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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사 이야기 episode2 술래잡기2

전선인간 |2004.05.12 12:54
조회 612 |추천 0

//전편에 이은 글입니다. 전편을 읽고 읽어주세요

  

남형사 이야기 episode2 술래잡기2

 

 

 

“어이 짱개 여기 얼마야?”


박 철현 형사는 꼬깃해진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잘다려진 와이셔츠 윗 주머니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오. 박 선배 제 꺼 까지 쏘시는 거예요?”


“아나콩이다. 이 놈아. 내가 돈이 어딨냐? 잔소리 말고 자장면이나 비벼놔”


“아 진짜! 좀 있음 반장될 양반이 더럽게 치사하네. 박 선배 너무 그러지 맙시다.

인간 남 형우 서럽다 이겁니다.  남자가 말야. 통이 커야지 치사하게........“


“그럼 통 큰 당신이 한번 쏘시지. 그래요 남 형우 형사님.”


“아 씨발 좋수다. 제가 쏘죠. 쏴! 이까짓 짱개 한 그릇 얼마나 한다구

짱개 여기 얼마야?”


남 형사는 자신보다 선배인 박 형사가 자장면 한 그릇 사주지 않는 것에

열이라도 받은 모양 몇 년은 족히 쓴듯한 낡은 가죽 지갑에서

일부러 소리를 내어 지폐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저 오늘은 돈 안받습니다.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오늘 제게 무지하게 중요한 날이거든요. 이런 날 돈 받을 수는 없죠“


배달원은 연신 웃음을 지으며 철가방의 문을 연후 자장면 그릇과 단무지

그릇을 경찰서 한 귀퉁이에 놓여진 갈색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어 그래? 오늘 무슨 날인데?”


박 형사는 어느새 테이블 탁자에 앉아 나무젓가락의 종이 껍질을 벗긴 후

타닥타닥 소리를 내어 젓가락 두개를 비벼대고 있었다.


“오늘 저 프로포즈하는 날이거든요 박 형사님”


“어 오늘이 그날이야. 이야 축하해.

3년 전 만해도 찌질이던 놈이 프로포즈라........

가만 자네 와이프 될 사람이 지금 임신 중이지. 몇 개월째더라?“


“예정일이 며칠 안 남았어요. 며칠 있음 저도 아빠가 됩니다. 히히”


“이 친구 이거 정말 인간승리네 인간승리

그래 아기 태어나면 꼭 부르라고 내 만사 제쳐놓고 달려 갈테니“


“네 당연하죠. 그럼 맛있게 드시고 그릇은 경찰서 앞에 놓아두세요.

제가 나중에 회수해가겠습니다. 히히“


배달원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 지 계속해서 실실 거리며 웃고 있었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박 형사 역시도 그의 기분 좋은 웃음에

전염이라도 된 듯 눈가에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 형사는 둘의 기분 좋은 웃음이 조금은 어색한 듯 그냥 자장면을

열심히 비비며 싱긋이 웃고만 있었다.


“어이 이 태민이!”


박 형사는 경찰서의 밖을 나갈려던 배달원의 이름을 짱개가 아닌

‘이 태민’이라 정확히 불러 세웠다.


“네?”


“이봐 이거 자장면 서비스인건 좋은데 너무하잖아.

왜 항상 주던 요구르트가 없냐고?“


“아....... 제가 깜빡했나보네요. 나중에 그릇 찾으러 올 때

꼭 가져다 드릴께요 죄송해요 박형사님 하하“


태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박 형사에게 인사를 한 후 무언가 바쁜 일이 있는 듯

서둘러 소형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어 경찰서 밖을 나섰다.


“아 노친네 진짜 공짜인데 멀 더 바래요? 그냥 먹지.

쪼잔하게 ‘왜 항상 주던 요구르트가 없냐고’가 머야 요구르트가

암튼 먹을거 더럽게 밝힌 다니까“


남 형사는 서비스로 받은 자장면에 요구르트가 없다고 투덜대는

박 형사가 얄미운지 그의 흉내를 내며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저놈아 누구요?”


