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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만의 만남

비비카 |2004.05.05 15:52
조회 411 |추천 0

이별 통보를 받고 19일 만에..얼굴 본지 34일 만에 그를 만났습니다.

내게 헤어지자는 얘기 하지 못할거라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들었던 이별...

가끔 문자 보낼게라던 그에게 하지 말라고 했던 저였습니다..

사실 먼저 연락이 오리라고도 생각지 못했던터라 얘기 좀 하고 싶다던 그를 만나야 하나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지만, 한번쯤은 부딪쳐야할 상황이라는 생각에 만났습니다.

웬일로 양복을 입었더군요..졸업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 저의 국민학교(제가 다닐때는 그랬으니까요) 4년 후배 입니다..

4년의 나이차...제가 보이기 그는 아직 어렸습니다..뭐..실제로도 그랬고 말입니다.

한번 사랑에 실패하고 인생에 실패한듯이 지내다가,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머피의 법칙처럼 집안도 시끄러울때..그렇게 힘들어 하던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였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덥석 잡지도 못하다가 그의 노력(?) 덕에 지난 40개월을 함께 했습니다.

그 사람의 존재 저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였는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사랑이였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한번도 사랑이랑 감정 느껴 본 적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가끔은 이런것이 사랑이라는 걸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정이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사랑을 아직 잊지 못할때 시작했던터라 군대 갔다온다는 심정으로 26개월 기다려 줄 수 있다는 말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26개월이 지난후에도 만남은 계속되었습니다.

남자들은 거짓말이라는걸 알더라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 듣고 싶어 한다는거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감정은 느껴지는 거라고 믿는 저는 한번도 그렇게 듣고 싶어 했던 말 해주지 못했습니다..언제가는 듣게 되리라 생각하며 그렇게 기다려 준 사람이였는데 말입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하더군요..저는 지금이 좋다며 거절했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라고 하더군요. 기대하지 말라는 말은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같은 또래 나이의 친구들이 할수 있는 그런 예쁜사랑하기를 바랬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여러 색깔의 사랑이 있지만, 아프고 힘든 사랑 말고  20대에 할수 있는 그런 핑크빛 사랑 말입니다..

4,5년 후에나 그래도 전세라도 살 준비가 될거라며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기다려 달라는 표현보다는 같이 벌어서 그때 결혼 했음 하더군요..20대가 지나버린 저이지만 결혼계획없고, 가족계획 없는 저에게 꼭 그런식으로 말했어야 하나 싶더군요..헤어지자고 했을때도 한마디 없이 묵묵히 받아들였던 저에게..그렇게 오랜시간을 겪은 저에게..그런 표현을 사용했어야 하는지..헤어졌다고 해서 제가 쉽사리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할거라는걸 알고 있으면서..

차라리 그저 그런 그의 생각을 얘기 하면서 기다려 달라는 말보다, 같이 모아서 결혼하자는 말보다, 지내왔던 시간처럼 그렇게 곁에 있어 준다면 앞으로 몇년 후가 되던 그 시간은 그렇게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 걸까요? 가끔 만나는 편할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했을텐데 꼭 그렇게 못 박듯이 조건을 말해야만 되었던 것일까?

거절한 진짜 이유는 그렇게 못 박듯이 말하고 시작해도 다시 헤어질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제게 상처가 컸습니다. 울고 싶었는데..가슴은 울고 있지만 웬일인지 눈물이 되어 흐르지 않더군요...일하는 중간중간..특히 잠들기전 늘 하던 통화없이 잠자리에 드니 평사시보다 1~2시간후에 잠드는 날의 반복이였습니다..그래도 다시 시작하기에는 저게 상처가 너무 큽니다.

헤어지자는 말도 성급했고-본인이 그러더군요- 다시 시작하자는 말도 성급했습니다..차라리 그때 헤어지자는 말 대신에 서로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잠시 시간을 갖자고 했어야 했습니다..못 기다려 줄 내가 아닌데..만나던 안 만나던 적어도 하루에 3번의 전화 통화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하루 하루은 고사하고, 이틀에 한번씩 전화하더니 느닷없이 지쳤다며 이별을 얘기하더니 말입니다.

