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아내가 2박 3일의 긴 여행을 떠난 틈을 이용해
그동안 어지러울 정도로 엉망이었던 주방을 청소하고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성격이 조용하고 차분한 나는 모든 것이 정리 정돈이 되어야지
아무렇게 널려져 있거나 어지러운 것을 보지 못합니다.
어지간하면 두고 보다가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으면 정리 정돈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나와는 성격이 반대인 아내는 모든 것이 시원 털털해서
치우거나 정리하는 일에는 영 말이 아닙니다.
아예 치우거나 정리하는 일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내는 치우고 정리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날을 아내와 아웅다웅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해왔습니다.
아내와 그칠 줄 모르는 전쟁은 결혼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많이 무디어졌지만 그 때 제 성격은 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했고
주방도 늘 깔끔하고 그릇은 식사가 끝나는 설겆이를 해서 물기를 닦아
종류와 크기별로 제자리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결혼 초에는 아내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습니까?
아내를 여왕으로 모시고 부먹 일까지도 도맡아 해도 행복한 것이
신혼의 남편들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빨래와 설겆이는 물론 아기가 태어난 후 아기 목욕과 기저귀 빨래까지
아내를 생각하고 편하게 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기쁘고 내켜서 하는 일이었으니
힘들거나 어려울 일이 있었을리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세월이 가면서
아내는 빨래와 설겆이를 비롯해 청소하는 일이
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는지 모두 제가 맡기고는
아예 자기는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차츰 빨래와 설겆이와 청소를 하는 일에 싫증이 나고
아내와 티격 태격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지루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이 20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내와 전쟁은 그칠 가망이 보이지 않는데
전쟁에서 아내의 가장 큰 무기는
자기는 어려서 귀엽게 자라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으며
청소나 정리하는 일은 타고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내에게는 그런 단점들보다 좋은 점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빨래와 청소 정리 등은
쉽게 눈에 띠고 표시가 나는 것들이어서 모른 체 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냉장고 속부터 시작해서 부엌 전부를 많은 시간을 들여 수고하며
께끗하게 청소하고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아내가 돌아온지 겨우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부억에 들어 가면
머리가 어지러워 휘청거립니다.
냉장고고 부엌이고 하나도 원래대로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아내와 치우고 늘어 놓는 지루한 전쟁을 계속해야 하나 봅니다.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당신은 치워라 나는 늘어 놓을테니"
"당신은 늘어 놓아라 나는 치울테니"
에고!
우리 부부는 전생에 친구가 아니라 원수여서
전생에 다 하지 못한 전쟁을 이생에서 계속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