“응 이 태민이라고 3년 전에 영등포 역전 앞에서 소매치기하다 나한테

걸린 놈이거든 근데 금액도 얼마 안되고 초범이고 게다가

이 서울하늘아래 혈육하나 없이 고아로 자란 불쌍한 놈이더라고

젊은 놈이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아서 한글도 못쓰고 해서 말야

내가 저기 중화루에 배달원으로 취직시켜줬잖아.

아 근데 저놈이 그리 성실해요. 착하고

얼마 전에 시장 음식점에서 일하는 아가씨 한명 사귀어서

지금 결혼 하려고 하나보더라고“


“아 그래요 되게 용한 놈이네. 삐뚤어지지도 않고 말예요”


“그러게 말야.

어 이봐 남 형사! 다 비볐네. 바꾸자! “


박 형사는 자장면을 비비기가 귀찮았는지 이미 다 비벼놓은 남형사의 자장면그릇과 

바꾸어 놓았고 남 형사는 얄미운 박 형사에게 눈을 흘기며

젓가락으로 다시 힘차게 자장면을 비비기 시작했다.


너무 힘을 주어 비벼대던 탓일까? 중화루의 두 나무 젓가락 중 한 쪽이

‘툭’하고 부러져버렸다.


 

 

 

 

 

 

“부르릉 부릉”


태민은 너무나 신나게 ‘언제나 행복한 날만 계속되세요’ 라는 파란 글씨가

박힌 중화루의 배달 오토바이를 황금당 금은방으로 몰고 있었다.


영등포 황금당 금은방의 왕사장

그는 때마침 터진 IMF로 인한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얻은 사람으로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영등포 시장터에선 그다지 좋은 평판을 얻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태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은인이었다.


6개월 전에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태민은 지금 왕사장과의 6개월 전의 고마운 만남을 생각하며

더욱더 힘차게 운명의 악셀레이터를 당기기 시작했다.





그날도 태민은 황금당 금은방 진열 윈도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믿고 따라준 미숙에게 아직 식도 못 올렸지만

태민의 아이를 가지고 있던 너무나 고마운 그녀에게

태민은 남들이 분수에 넘치는 짓이라 손가락 질 하더라도

언제나 모자란 태민 때문에 임신 한 몸으로 식당의 그릇을 닦아 거북이 등껍질 마냥

거칠어진 그녀의 손마디에 정말로 이쁜 다이아 반지하나를 맞춰주고 싶었다.

그러나 한달에 기껏 70만원 남짓 벌어드리는 태민의 배달원 수익앞에 놓인

쇼 윈도우속의 잘 세공된 다이아반지의 빛깔은 비참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꼴깍’


오늘도 여전히 자신에게는 허락지 않는 쇼 윈도우에 손을 댄 채 태민은 마른침을 삼켰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유리창의 차가운 체온이 서러워 질 무렵


“이봐 젊은이 나좀 보세”


금은방의 문이 열리고

마치 KFC의 커다란 하얀 인형 처럼 사람 좋게 생긴 왕사장이 가게의 문을 열고 

태민을 금은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배달원 차림의 남루한 젊은이에게 왕사장은 중국에서 가져온 자스민 차라고 하는

뜨거운 차를 한잔 내어놓았다.


“지난 몇 개월간 주욱 자네를 지켜봐왔는데........

그래. 머가 그리 갖고 싶은가?“


“네........ 그게....... 저........”

“자네 저기 중화루에서 일하지? 성실하다고 평판이 자자하던데........

편하게 말해보게“


“그게......저 저기 진열된 다이아반지........ 얼마정도나.......

그러니까 그냥 여쭤보는 건데요....... 그게 저.......“


태민은 그저 가격을 물어보는 것일 뿐인데두 무슨 큰 죄라도 짓는 거 마냥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감출수 없었다.


“아 저거 말인가.

G칼라, VVS1, good 판정을 받은 1캐럿 다이아로 세공비를 제외한 다이아가격만

1천 만원 한다네.“

 

왕사장은 태민이 도저히 알 수 없는 어려운 다이아 등급이야기를 장황스레 꺼내며

자신의 다이아가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좋은 품질임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네 1천 만원요? 다이아가 비싼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까지인줄은........”

 

태민은 자신의 생각보다 너무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어떤가? 7부 다이아 반지인데...... 커팅이나 색깔이 기가 막히지?”