잠이 많아 잠 자느라 저와의 약속은 깨는 사람이 시험 기간 이라며 공부한다던 사람이-방해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생각해서 연락하지 않았더니..전화 준다는 사람이 연락없어 전화 했더니 용산에 친구 컴을 사러 나왔다고 하더군요..그래서 몇마디 했었는데. 비꼬듯 한 말이 이번 이별의 결정타 였더군요. 하루 이틀. 한달 두달, 1,2년 만난 사이도 아닌데..본인의 잘못을 생각한다면 제게 이럴수 있을까 싶더군요..그 후 이틀만에 전화왔습니다..그저 나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 문제 였는데, 그것보다 더 큰 일이 많았아도 잘 넘겨왔는데..그래서 사람들이 인연 인연하는가 봅니다.

인연의 끈이 길다면 그 사람과도 이것이 끝은 아니겠지요..

 

(지나간 일들을 적자니 처음으로 눈물이 흐릅니다..전 참 눈물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도 많이 울다보니 소리내어 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가끔도 아닌데 우는 모습을 남들에게 들키면 안되니까요..언제나 조용히 볼을 타고 흐러내리더군요..)

 

어제 만나고 헤어지기 전에 계좌번호를 달라고 하더군요-그런 일도 다시 만나기는 뭐하니까. 사무실 근처에 은행이 없어서 회사를 옮기고 나서 가끔 은행 일을 부탁해서 제 계좌번호가 있을텐데..왜  필요할까 싶었는데. 지웠다며 달라고 하더군요. 그 사람 등록금이 부족했을때 제가 보태주었고, 카드 값에 허덕일때도 대신 갚아 주었습니다. 어차피 받을 생각하고 준거 아니였으니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어려운 여자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가 후회될거라고 마련되면 준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계좌번호 알려주겠다고는 했지만, 알려 줄 생각 없습니다.

지금 그 사람의 상황으로 그 돈 마련하려면 방학때 2달은 일해야 모을수 있겠지요. 그렇다고 저만 돈을 준것도 아니고 친구들에게 있는 걸 아는데..얼마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데,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돈을 마련할때까지도 제가 연락이 없으면 그때 연락이 오겠지요. 그때 알려줘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예의는 있구나 싶었습니다. 내가 지금 어려운데도 안받아도 된다는데 준다고 하는걸 보고 말입니다.

 

중매로 결혼해서 몇십년 살면서도 정없이 사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면서 결혼은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이 친구랑 사랑없이 시작하더라도 잘 살아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변하나 봅니다. 지금은 아무생각 없습니다. 사실 선을 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사람과 헤어지기 전 이미 나왔던 얘깁니다. 엄마도 저희 만나거 알고 있기 때문에 그사람에게 얘기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뭐 제가 선한번 본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고 숨기고 싶지 않아 얘기 했었습니다. 이미 엄마 성화에 작년에도 한번 본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로 전치 12주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언제 볼지 저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이런것들이 그사람에게 부담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저는 신경도 쓰지 않는 일들에 주위사람들은 신경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서로 그정도는 커버하고 넘어갈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스스로도 느끼는 사실이지만 저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학교생활이나, 직장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소중한 사람들..가까운 사람들을 가끔은 피곤하고 지치게 합니다. 친구가 적은 편이여서 뭐든지 시시콜콜 자기만 찾는 제가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그런 사실을 저도 알기 때문에 많이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애씁니다..어차피 서로 맞지 않은 부분은 조율해나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쳤다는 그사람의 말을 듣고 아무말 하지 못한겁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말 4년전 제가 너무도 사랑했던 사랑에게 똑같이 했던말입니다.."나 너무 지쳤어. 이제 그만 쉬고 싶어"...

부메랑처럼 4년만에 제게 돌아온 말입니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새기면서 말입니다.

 

그 사람이 다시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면서 제게 어러더군요.'자신에게 충실하라는 말 이제는 이해할것 같아'-이해했다는 말처럼 자신에게 충실할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더불어 한가지 욕심이 있다면 이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서로 사랑 받고, 사랑해주는 그런 여자을 만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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