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려고 MBC를 켰는데
난 내가 뭘 잘못 본 줄 알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아뿔싸,
정치에 관심도 없고, 뉴스에 관심도 없는 내가
한참을 그대로 있었던 것 같다..
어째서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냐는 아버지의 말이
새삼스레 와닿고 있었다..
너무 슬펐다, 그게 스스로 택한 죽음이어서 더 슬펐다.
다른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살소식에는
'조금만 더 살아보지, 조금만 더 힘을 내보지'라고 생각했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는
'얼마나 힘들었기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은
아주 잘 살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정부가 끝이 나면 예의상의 비리문제들이 수면에 오르곤 했지만
그들은 몇번씩 얼굴을 내밀뿐, 이내 곧, 아주 큰 저택에서, 잘 살고 있었다.
근현대사를 배우면서 내가 배웠던 옳지 않았던 대통령들,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자신의 아들뻘도 안되는 고등학생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임기를 늘리기도 하고, 끊임없이 비자금 문제에 시달리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하던 그 대통령들은
아직도 잘 살고 있는데..
왜 국민을 향해 가장 소통 하려 했고, 가장 인간다웠던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하게끔 했던 걸까.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약하면 물어뜯고 강하면 굽신거려라?
이것이 이 나라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국훈 정도 되려나.
어째서 좋은 사람은 빨리가고
깨끗한 사람은 정치를 못한다는 말이 들리나.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해야 하는 한 나라의 원수다.
누구보다 자신의 국민을 아끼고 위해야 하는 한 나라의 원수다.
누구보다 국민이 존경해야 하는 한 나라의 원수다.
국민을 지키고, 국민은 그를 지켜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아니었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임기간에도,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난 후에도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국민들의 소리 보다도, 언론의, 정치판의 소리가 많았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만만했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가 대통령을 욕하면서도 두려운 마음 하나 없이, 그토록 만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판도 그를 만만하게 생각했다,
자신들이 이끌어 오던 엉망진창의 정치판이 옳은 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마음껏 탄핵하고 고생하게 했다.
그러나 그 탄핵도, 고생도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적어도, 국민의 일원인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면서도 고마웠다, 행복했다.
이제야 정말 민주주의 나라에 사는 구나 라는 생각에.
근현대사를 배우며 우리도 이제 대통령의 이름을 뉘 집 개 이름 부르듯 부를 수 있어서
민주주의를 위해 흘린 피에, 만만한 노무현 대통령에 감사했다.
힘들다고 언론에서 눈물흘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마음이 약하고, 이상은 높으나 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에 막막해 하던 사람이었다.
왜, 도대체.
정말 그렇게도 국민의 욕을 들으면서도 웃어주던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을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했나.
자신에게 티끌이 있는 것은 보지 못하고, 왜 가장 만만하고 순한 사람의 흠을 털어내려고
유달리도 애썼나.
남의 나라에는 잘도 굽신거리면서, 올바른 정치를 하려고 한 전직 대통령에겐 모질었나
야구를 보며 애국심을 느끼게 하지 말고,
피겨스케이팅을 보며 내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끼게 하지 말고,
당신들의 정치에, 당신들의 섬김에, 당신들의 깨끗함에
내 나라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줄 수는 없나.
적어도 내가 가장 존경하던 대통령이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가장 순수한 정치의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던 대통령이었다,
혼나면 혼나는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가장 인간다운 대통령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그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 건
이 나라의 탓이다, 이 정부의 탓이다, 그리고 내 탓이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국민들을 가장 잘 헤아려 주었던 노무현 대통령.
다음 대통령 선거가 내가 태어나서 두번째 하는 대통령 선거가 될텐데.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슬픔은
그 때 잘 알아보고 내가 나서서 내가 사랑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당신이 이 모진 정치판에 있기엔 너무 여린 사람이었나 봅니다.
미안합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좋아하시는 책도 맘껏 읽으시길
당신이 사시던 곳에 대신 전하겠습니다.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