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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36 ] 적과의 동거 1000일--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아픔만큼 성숙해 진다.

시아 |2004.05.07 07:54
조회 6,929 |추천 0

봄 햇살!

 

너무 좋은 오월 입니다.

 

이 햇살 만큼 공평하게 여러님, 모두 행복하세요.  

 

우리는 못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지금 잠깐 구름에 가려 흐리더라도 그 구름 반드시 걷혀요. !!!

 

그리고 저 햇살이 고르게 비추어 주지요.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고 ! 행복하시라는 제 마음 전해요!

 

그리고 마음이 힘든날 제게 메일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보는것 마음을 푸는데 도움이 되지요.

 

천천히 답장 쓸게요.

 

오늘은 제가 어디에 있던지 , 무얼 하던지 , 그런 분들을 위해

 

기도 할게요. 오늘은 일본에 계신 당신을 위해 위로와 격려 보냅니다!!!

 

기운내세! 더 멋진 내일 반드시 오겠죠?  힘내세!!!

 

사랑해요. 소중한 당신들 !!!

 

화이팅 하는 오늘 되세요.

 

~~~~~~~~~~~~~~~~~~~~~~~~~~~~~~~~~~~~~~~~~~~~~~~~~~~~~~~~~

 

 

 

 

 

 

 

 

 

36.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아픔만큼 성숙해 진다.

 

 

 

 

 

 

 

 

 

 


 다음날  늦은 아침, 잠결에 들으니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었고 , 

 

 달콤한 기분으로 눈을 떴더니,

 

내 머리맡에는   하얀 봉투가 얌전히 놓여 있는 게 보이고  김비서가 와 있었어. 

 

 창에 부딪는  빗소리 때문에  얼결에 잠을 깬 나는 일어날 생각도 않은 채

 

 멍청하게 김비서를 바라보고 있었지.

 

김비서는 내게는 언제나 사람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거든,

 

 


“ 뭐예요? 아저씨? ”


“ 보세요. 사장님이 지시하신 서류 해 왔습니다.

 

최변호사님 보다 제가 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가게는 어제 제가 다 챙기고 한바퀴 돌았습니다. ”

 


내가 그 서류를 보았더니,

 

그건  가게의 명의를 모두 내 앞으로 해 둔 서류들이었어.

 

막상 난 놀랐지 뭐야.

 


“ 이게…… 뭔가요? ”


“ 사장님께서 최변호사님께 지시하신 일이라서 전 잘 모릅니다. ”

 


“ 오빠는 출근했어요? ”


“ 네, 오늘 전시회 작품들이 더 들어온다고 해서요. 

 

 일찍 나가셨습니다. 제가 퇴원 수속 하고 모시겠습니다. ”

 

 

 

 


 난 퇴원을 하고 아파트로 돌아와서는 기운이 빠져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어.

 

도대체 사채의 생각을 알 수가 있어야지.

 

왜 내게 아무 말도 없이 저렇게 처리한 것인지……

 

그렇다고 해서 재산을 내 앞으로 해줬다고 낼름 마음 변할 수도 없고,

 

그저 하루 종일 얼떨떨한 기분으로 있었어.

 

 

 

돌려주겠다고 하는 전화를 해야 할까?

 

창 밖으로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고

 

 내 마음은 하루종일 심란하잖아.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는데 마음이 하루종일 어수선하게 흔들렸어. 

 

 갑자기 무섭기도 하고 말이야. 

 

 팔이 아픈 동안 오기로 한 도우미 아줌마가 내려놓고 간 커피를 마시고,

 

책도 읽고, 그러고 있는데 사채가 왔어,

 

다른 날 같으면 아직도 한참 근무를 할  시각이었는데 사채는

 

나를 보곤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들어 왔어?

 

 


“잘 왔어? 불편한 건 없어? ”


“응, 괜찮아. 그런데, 왜 그랬어? 오빠?”

 


