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魂(혼)을 부르는 노래

왕방울 |2004.05.13 10:45
조회 1,126 |추천 0

순아와 현이는 단짝이었습니다, 항상 붙어다니며 같이 놀았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예배를 보고나서 둘이는 알사탕 두 개씩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맛있다"
순아가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며 말했습니다. 현이는 사탕을 입에 넣기가 아까워서 손에들고 이리저리 핧아먹고 있었습니다.
"응 맛있다"
하고 현이도 말했습니다.
"쌀밥은 배가 더 쉽게 꺼지는 것 같지?"
순아의 말입니다. 항상 보리밥을 먹었는데 이날은 크리스마스날이라고 해서 쌀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쌀밥은 참 맛이 있었습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러나 배불리 먹을 수는 없어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래 다른 때보다 배가 더  곺픈 것 같다."
현이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현이는 해를 올려다 보고 시간을 어림잡아 봅니다. 빨리 점심식사 시간이 돌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해는 아직도 점심시간까지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우리 우유 훔쳐 먹으러 갈까?"
 현이가 물었습니다.
"우유?"
순아는 귀가 번쩍 트였습니다.
"그게 어디 있는데?"
"원장님 댁에 있어. 돼지우리 옆에 많이 있어. 돼지 주는 우유거던."
"돼지먹이를 먹자고?"
'응 오래돼서 냄새가 좀나긴해도 괜찮아. 나는 몇 번 들어가서 먹어보았다."
"너 혼자서?"
:그래. 참 맛있어.?
"그럼 나한테도 진작 가르켜 주지"
순아는 때리는 시융을 했습니다..
현이는 순아를 데리고 울타리를 따라서 갔습니다. 돼지우리 근처에 이르자 나무 울타리 밑에 개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둘이는 그리로 들어갔습니다.
돼지우리 옆에는 정말 오래되어 색이 누렇게 변질된 우유가 몇통이나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우유는 덩어리져 있었기 때문에 먹을만큼 가지고 나왔으면 되었을 것을 두 아이는 우선 먹는데만 정신이 팔렸습니다.
그러나 현이는 곧 정신을 차렸습니다. 원장님 댁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던 집사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빨리 나가자"
현이가 말했습니다. 순아도 갑자기 두려워 졌습니다. 두 아이는 양손에 우유덩어리를 하나씩 들고 개구멍을 향해 뛰었습니다. 그러나 때가 늦었습니다.
"이눔들..."
하는 호통소리가 들려왔던 것입니다.

원장님의 목소리였습니다. 키가 작달막하고 뚱뚱한 오십대쯤 되어보이는 남자가 두 아이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습니다.
원장님은 원생들이 자기집 울타리를 넘는 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집사한테도 원생들이 자기집으로 들어오는 일이 없게 하라고 단단히 일러둔 터였습니다.
원장님은 냅다 두아이의 뺨을 올려부쳤습니다. 비로서 두 아이는 일이 크게 벌어진 것을 깨닫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습니다.
"원장님은 몰인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원생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절대 용서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기름끼가 줄줄 흘렀고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배가 나온 사람이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그가 매우 약삭빠른 사람이라고 쑤군거렸습니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 고아원을 차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군이 지원해 주는 물품을 빼돌려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였습니다.
순아와 현이는 몇대를 더 얻어 맞았습니다. 두툼하게 살이 찐 원장님의 손바닥이 뺨에 작열할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고  아이들의  눈에서는 불이 번쩍거렸습니다. 너무나 아팠지만 두 아이는 겁에질려 비명도 지르지 못했습니다.
원장님은 때리기를 마치더니 머슴아저씨를 불렀습니다.
"박서방. 이눔들을 지하실에 가두어 놓게"
하고 원장님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아이는 지하실에 갇치고 말았습니다. 지하실은 신축중인 교회 건물이었습니다. 아직 마무리 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지하실 안은 지저분했습니다.
두 아이는 옷도 변변이 입지 못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올 무렵은 대개 혹한이 몰려오는 시기입니다. 이날도 왠간이 추운 날씨였습니다. 지하실도 밖앝 기온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두 아이는 꼬옥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몇시간이 지났습니다. 누구하나 와보는 사람도 없었고, 인기척조차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이한테 일이 생겼습니다. 우유를 먹은 것이 잘못되어 설사가 난 것입니다.

