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지 18일이 지났건만, 그 후유증이 이토록 오래 갈 줄 몰랐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함께 근무할 동료들(4명)을 지난 3일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인계를 받고 뒤셀도르프 지사의 업무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오리엔테이션
과 브리핑을 하던 중 그네들에게 늘 듣는 소리가 있었다.
= 한 주임(파견 나오기 전의 직급)님. 무슨 일 있으세요?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커피를 마시며 회사 창 밖 광경을 보고 있다가 듣던 말이다.
- 네? 뭐라고요?
= 가끔 멍하니 계신 거 같아서 ..., 주임님! 무슨 일 있으면 속 시원하게 말씀하세요.
저희가 괜히 신경이 쓰이네요.
- 그래요? 미안합니다. 아무 일 없어요. 괜찮습니다. 이런 또 눈물이 ...,
그랬다. 그네들이 보기에 내가 잠시 울고 있는 듯이 보였으리라.
짝꿍을 마지막 만난 날(11번째 만남, 4월18일), 술에 잔득 취해 울던 후로 이상하
게 오른쪽 눈에는 항상 눈물이 고여 흐르고 있다. 처음에는 바람이 너무 불어 혹은
태양 빛이 너무 밝아 그러려니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일예배 찬양반주 연습 도중 어떤 자매가 말을 건네 왔다.
= 형제님, 무슨 일 있어요? 안색이 안 좋네요.
- 네? 아~ 그렇게 안 좋아 보이나요? 사실 어제 과음을 했거든요.
술 냄새 풍겨 미안합니다.
= 그게 아니라, 울고 계신 거 같아서 ...,
- 하하하.. 제가 왜 울어요. 아무 일 없습니다. 괘념치 마세요.
=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요. 주님께 기도하세요. 주님은 모든 걸 함께 나누길 원하
세요.
이 자매가 무슨 소릴 하나 싶어, 급히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보니, 오른쪽 눈에 눈물
이 흐르고 있었다. 이 때까지는 별일 아니겠지 하고 흘려 넘겼다.
사실 출국 후 잠을 자고 일어나면 늘 베개가 젖어 있었다. 식은땀인 줄 알고 감기기
운이 있나 싶어 손바닥을 이마에 가져가 봤지만 열은 없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상
비약통을 찾아 약을 먹어봤지만 소용없었다.
어저께 금요일 조퇴를 신청해 안과병원을 찾았다. 진찰 후 의사는 가만히 얼굴을
빤히 쳐다 보더니 입을 연다.
= 눈물샘이 닫히질 않아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겁니다. 그러니 물을 평상시 보다
많이 섭취하고 지정한 약을 늘 지참하면서 투약하세요.
-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거죠?
= 우울증 초기증상입니다. 이를테면 대인 기피증으로 시작되어 몸에 증상이 나타
납니다. 환자의 경우는 눈물샘이 닫히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는 거죠. 마음 편히
갖고 운동을 해 보세요.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시고 사람들과 많은 대화
를 나누면서 생활을 해 나가세요.
- 우울증이요? 박사님께서 말씀하시는대로 나는 이미 운동도 하고 있고 교회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도 충분한 커뮤니티도 쌓고 있습니다.
= 우울증 환자들은 대게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추천하고 싶은데 ..., 원하시면 찾아 가 보세요.
그 의사는 내게 주소가 적힌 메모를 건네면서 정규적으로 안약을 타러 오란다.
요즘들어 자꾸 꿈 속에 노란색의 변색 안경을 낀 그녀의 얼굴이 아른 거린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었고, 난 늘 그녀를 소리 쳐 불러 보지만, 언제나 난
제 3자였었다. 이 꿈은 작년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꾸던 꿈이었다. 그녀는 늘 쫒기
고 난 늘 그녀를 향해 소리 치고 ..., 단 한번도 꿈속에서 우리는 서로 마주 친 적이
없었다. 머리로는 이제 잊어야 한다고 늘 다짐하면서도,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보
다. 미쳐가는 걸까? 이제 잊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왜 나의 사랑은 머리 따로 마음따로 일까? 역시 독신주의로 사는 게 편한 걸까?
<추가열: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