나는 할말이 별로 없어서 웃었어.

 


“그냥, 그렇게 해주고 싶어서……가자, 머리 감겨 줄게.

 

너 이틀이나 머리를 못 감았잖아.   자, 이리와 옷 벗고……”

 

 


사채가  막 내 옷을 벗기려 할 때 ,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렸어.

 

 내 핸드폰이었지.  나도 사채도 의아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어.

 

 


“ 여보세요? ”


--징아? 퇴원했어? 나 지금 퇴근하는 중인데 …….

 


“어, 사부?”


--괜찮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내가 사 가지고 갈게.

 


“ 어, 사부 ? 지금은 오지마. 내가 다시 전화할게. ”

 


전화 속의 목소리는 곁에 있는 사채에게도 선명히 들렸어.

 

사채의  눈썹에 힘이 들어간걸 보고는

 

나는 사부가 무어라고 말을 할 새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어.

 

 겁이 더럭 나잖아. 잘못하다 들킨 사람처럼 말야.

 

그런데 전화가 다시 온 거야.

 

 


“ 여보세요? ”


-- 무슨 일이 있어? 왜 전화를 끊어?

 

내가 가서 옆에서 있어 주려고 그러는데, 불편하잖아. 혼자 있으면 ?

 


“아니, 저…… 오빠가 와 있어, 나중에 전화할게. 사부 ?”


--그래, 있다가  전화 해.

 

 


사채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더니 아무 말 없이 욕실에 물을 받기 시작했어.

 

틀림없이 삐친 거였어. 

 

그리고는 조용히 내 옷을 벗겨 내고는 욕조에 들어 가 앉은 내 어깨와

 

목덜미를 꼭, 꼭 주물러 주었어. 그리고는 조용히 물었어

 


“징아,  사부가 왜? 좋아.  ”


“……”
( 그것이, 좋은 것을 왜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좋은 것을 ,,, 고것참, )

 


“ 응? 말해봐, 왜 ? 사부가 좋으냐고? ”

 

 


사채가 삐친 목소리로 다시 다그치자 비로소 나도 내가 사부를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고 있었어. 

 

나는 왜 사부가 좋은 거냐? 머뭇거리는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사채는 말없이 머리를 감겨 주었고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잘 말려 주었어.

 

그리고 머리를 빗겨 주면서 사채는 말했어.

 


“ 매일 생각해. 징이를 말야. 이러는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고 ,

 

징이가 사부를 좋아한다고 내게 말했을 때 나,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어.”


“ 미안해, 오빠. ”

 


“ 그래서 말인데 똑 같은 조건에서 사부와 나를 다시 봐.

 

그리고 다시 나를 선택 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어쩔 수는 없지만,

 

만약 다시 나를 선택한다면 이젠 사부는 그저 사부로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어.

 

 또 그래도 떠나간다 해도 나 징이를 보내 줄 생각이야.

 

하지만 가지 않기를 바라기도 해.”

 


“ 대체 , 그런 말이 어디 있어? ”

 


“ 내가 만날 너에게서 강제로 사부를 떼 놓은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고,

 

나도 마음에 가시처럼 남아 있었어. 미안해. 이제 난 갈게.   ”

 


사채는 멍하게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두고 조용히 가 버렸어.

 

 갑자기 가슴이 싸아 하더라.


근데 말야, 내가 하나 잊고 있었던 게 있었던 거야.

 

뭐냐면, 내가 팔이 빠졌던 그날, 

 

 바로 그날 난 사채가 와줘서 몹시 행복했었다는 거, 말야.

 

 

 

내가 사채가 가고 나서 소파에서 토요일이라고 하는 겁나게

 

재미없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다가,

 

