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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 2부 (#48 : 협상 & #49 : 유채의 추억 (1))

J.B.G |2004.05.08 00:30
조회 87 |추천 0

 

#48

그녀는 페기장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정후도 그 옆에 않았다. 소음들이 끊임없이 두 사람의 귓가에 시야에 전해오고 있었다.

 

“협…상…?”

“그래…”

“무엇을…”

“기계의 문명을 구해줄 수 있느냐를 묻는 거야…”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하나야… 지금 이 현실을 보고도… 기계도 인간과 다른 여타 생물과 같이 가치 있는 생명 이라는 것을 아직도 부정하느냐 하는 거야…”

“…”

 

유채는 침묵했다. 그녀는 이미 그녀의 모든 가치관이 붕괴되고 말았다.

 

“넌… 정후야…? 아니면… X야…?”

“난 정후야…”

“…”

“난 X야”

“뭐?”

 

정후는 갑자기 목석처럼 굳어졌다. 그리고 아무 대꾸도 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유채는 조용히 기다렸다. 정후가 무엇인가 자신에 대해 해명해 주기를…

 

“둘 다야… 두 영혼이 내 육체에 존재해…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그래…”

 

그녀는 그만 이제는 모든 것을 긍정해 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오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냐… 다만… 기계문명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되는 세상을 원해… 그뿐 이야…”

 

유채는 정후의 소망에 아무런 대꾸도 해 주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답변도 해 줄 수 없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에게 정후가 고백했다.

 

“너를… 사랑해”

 

갑작스러운 정후의 말에 유채는 더욱 더 혼란에 빠져들고 있었다.

 

“너니? 아니면… X?”

“X이면서… 나야…”

“그런…”

 

침묵.

한참동안 유채가 아무런 화답이 없자 정후는 다시 되물었다.

 

“왜 생물을 아끼는 너의 마음을 기계한테는 주지 못하는 거지? 왜!”

 

그녀는 계속되는 혼돈 속에서 회상에 잠겼다.

 

“기계와 생물…”

“…”

“난 그렇게 대단한 여자가 아냐… 정말 나는… 어처구니 없는 여자야… 똑 같을 실수를 또 다시 저지르고 있었다니… 언니…“

“… 뭐 …?”

 

유채는 계속 중얼거렸다.

 

“언니…”

 

 

#49

정유채의 어린시절.

어린 유채는 정후처럼…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독특한 천재적 재능을 갖춘 촉망 받는 인재였다. 그녀는 수학, 물리학, 생물학 뿐 아니라 문학과 철학, 예술에도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한 그녀는 주변의 모든 존재들에게서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아~ 따분해… 이런 일은…”

 

그녀는 풀던 문제를 팽개치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린 시절… 그녀는 마당의 벌레들과 놀기를 좋아했다.

 

“너도… 참… 가련하구나…”

 

그녀는 한참 놀다가 지루해졌는지… 벌레를 따가운 햇빛에 달구어진 돌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꿈틀거리며 말라 죽어가는 벌레를 감상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니?”

 

그녀의 누나인 정유정이 그녀에게 물었다.

 

“음 생체실험 중이야?”

“뭐?”

 

유정은 동생에 의해 죽어가는 벌레를 바라 보았다.

 

“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연구 중이야?”

“연구?”

“응, 이 작은 생물의 피부가 이정도 상온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 말야…”

“그런 짓 그만 둬!”

 

유정은 동생이 돌 판에 올려 놓은 벌레를 그늘로 보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유정에게 유채는 화를 내고 있었다.

 

“언니! 이게 무슨 짓이야! 언니는 지금 내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고!”

 

화를 내고 있는 유채를 유정이 침착하게 달래주었다.

 

“유채야… 언니 말 들어봐… 하찮은 벌레도… 존귀한 생명이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지… 네 연구는… 표본실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 하잖아…”

 

유채는 입을 한 뼘이나 내밀고는 토라져 버렸다.

 

“그건 다 죽어 있는 거라서 재미 없어”

“저… 작은 생명이 고통 받고 있잖니…”

“어차피 벌레잖아”

“그래… 어차피 벌레야… 하지만… 필요이상으로 그것들을 고통 받게 할 필요는 없잖니…”

“언니도 참. 그저 하찮은 벌레일 뿐이라고.”

“그래 알았어. 언니도 필요 이상으로 네 연구를 방해하지 않을게 하지만, 너도 꼭 필요한 희생 이상은 하지 않기로 언니하고 약속하자!”

“알았어. 언니가 그렇다면…”

 

두 사람은 새끼 손가락을 걸고 굳게 약속했다.

 

며칠 후.

유채는 낮잠을 자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유채는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정색을 하고는 언니를 애타게 부르기 시작했다.

 

“언니! 언니! 어디 있어! 언니!”

 

유채는 언니가 보이지 않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언니!”

 

그런 유채에게 유정이 나타났다.

 

“언니 여기 있어…”

“언니! 어디 갔던 거야!”

“손님이 와서…”

“그래도 말도 없이 없어지면 어떻게 해!”

“그래… 언니가 미안하구나…”

 

유채는 창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누구야?”

“응… 의사 선생님들 이야…”

“의사? 누가 아파?”

“아냐… 아무것도…”

 

유정은 유채를 조용히 안아 주었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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