하고 뭐...암튼.

 

후배들 회식하고 늦어진다싶으면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부추긴대요.

근데 더 큰 문제는!!!!!!!! 그 남자들은 정말 잠만 자고 간다는 거지요. -_-;;;

그녀는 그걸 매우 분개하면서 저에게 달려와 하소연합니다.

분명히 자기를 좋아하는건 맞는데 애가 어려서 표현을 못한다느니...

자기가 먼저 리드해줘야하는데 이런 경험이 없어서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알려달라는둥.....저희 애가 옆에 있는데도 끈질기게 상담을 요합니다.

 

 

-진짜 요새도 때묻지 않은 남자들이 참 많아. 어찌나 순수한지...나랑 좋은 관계로

 회사에서 오래 봐야하는데 서로 민망하게 될까봐 되게 고민하는 것 같아.

 그래도 사실 우리나이가 몇개냐. 에휴..날 너무 조심스럽게 아끼니까...더 어렵다.

 우리 나라남자들은 진짜 어려워. 우리 나라에서 연애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아주 돌아버리겠습니다.

 

차라리 저는 빨리 그녀가 덮침이라도 당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들은!!! 그녀 집에 가서 잠만 자는 나오는 것입니까!!!!

댁들은 술마시고 껌껌한 방에 디비누워도 진정 맨정신인겝니까!

 

이런 일도 있었지요.

우리보다 15살이나 어린 남자애 때문에 그년이 한동안 울고불고 난리난 적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녀가 그년이 됐군요 죄송합니다. 흥분했습니다.

그 아이와의 추억때문에 도저히 자기 집에는 못 들어가겠다며

3일정도 저희 집에서 자고 갔습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그 아이가 그 친구집에서 자장면을 두번 시켜먹고 간 적이 있답니다.

아 영화 다운받은것도 한 번 같이 봤대요. 참 짧고도 굵은 추억이지요?.....)암튼.

저는 남편을 애들 방에서 재우고 밤새 얘기들어주고 위로해줬습니다.

인연이 아니다. 더 좋은 남자가 찾아올 것이다. 기운내라...

자장 두 그릇의 추억따위 쌈싸먹어라.

 

그런데!!!!

제가 이상한걸까요?

그런 일이 있고 한 달이나 지났나? 갑자기 생전 첨듣는 다른 남자이름을 입에 올리면서

-나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이랑 해야할 것 같아. 수둡

이러고 앉았습니다.

 

-그 사람은 또 누군데?

라고 묻지도 않았습니다. 2박3일 그녀 손 꼭 잡고 밤새 운 제가 등신이지요. 

 

입으로는 결혼을 482번을 하셨고 연애는 줄잡아 10437명과 하신 러브 달인이십니다.

 

모든 남자와 사귈 수 있다는 여지를 두고있고.

모든 남자와 사귀었다고 착각을 합니다.

 

무슨 이야기만 나오면 "그래 XX씨도 그랬잖아. 그 사람도 진짜 말을 잘했었는데..."

처음 듣는 남자이름을 또 댑니다.

-XX가 누구야?

-있잖아. 나 왜 학교 다닐때 '힘의 문학' 교양 강사.  -_-;;;;; ;;

 

지금으로부터 십수년전 그녀가 약 5개월동안 구구절절 이야기했던 교양강사말인가봅니다.

그 교양강사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달랑 한 학기 수업들었던 그 교수님마저도...자기 과거 속의 한 남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줄창 그이도 그랬어..어쩌고 저쩌고 합니다..

 

맨날 과거속의 그 남자이름을 대면서 이랬는데 저랬는데 얘기하면 전 대체 누가 누군지 기억도 안나고 사실 무슨 이야기하는건지도 모르겠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셀 수 없이 많은 남자들 이름을 대면서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들만 해댑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상태가 더 안 좋아집디다.

 

계속 듣고 있다보면 지긋지긋하고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애가 좋아하는 '뽀로로와 노래해요'를 약 16곡 정도 쉬지않고 듣다보면 지루하고  토할 것 같아서 빨리 꺼버리고 싶은데 그때랑 좀 비슷합니다.

 

한동안 전화를 안받고 피하면 집으로 찾아옵니다. 이슬이 너댓병 쥐고..

애가 있어서 어디 멀리 나가지 못해 고스란히 잡힌 저는 그냥 앉아 듣지요.

속이 터져서 "그 사람이 무슨 니 남자친구였어. 그냥 지나가는 행인1 이었지.

그러니까 제발 진짜 남자친구를 좀 데리고 와보라고!"

소리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가 가엾기도하고 어떻게든 이 숙명적인 한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왜 남자분들은 그녀의 고백을 들어주지 않는겁니까?

그렇다고 그녀가 눈이 높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녀가 대쉬하는 남자분들 저스트 성실해 보이기만한 캐릭터거등요....

막말로...그녀보다 더 뚱뚱하고 더 못생기고 키 작은 사람들도 자기 짝 만나서 알콩달콩 사랑주고 사랑받으며 잘만 살던데......

 

너무 답답합니다.

 

빨리 그녀에게도 진짜 사랑이 좀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에게 술을 한번 진탕 멕여서 합방을 시켜볼까요....

초딩을 지금부터 잘 키워놨다가 그녀 집앞에 물어다 놓을까요...

아님 홀로 생명을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 작전을 써볼까요....

그러기엔 뭇남성에게 너무나 미안해지기도 하고...암튼.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군요.

이건 해도 너무하는 겁니다.

 

 

 

아!!!

그런데.

여기에 처음 글 남겨 보는데.

누구 만나서 하소연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재밌네요.

속이 참 후련하군요. 흠

 

XX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데...설마 이 글을 보진 않았겟지...

에이....설마....

 

추천수3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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