왕사장은 태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다린 듯 자주색 벨벳 케이스에 담긴

0.75ct 짜리 다이아 반지를 보여주었다.

1캐럿의 다이아보다 약간 작은 듯한 느낌을 준 채

반지는 빛의 색상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가 태민을 향해 일시에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쏟아 대고 있었다.


“우와 정말 이쁘네요 앞에 진열된 것은 조금 큰 듯 했는데 이건 정말

우리 미숙이 손가락에 끼면 정말 정말 너무 이쁘겠네요“


“미숙이? 미숙이가 누군가?”


“네 우리 미숙이는요. 어떤 애냐면요.......”


태민은 언제나 미숙의 이야기나 나오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이제까지 다이아의 가격에 움츠려들었던 태민은 미숙이를 어떻게 만났고

그녀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희생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손에 꼭 반지를 끼워주고 싶은데 자신이 능력이 없어 가슴이 저린다는

이야기를 마치 자장면 면빨 풀리듯이 술술 해대고 있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왕사장은 손가락 두개로 코 끝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래. 정말 훌륭한 아가씨군. 그러니까 자네

그 아가씨에게 다이아반지를 선물하고 싶은 거로군“


“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인지는 알고 있지만”


“자네 나랑 계약하겠나?”


“네?”


“자네를 보니 내가 첨 금은방 열때 생각이 나서 말야

우리 마누라에게도 금반지 하나 못해주면서 남의 여자들 손에 금반지 하나

끼워서 팔고 그걸로 밥 먹던 시절이 생각이 나네.

이 7부 반지 내 자네에게 세공비를 제외한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만 받고 팔겠네“


“그럼....... 얼마인데요?”


“원석가격만 300만원이네”


“네 300만원이요....... 휴....... 역시 제게는........”


“아......... 부담이 된다면 6개월을 할부로 하는건 어떤가? 매달 50만원씩

내는 거로 하면?“


“네?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세공비도 안 받으시면 손해보시는 건데

거기다 6개월간 할부로....... 정말 그래도 되는 건지?“


“세공비는 나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게 해준 자네의 마음으로 대신 하도록 하지

그리고 6개월간 매달 받는 것이 내겐 더 추억을 오래 간직하게 해줄 것이 아닌가?“


“어........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제가요 대신 아침 저녁으로 와서 청소할께요. 그리고

자장면이나 짬뽕 선에서는 언제든 제가 서비스 할께요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루요.“


“허허 자네두 참

그래 그럼 그러도록 하고 우리 계약서하나 써서 가지고 있음세“


“계약서요?”


“내가 중간에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 않나? 그러니까 우리 계약서를 써서

보관하고 있음세나 그게 자네를 위해 좋을 것 같아“

왕사장은 금은방의 테이블 위에서 계약서를 두 부 작성한 후

맨 아래쪽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한 후 태민에게 계약서를 건내어주었다.


“읽어보고 혹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말해주게나 그리고 그 맨 아래

사인하고“


“괜찮은데요. 여기 있습니다.”


태민은 계약서를 받은 후 몇 십초간 계약서를 읽는 시늉을 했다.

글을 모르는 태민이었지만 왠지 이 왕 사장앞에서 더 이상 주눅이 들기 싫었다.

그래서 태민은 괜한 계약서의 앞 뒷 장을 몇 번이나 넘기면 읽는 시늉을 한 후

유일하게 자신이 기억하는 한글 세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이 태 민’


“자 그럼 이제 이 한부는 자네가 갖게”


왕사장은 계약서의 한부를 자신의 장식장 서랍에 넣은 후 한부를 태민에게 주었다.

태민은 마치 자신의 생명이 담긴 운명의 문서라도 되는 마냥

가슴속 깊숙이 계약서를 안은 후 황금당 금은방을 나왔다.


“이야...... 이제 드디어 드디어 6개 월 후면 울 미숙이에게

다이아반지 해줄 수 있다. 다이아반지를.......“


태민은 짧은 순간 마술처럼 온 행운이 믿기지 않은 지

연신 가슴속의 계약서를 만지며 실없는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노란색 배달 오토바이 위의 태민의 눈빛이

커팅이 잘된 다이아몬드보다 더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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