현이는 문을 밀어보았습니다.  밖에서 잠궈 놓은 문이 열릴 리가 없었습니다. 급해진 현이는 울기시작했습니다. 뒤가 마렵다며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어줄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인기척도 없었습니다.
현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순아야 너 뒤로 돌아서 있어"
하고 현이는 소리칩니다.
"그래 알았어"
시키지 않아도 순아는 그렇게 했을것입니다.
현이는 지하실 구석으로 가서 설사를 쫙쫙 쏟아냈습니다.

***이날 두아이는 얼마나 오래 갇쳐서 추위에 떨었는지 모릅니다. 풀려나서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다른 아이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어간 뒤였습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지 오래인 저녁밥이 두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순아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이는 먹는 것이 시원치 못했습니다. 설사가 났기 때문인가 봅니다.
"나는 그만 먹어야 겠어"
하고 현이는 결국 수저를 내려놓았습니다.
"내가 다 먹을까?"
순아가 물었습니다.
"그래 니가 다먹어."
현이는 순아가 맛있게 먹는 것을 부러운 듯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 먼저 간다."
 현이는 잠자리로 돌아 왔습니다. 현이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습니다. 하루종일 추위에 떨었기 때문에  이불속에서도 추위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습니다. 현이는 바짝 움크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자지도 못하고 눈을 떴습니다. 여자들 방에서 순아가 배가 아프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고함소리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습니다. 거의 발악에 가까운 소리였습니다.

 

현이는 경만이의 군대 동기입니다.   경만이가 현이한테서 들은 말에  의하면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호남선 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두정거장을 가면 부용이라는 역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이 역에서 동쪽으로 이십리쯤 산길과 들길을 따라가면 고아원이 하나 나타난답니다.  현이는 여섯 살 때 순아를 이 고아원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교통수단이 보잘 것 없던 시절이라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았고 고아원의 구호물자도 소달구지에 싣고 들어오던 형편이었기 때문에 익산시에 있는 병원까지 그 밤중에 순아를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손써볼 도리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서로 얼굴만 쳐다 보아야 했다고 합니다.
그날 밤, 걱정이 되어서 현이가 가보았을 때, 순아는 눈을 치뜨고 입으로 거품을 뿜어내며 사지를 비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순아는 점점 조용해 졌답니다.
"이제야 진정이 되었나 보다고 생각했지. 비로서 모두 잠자리에 들어갔거던"
하고 현이는 말했습니다.

 마침 여름이었습니다. 주변에 봉선화 꽃이 붉게 피어 있었습니다. 현이는 꽃잎 하나를 따서 만지작 거렸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순아는 죽어 있었어"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현이는 이번에는 발밑에서 돌맹이 하나를 주워서 멀리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순아가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일 때 내가 꽃잎을 따주고  묶어주기도 했었지"
 현이는 웃는 듯 마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순아의 넋을 부르는  請魂歌(청혼가)가 그의 입술에 흐르는 듯 했습니다.

"우리 술한잔 할래"
경만이가 말했습니다.
"좋지"
그들은 PX로 갔습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되를 사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내가 밥을 남기지만  않았어도 순아는 죽지 않았을거야"
현이는 못내 괴로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술이나 들어"
경만이는 현이의 잔에 술을 가득 따랐습니다.  주전자가 바닥이 났습니다.
"한되 더 주세요"
하고 경만이는 카운터 쪽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사회에서 하던 버릇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온 것입니다. 두사람은 입소한지 얼마안된 훈련병입니다.
PX는 일등병이 맡아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경만이를 보고 손가락을 까딱까딱했습니다.
"너 일루와"
하면서 말입니다. 경만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일등병 앞으로 갔습니다.
"한되 더 달라고?"
일등병은 경만이를 쏘아보며 눈을 부라렸습니다.
"아나, 한되  여깃다."
하더니 일등병은 경만이의 머리를 사정없이 쥐어 박았습니다.
경만이는 얼른 차렷 차세를 취하고,
"잘못 했습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그래도 일등병은 마음이 상당히 너그러운 사람이었던가 봅니다.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주전자 갖고 와"
 호통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술주전자를 채워 가지고 와서  두사람은 서로 따라주며  마셨습니다.

주전자는 또  바닥이 났습니다. 그러나 취기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술에다 물을 타서 팔아먹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군대생활 하던 60년대는 그  모양이었습니다.
-,쫄병수칙 하나, 주면 주는대로 먹는다.    -,쫄병수칙 둘,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는다.    -,쫄병수칙 셋, ......

이런 자조적인 말들이 그 당시 유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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