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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에 관한 믿기 힘든 경험담

Nick |2009.05.08 13:47
조회 1,281 |추천 4

아버지는 막내인 내가 고1때 돌아가셨다.

 

타고 계시던 상선이 파나마 운하를 지나갈때쯤 사고로 바다로 실족하신 걸로 추정될뿐 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십년이 훌쩍 더 지난 지금도 모르고 있다.

 

평생 배를 타시며 아들 셋 뒷바라지 하셧고 아는 거라곤 배타는 거 밖에 없다고 하시던 아버지. 사고가 나던 그해 이번 항해를 마지막으로, 귀항하시면 조그만 구멍가게라도 하면서 육지에서 그리고 가족곁에서 늙고 싶다던 아버지...그렇게 허무하게 가셨다.

 

바다에서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르기 전에 굿을 한다. 돌아가신 분 혼을 바다에서 육지로 불러내는 굿을 한후에 관에는 돌아가신 분을 상징하는 나무를 넣고 장례를 치른다. 불교도 기독교도 천주교도 아닌 난, 그리고 일년에 9개월 이상을 배를 타신 아버지 때문에 부정이란걸 모르고 자랐던 난 무덤덤히 그 장례를 치렀다.

 

1. 장례식에서 있었던 일

무당이 아버지 혼이 들어왔다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 그것 조차도 가식적이라고 생각하고 돌아앉아 있었다. 이따위 굿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혼이 돌아온다니...믿을수 없었다. 그때 무당의 입에서 들려오던 아버지의 말투. 충격이었다

오직 살붙이고 사는 가족만이 알수있던 아버지만의 독특한 말투로 날 부르셨다. 그리고 오직 나와 아버지만이 아는 얘기를 하시면서 '먼저가서 미안하다' '상심말고 잘 살아야한다' '사실, 사고로 죽은게 아니라 동료 선원에 의해 바다로 떠밀렸다' '그 사람이 누군지 찾지마라. 실종 보상금 받아서 그걸로 살아라'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하나 하나가 모두 충격이었다. 그 말투, 나만 아는 아버지와의 약속 그리고 돌아가실때 상황

그날 우리 가족은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타살인걸 알면서 실종으로 인정하고 아버지 뜻대로 아니 우리 가족의 필요에 의해 실종 보상금을 받고 가슴속에 아버지를 묻었다.

 

2. 49제때 있었던 일

아버지가 어머니 꿈에 나타나셨단다. 어머니는 자고있던 3형제를 아침 꼭두새벽부터 깨워서는 아버지 생전 입으시던 양복을 다 꺼내시란다. 영문을 모르던 우린 다 꺼냈고 어머니는 꿈얘기를 해주셨다. 꿈에 뒤집어진 배에 팬티 차림으로 앉아계시던 아버지는 계속 '춥다'고 하시면서도 살아서 입던 양복 안주머니에 미화 500불이 있을 거라고 환전해서 쓰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찾아보자고. 난 믿지않았다. 그냥 꿈일 거라고......

그날 몇 벌 되지도 않던 아버지 겨울 양복 속주머니에서 미화 500불을 진짜로 찾았을때 또다시 우리 모두는 침묵속에 빠져들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실종으로 묻어버린 죄책감에..그리고 죽어서도 가족을 위해 그 돈을 알려주신 아버지의 사랑에...이 믿을수 없는 일들에..

우린 그 돈을 그후로도 오랫동안 환전해 쓰지 못했다.

 

그 후로도 이런 일들은 많았지만 다 적을순 없을거 같다. 지금도 고향집에 가시면 어머니는 아버지가 주무시곤 하시던 방에 늘 촛불을 켜두신다. 큰 그릇에 쌀을 가득 담고 그 가운데 큰 양초를 켜두신다. 어머니는 느끼신댄다. 아버지가 그 방에 계속 머물고 계신것을.. 내 나이 서른이 넘은 어느 날 어머니께 이제 그만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좋은데로 가신 아버지한테 초를 켜둔들 쌀을 담아둔들 무슨 소용있겠냐고.

 

어머니가 조용히 날 쌀 가운데 꽂힌 양초가로 부르셨다. 양초 불빛에 발그레 화색이 도는 행복한 얼굴로 어머니는 작은 비밀을 털어놓으셨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무언의 대화를 하고 계신 거란다. 쌀을 가득담은 큰 그릇에 양초를 꽂아두시면 아버지가 양초주위에 쌀로 꽃들을 그려놓으신댄다. 그래서 매일 아버지가 그려놓는 그 꽃들 보시는 재미에 매일 매일 새 쌀과 새 양초를 밝히신단다.

 

그리곤 유심히 들여다 본 그 그릇엔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쌀을 밀어 그려놓은 듯한 작은 꽃그림들이 실제로 있었다. 손가락에 밀려난 쌀들의 방향까지 일정하게 배열되 있는 작은 꽃들... 아버지는 거기 그렇게 우리곁에 계셨던 거구나...그리고 이렇게 당신이 곁에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거구나...어머니 앞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난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술을 취할때까지 마시지도 않는다.

술을 먹거나 취하면 난 늘 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여워서 그리고 당신의 죽음을 팔아서 대학을 다니고 밥을 먹고 책을 사서 보고 생활을 하면서도 그 억울한 죽음을 밝혀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난 늘 운다.

 

회사에서 안정된 직책까지 승진한 지금도 난 회식때에도 소주 석잔이상을 마시지 않는다. 혼자서는 소주 두병도 마셔봤지만..다른 사람들 앞에선 취해선 않되기에, 울어선 않되기에 그래서 실수로라도 이 슬픔을 들키지 않기위해 난 술을 꺽는다.

 

어머니는 오늘도 정성스럽게 새 쌀을 구해서 양초를 꽂고, 그날처럼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그 그릇을 들여다보고 계시리라.

 

어버이날인 오늘..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나 보고싶다. 만나고 싶다.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다. 죄송하다고... 너무 어려서 얼마나 아버지가 우릴 위해 희생하셨는지 몰라서 뼛속까지 한스럽다고..살아계실때 단 한번도 사랑한다 말씀못드려서 죄송하다고...돌아가셔서도 우리 가족 이렇게 까지 돌봐주신 아버지 사랑 이전엔 미처 몰랐다고... 아버지 품에 안겨서 원없이 펑펑 울면서 잘못을 빌고 싶다.

 

나도 아버지가 된 지금, 돌아가신 아버지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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