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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끝내라는 건 아니죠??

장군이 엄마 |2004.05.14 13:24
조회 377 |추천 0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일어나긴 했지만 새벽녁에야 잠이 들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다.

안좋은 꿈을 꾼걸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평소처럼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머리를 감는데 갑자기 설움이 복받치며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어떻게 그 사람에게 그런 일이,,,,,,,,,,,,,,,,,,,,,,,, 

 

그 사람과 난 7개월 전,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날,,, 친척분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큰 키에 적당한 몸매, 시원시원하게 자리잡은 이목구비, 유난히 맑고 반짝이던 눈동자, 자신감 있는 말투와 행동들...... 괜찮다 싶었다.

난 조금 작은 키에 지극히 평범한 얼굴, 내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린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 내가 맘에 들었는지 애프터 신청을 하는 것이다. (한번 보고 모르니 더 만나보는 것일게다,, 생각했다. 그치만 기분은 좋았다.)

일주일 후에 두번째 만남을 가졌고 그때 그 사람은 내게 사귀자는 얘길했다.

너무 당황스러워 생각해 보겠단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고 NO하긴 싫어서 YES라고 해버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사람은 나를 처음 봤을 때 '이제야 만났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마누라가 될줄 알았단다. 내가 어머니랑 많이 닮아서 많이 놀랬었다나,,,,,,,,,,,

그렇게 우리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고..........

세번째 만난 날,,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내가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버렸고 그 사람은 그런 날 들춰 업고 모텔로 갔다. 

그날 이후 우린 부부처럼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오고 있다.

 

우린 주말 커플이다. 토요일에 만나 일요일까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곤 각자의 생활공간으로 돌아가 일주일을 그리움으로 보내곤 한다.

 

그 사람 3년전 사업이 실패한 후 지금껏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게 살고 있다.

나 또한 직장을 다니고는 있지만 월급의 거의 전부를 이미 타서 쓴 곗돈(10원짜리 하나 못 써본 돈이었지만 내 카드였기 때문에 내가 고스란히 빚을 떠 안았다.) 붓는데 쓰고 있다.

그래서 우린 가난한 커플이다.

그 흔한 영화 한번 못 봤고, 커피숍 한번을 가보지 않았다.

그치만 우린 여느 커플보다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고 행복하게 잘 지낸다.

 

그 사람은 위가 좋지 않다. 사업 실패 후 2년 가까이를 술로 살았다고 한다.

그치만 타고난 건강 체질이기 때문에 별 신경 안쓰고 그렇게 지내 왔다.

몇달 전 그 사람 배 양쪽과 등이 아프다고 했다. 아파서 잠을 못 잘 정도라고,,,,,,,,

병원에 가보라는 내 채근에 큰 병일까 무서워 못 가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던 그였다.

그러다 진통이 없어지니 자연스레 병원은 가지 않았고,,,,,,,,

그런데 이 사람 얼마전부터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친구들을 만나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사업 실패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진 후 친구들도 거의 안만나고 있던 사람이다.) 혼자 집에서 아님 친구랑 둘이서( 현재 집에서 나와서 친구네 집에 살고 있다.) 마시는 것이었다.

친구가 여자 문제로 힘들어하는 중이어서 그것 때문에 마시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그렇게 매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되었던 이유를 들을 수가 있었다.

 

얼마전 속이 좋지 않아 동네 병원에서 내시경을 했단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의사가  위암, 그것도 중기인것 같다는 얘길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 대학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했고 오늘 오후에 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그럴 수는 없는 거였다. 하늘이 무심하다는 말을 이럴때 쓰는구나 싶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난 눈물이 참 많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울면 너무도 괴로워 한다.

그래서 난 울면 안되는데,,,,,,,,,,,,,,,,,,울 수밖에 없었다.

씻으면서도 출근하는 길 지하철 안에서도 난 또 울었다.

조금 있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 좋겠다.

그래서 어제 우리의 모습을 오버였다며 서로 웃을 수 있었음 좋겠다.

 

내일은 우리 애기 잘 크고 있는지 병원에 검진도 받으러 가야 하는데....

내 뱃속엔 5개월 된 그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서로 너무 간절했기에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린 계획적으로 아이를 가졌고,,,,

조금은 당황하시는 부모님들 모습을 보면서도 우린 행복했었다.

 

얼마전부터 술 마시고 전화 해서는 "나 없어도 우리 장군이(태명)랑 자기랑 둘이 잘 살 수 있지??"

하며 내 속을 뒤집어 놓던 그 사람...

자기는 부인(혹은 남편)이 먼저 죽은 묘에 배우자가 혼자 찾아가서 얘기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란 말을 하던 그 사람...

만약이라는 전제를 붙이며 자기를 평생 생각해 줄 한 사람을 남기고 떠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말

하던 그 사람...

그의 모든 말이 가슴에 와서 아픔으로 남는다.

병원에 갔다 온 후로 얼마나 괴롭고 가슴이 아팠을까??  가슴이 미어진다.

혼자였을 땐 자살까지도 생각했다던 사람이 살아야 할 이유(나와 장군이)가 생기고 나니 무섭다는 말까지 한다.

 

그런데도 난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아무 일도 없을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 밖에는............

어려운 상황이 되면 난 몰라 볼 정도로 강해진다.

그러니 난 혹시 그에게 나쁜 병이 생겼다 해도 이겨 낼거다.

꼭 그를 일으켜 세워서 우리가 그려온 우리의 미래의 모습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거다.

꼭 그렇게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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