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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오로라 |2009.05.26 14:50
조회 217 |추천 0

오늘은 회사 부장님하고 언쟁을 했네요

가시는 모습 먼 발치에서나마 마지막으로 꼭 뵙고 싶어
영결식날 오전 반차를 신청했거든요
점심시간에 화제는 자연스레 노 전대통령 서거 이야기로 옮겨가고
평소에 제가 노 전대통령 지지자임을 밝혀 왔던 터라
반차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겠다 하셨지만

그 후에 하시는 말씀들이
5년 동안 든든한 지지배경 하나 못 만들고
국세청 국정원 사법부 다 독립시켜 놓으면 뭘하냐
결국 자기가 임명한 검찰 총장한테 조사 받는 걸 보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써 리더십에 문제가 있지 않았냐
학연 지연 중요한 우리나라 사회에서 그렇게 튀어봤자
마지막에 죽음밖에 남는 게 더 있냐

 

생각이 틀리고 각자에 소신이 있기에
종교 지역 정치 논쟁에는 절대 끼지 않는다가 나름 제 철칙이었지만
도저히 듣고만 있기에는 가슴이 답답해서
말단 직원 주제에 대들었네요

권력기관을 독립시킨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셨는데
그럼 권력기관을 자기 수족처럼 부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는 거냐고
학연 지연 고리 끊고자 노력하신 걸 높이 사 주셔야지
죽음 밖에 안남았다고 결과론 적으로 말씀하시는 거면
일제 시대 때 목숨 받쳐 항일 운동 하신 분들은 자살하신 거냐고
서로 밀리지 않겠다고 목소리 드높이다
결국 “각자 소신은 다른 거니까 말씀 그만 하시죠”
일어서버렸지만 지금도 속이 뒤집힙니다.

 

내일은 부장님과 대구지점에 교육을 진행하러 출장가는데

교육 끝에 노전대통령 얘길 해볼까 했어요
다* 아고라 게시판에 어떤 대구 청년이 올려주신 글
 (대구는 추모 분위기가 아니라는) 읽고
같이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좀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부장님 교육 참관하시다 당연히 중지시키시겠죠?

무슨 선동을 하거나 그러려는 게 아니라
각자의 시각이 있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대화와 토론은 멀리 봤을 때 긍정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난 토욜 날은 개인적으로 수업 듣는 게 있어
강의실에 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그 후로는 머리는 멍하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누구가 올려주신 노 전대통령 사진과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읽고 눈물만 흘리네요

제가 무슨 자격이 있겠어요
존경한다, 좋아한다 말은 그렇게 하고 다녔지만
탄핵사태 때 촛불 들어본 거
가끔 웹서핑 때 노전대통령 비하하는 댓글들에 반박 리플 달아본 거 몇 개 ...
제대로 노 전대통령 편이 되어 본 적 없는 거 같아요

임기 중에 언론이 뒤흔들어서 힘겨워하실 때
주변에서 노 전대통령을 함부로 말해도
뭐라 제대로 변호도 못 하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생각하면서
그저 언쟁이 귀찮고 두려워 피했는걸요

 

퇴임 후 검찰 수사 때도 믿고 싶진 않지만
하찮은 시민이 소식을 들을 데라고는 언론 밖에 없는데
들리는 소식들은 다 그러했기에 (이걸 변명이라고 하네요) 착잡해 했네요
어쩌면 그 동안 전직 대통령의 비리들에 익숙해진 터라
“결국엔 당신도...”라고 생각해버렸나봐요

점심시간 식당에서 본 TV에서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 마냥 생중계하는 걸 보고
눈물이 앞을 가려 밥 한 끼 굶은 거 밖에 없지요

 

저와 같은 기억을 추억을 공유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거에요
어린시절 부모님이 “거 참 속 시원하다” 칭찬하시며 눈을 못 떼시던
tv속 청문회에서 그 분을 처음 뵙고
그 때부터 막연히 휼륭하신 분이구나 좋아했네요

 

번번히 부산에서 낙선하셨을 때도 ‘무모하시다’ 하면서도
한 편으로 참 멋진 분이구나 생각했었고
투표권 얻어 처음으로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셨죠
개표가 끝나고 대통령 당선이 확정 됐을 때
친구들과 호프집에 모여 케잌에 촛불켜고 환호하며 파티했었죠
 
탄핵 사태 때 거리에 촛불 들고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무언가 해내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었고
부족한 탓에 뜻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힘이 부족해 뜻을 다 펼치지 못 하신 거 같아 그저 아쉬워만 했더랬죠

 

임기 5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제 개인의 삶이 고달픈 고비를 넘어가는 시기였기에
차츰 정치에는 무관심해져 갔고
07년 대선에는 특별히 지지하고픈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조차 하지 않았어요
뒤늦은 후회를 뼈아프게 하네요

 

학연도 지연도 빽도 돈도 없는 제게
노 전대통령은 하나의 희망이었고 롤모델이셨어요
집안 형편 탓에 고졸에 박봉으로 막연히 살아가던 제가
나이 먹고 대학도 들어가 지금 이렇게 하고팠던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거
먼 얘기라 생각하던 정치와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고 표현하고 발언하게 해 주신 것두요

 

마음이 너무도 쓰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살아돌아 오실 수만 있다면 ... 자꾸만 바라네요
차라리 내가 노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아서
그래서 대통령이 되지 않으셨다면
비록 대선에는 패배자였지만
좀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계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네요

 

이제 얼마 쯤 지나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더 열심히 살고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노력하며 살게요.
내 아이에게
“엄마는 정말 휼륭한 대통령의 시대에서 살았었다” 말하려고
인터넷에서 노대통령 사진들도 폴더 하나 새로 만들어 저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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