머리를 산발을 하고 이불 뒤집어쓰고 자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어.


나는 부시시 일어나서 나가 문을 열어 줬더니 희진이가 정우랑 온 거야.

 


“ 야, 너 팔! 빠졌다며? ”


“ 어, 앉아. ”

 


“ 희진아, 커피 마실래? ”


“ 뭐야! 너네 말 놓냐? 이제? ”

 


“ 응, 우리 사귀기로 했는데 말놓으면 안되냐?”


“ 야! 너네 ! 사귀더라도 내 앞에서 말을 놓지는 마! 죽을 줄 알아.”

 


“ 아이고, 무서 봐라. 가스나! ”


“ 생님, 우리 잘 봐 주라. 응? ”

 


정우가 고개를 디밀고 그러자, 난 웃겨서 머리통을 딱 때리며 소리를 빽 쳤지.

 


“ 야! 넌 나한테도 좋아서 죽는다고 난리 아니었어? ”


“그때는 내가 철이 없었어. 지금 보니 역시 난 희진씨가 좋아. ”

 


“ 아무튼, 내 앞에서는 말놓지마, 나보고도 말 놓으면 죽을 줄 알아! ”


“ 아이고! 이 가스나가 남 애인 생기는걸 못 보는 구만 또 !

 

야 , 정우씨 라고 불러! 알았어? 정우가 뭐야? 정우가? 언니 애인한테!”

 


“ 아이고~~ 기맥히다. 너!”


“ 피차, 마차야! ”

 

 


그렇게 우리가 떠들고 있는데 기 기마가 온 거야.

 

기 기마는 오는 길에 나에게 해주려고 시장을 잔뜩 봐서는

 

배가 불룩한 쇼핑봉투를 두개나 들고 들어 왔어.

 


“어! 희진씨가 오셨구나? ”


“응, 사부 ,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사부, 얘는 정우야. 내가 이야기 해줬지? 폭탄이라고. 거, 왜 있잖아. 독가스! ”

 


“ 어! 아! 그친구? 반갑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

 


기 기마가 정우에게 손을 내밀자, 정우는 꾸벅 인사를 하면서

 

악수를 나누고 나를 노려 보았어.

 


“도대체, 그렇게 말할 건 뭐야? 생님때문에 못살아.”

 


정우가 나를 쬐려 보자, 희진이가 한마디했는데

 

 그 한마디 때문에 우리는 다 두들기고 웃고 난리 났어.

 


“ 와~ 그 독가스 후유증은  사랑으로도 치유가 안되데요.”

 


그리고 두 남자는 식사준비를 하러 갔고 우리는 조용히 커피를 마셨어.

 


  “ 희진아! 아파도 그 시간이 흐르면 그 아픔 만큼 성숙해 진다고 하잖아. 정말일까? ”


 “ 아플때야 디지게 아프기만 할줄 알겠지만, 시간이 가면

 

또 그 시간만큼 아픈 것도 덜해지고  지나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이  살아가는 힘이 된다카더라. 울엄마가.” 

 

 


그날 난, 창 밖에 내리는 비 때문인지  조금은 우울해져 있어서 

 

 간만에 사부와 정우가 비가 온다고 맛난 파전과 만둣국을 만들어 주는데도 맛도 모르고 먹었어.

 


“ 야! 먹어, 그래도 먹어야지 힘내지. 멍청하기는, 그라고 청승 떨지마. 니 스타일 아니야.”


“ 자, 어서 먹지요. 만두 불겠네? 희진씨? 소주 한잔할까? 정우씨는 한잔 하실래요?”

 


"  야, 징아! 근데 넌 몸이 뭘로 만들어져서 목욕하다가 팔이 빠지냐? 하여간 특이해, 지지배!”


" 그럼, 넌 내 몸이 뭘로 만들어 진거 같냐?"

 


" 아니, 이노무 지지배는? 뭔 말을 못해. 기가 좀 죽었나 했더니?

 

 난 니몸이 연체동물 쪽인가 했어. "

 


“ 으이그 ! 가스나, 정우하고 둘이 하여간 말빨 세기가 세트야 세트!”

 


" 누나들아, 왜 니들은 만나면 싸우냐?

 

그리고 거기 왜 이렇게 착한 나를 끌어다 붙이냐? "

 


“근데, 보자, 보자, 하니까! 야, 정우 ! 너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죽을래? ”

 


" 아휴, 그만들 하시고 식사하죠. 자 한잔 받으세요. 정우씨."

 


그렇게  왁자지껄한 술자리로 출발해서 착잡한 심정으로

 

 우리는 소주를 양껏 마시고 놀았고 저녁 늦어서야 희진이와 정우가 돌아  갔어.

 

 

 

 

사부는 설거지를 했고 난 초콜릿을 먹으며 오디오에서 나오는

 

김종서의 겨울비를 듣고 있었어. 

 

 난, 단걸 좋아하는데, 쓸쓸할 때는 단것을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겨울비처럼 슬픈 노래를 ~~ 허밍으로 따라 부르며

 

기 기마가 어느새 소파에 앉은 내곁으로 다가와 커피 잔을 내밀며 나란히 함께 앉았지.

 

 


