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최고의 인기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키플레이어 박지성이 한국시간으로 6일 새벽 잉글랜드의 8대 명문구단 가운데 하나인 아스날 FC를 상대로 벌어진 2008-09시즌 UEFA 클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두번째 경기에서 전반 8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올려준 스루패스를 오른쪽 골에어리어에서 침착하게 선제득점으로 연결시키며 4년만에 자신의 개인 통산 챔피언스리그 3호골을 기록했다. 맨유는 이 경기에서 호날두의 2골 1어시스트 활약에 힘입어 3-1 완승을 거두고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일 08-09시즌 FA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미들스브로와의 어웨이 경기서 후반 5분에 자신의 정규 리그 개인득점 2호골을 기록한데 이어 2경기 연속 개인득점을 기록한 박지성은 3경기 연속 결장 이후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그동안 오래 숨겨두었던 득점력을 마침내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사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을 비롯한 맨유의 선수단 운영진에게는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있으면서도 공격 포인트 부문에서는 워낙 지지부진하지만, 상대 선수들의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커버플레이나 슈팅 기회를 막는 대인 방어 능력이 뛰어나며 누구보다도 지구력에 있어서는 그를 따를 선수가 없다.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못해 팀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다른 구단에 이적하면 무언가 아까운 생각이 드는 선수.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에게 ‘골칫덩이’였을 것이다.
박지성은 처음에 포지션이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일본 프로축구팀 교토 퍼플상가에서 처음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총 85경기에 출장하여 12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을 맞이하면서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었던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인해 그의 위치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바뀌게 된다. 이 시기가 박지성에게는 개인적으로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었을 것이다.
월드컵 본선이 끝난 뒤 고국으로 돌아간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 동료 이영표와 함께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에 입단하게 된 그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에레지비디에 리그·암스텔컵·챔피언스리그 포함 통산 80경기에 출장하여 17골 2어시스트를 기록한다. 이때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AS로마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멋진 재동점골을 뽑아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카우터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드디어 마침내 아시아 프로 축구선수로서는 최초로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인 맨유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원으로서 5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칼링컵·챔피언스리그·클럽월드컵을 포함 통산 118경기에 출장하여 현재 12골 9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맨유에 있는 5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2회 우승과 칼링컵 1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이라는 눈부신 성과가 이뤄졌다. 비록 그 성과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나니,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와 폴 스콜스, 웨일즈의 라이언 긱스 같은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의 몫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해도 박지성에게도 기여도가 분명히 있다는 우리의 생각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가 세계 최고의 인기 구단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해야 할 시기가 지났다. 박지성은 한 팀의 당당한 에이스로 떠올라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물론 슈팅의 정확도가 부족하고 상대 수비수와의 일대일 돌파를 할 수 있는 드리블 기술이 떨어지는 박지성이 호날두나 루니처럼 맨유의 득점을 책임지는 골게터로서의 역할을 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박지성의 개인 성적을 살펴보면 30경기당 1회씩 개인득점이 나오는 식이다. 그러나 득점을 많이 못할지라도 박지성의 특기인 한 템포 빠른 패스 능력을 충분히 활용해 도움이라도 많이 기록해야 한다. 문제는 박지성이 골도 그렇지만 어시스트 역시 많이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박지성이 골과 어시스트 같은 공격 포인트에서 가장 심각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결장해야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았다. 박지성이 5년전처럼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였다면 공격 포인트의 부족은 별다른 문제로 부각되지 않을지도 모르나 지금 현재 그의 자리는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사실이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역할이 따로 있고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는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해 줘야 할 임무가 있다. 맨유가 2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지금 이 시점에서 박지성은 진정한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다운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맨유의 현지 팬들 역시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의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지성이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물론 소속팀인 맨유에서도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해야 하겠지만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본선을 향한 오랜 여정을 밟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도 그의 공격 포인트가 아주 절실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게는 언제 어느 경기에서나 항상 필요할 때에 해결사 역할을 해 줄 높은 골 결정력을 지닌 최전방 공격수가 가장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황선홍 은퇴 이후 믿을 만한 골게터가 아직 발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득점력 빈곤에 신음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 박지성이 전술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박지성도 골게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원활한 공간 창출과 정교한 볼 배급 능력으로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완벽한 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그런 지원 플레이를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A매치 통산 76경기에 출장해 10골 5어시스트를 기록한 그의 개인 성적을 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박지성은 두 번이나 월드컵 본선에서 개인득점을 기록한 바 있고 그가 A매치 득점을 올렸던 상대가 전통적인 축구 강호인 잉글랜드·포르투갈·프랑스 등이라는 사실을 돌아보았을 때에 큰 경기에 강한 그의 진가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박지성이 A매치에서도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데에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또 여기에 더해 슈팅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골 결정력을 더욱 높인다면 그는 한국 축구에서도 진정한 에이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됐든 한국인으로서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에 소속된 것만도 놀라운 일인데 세계 최고의 프로 스포츠 무대인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개인득점까지 기록하는 박지성을 볼 때마다 고국에 있는 우리 국민들은 가중되는 경제위기와 심각한 실업대란으로 희망마저 포기하는 상황에서도 위안을 삼으며 긍지를 얻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는 박지성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한국인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장이 이번 기회에 현실화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