“ 사부, 사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


“ 사랑해. ”

 


난, 너무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그 남자를 보며 말문이 막혔어.

 


“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해? ”


“ 왜 ? 내 마음을  속이기를  바래? ”

 


“ 하지만, 난 왜 확신이라는 게 없지? ”


“ 징이는 나랑 헤어지고 눈물 흘려 봤어? ”

 


내가 기 기마를 보냈다고 사채한테 악은 썼지만 별로 울지는 않은 것 같은데?

 


“ 글쎄? 솔직히 말하면 안 울었어. 하지만 디게 그리웠는데……”


“ 난, 울었어, 징이에게 인사도 못하고 쫓겨나면서 난 슬퍼서 ,

 

너무 슬퍼서 울었어. 큰소리로 말이야. 나……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거, 그날 알았어. ”

 


“ 사랑이라는 거 꼭 그렇게 눈물이 나야 하는 거야? ”

 


기 기마는 그렇게 묻는 내게 대답대신 엷은 입맞춤을 해 주었어.

 


“징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


“ 사부……”

 


“ 너무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돼. 

 

난 사랑한다고 모두 결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저, 내가 말야. 이렇게 징이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난 행복해. ”

 


“ 하지만…… 사랑하면서 갖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 사랑이 세상에 있어? ”

 


“ 난, 이제 징이가 다시 돌아 간다해도 좀더 편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내가 다시는 사랑 할 수 없을 줄 알았어.

 

하지만 난 징이를 사랑해. 이렇게 …… 이걸로 되었어. ”

 


“ 사부는 나랑? 다 끝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 ”

 


“ 아니…… 끝이 보이는 사랑을 하는 거야.”

 

 


기 기마는 그렇게 말해 놓고는  씽긋 웃었어.

 


“ 내일 뮤지컬 보러 가서는 울기 없어? ”

 


 “ 알았어, 사부! ”

 

 


 암튼  그래도 내 인생에 첫 번째 아픈 시련의 시간을 나는 기 기마와 함께 

 

 그렇게 보내고 있었어.

 

 

 

 

 

 

기 기마가 올라가고 잠시 뒤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우는 거 있지.

 

 

“여보세요 ? ”


--허징씨 핸드폰인가요?

 


“  왜? 오빠? 장난 전화도 다하고 ? 이 시간에 전화를 다하고 웬일이야?”


--  지금 어디야?

 


“응, 나 침대지. 나 자려고 그러는 중이야.”


“ 응,  잠깐만……”

 


그러더니  말이 뚝 끊기는 거야.  난, 기분이 묘해지는 걸 느끼며 천천히 일어나

 

앉아 전화기 소리에 집중했어. 끊겼나 하고 끊으려고  하는데

 

사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그리고는 이러는 거야.

 

 


-- 나도 침대에 누웠어. 너, 자기 전까지 이야기 해주려고 .


 “쳇!  같이 살았을 때 이렇게 잘해 줘보지. ”

 


-- 그래서 후회하고 있어. 지금 . 


 “ 준이는 ?.”

 


--  자는 거 보고 왔어. 나, 매일 밤 네 꿈꾸며 잤어.

 


와~ 사채도 마음  먹으니까  이렇게 달라지네.

 

 


“ 그럼, 어디 이야기 해봐 .”


--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그냥 노래하면 안될까?

 

 


가로수 ~~ 그늘 아래서면 ~~ 잊을 수 없는 기억들~~`

 

하루를 너의 생각 하면서~~ 걷다가 바라본 하늘엔 ~~~ 흰구름 말이 없이 흐르고 ~~~~

 

 

 


그날 밤 난 사채가 불러주는 수없이 많은 주옥같은 명곡들을 들으며 잠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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