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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러브닷컴] 하루 동안 애인이 되어 주세요...

이원영 |2004.05.21 03:35
조회 2,809 |추천 0

<들어가기에 앞서>

 

이 연재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로써 사람들이 겪는

연애, 사랑, 결혼 등에 대한 고민들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내용이다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유머러스하게 다가서기 위해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 하는데...

 

[이원영 러브닷컴]의 운영자인 ‘서지학’ 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과

융의 분석심리학을 비롯해 사상체질과 세계사, 문학사, 그리고 클래식,

재즈, 파퓰러 송, CCM 등 다방면에 전문가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지식들을 모아서 사랑과 결혼, 연애에 대한 상담 사이트를

운영 하는데 실제로는 여자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이론가다

 

'민전도사'는 바람둥이들 사이에서 ‘전설의 선수’로 통할만큼 선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남자다. 미성년자와 애인 있는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던 그는 하루를 오후, 저녁, 심야로 나눠 2년 동안 무려 천 명의

여자를 만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창 나이 때 겪었던 어떤 ‘충격적인 사건’ 으로 인해 선수를 은퇴하고

종교에 귀의해 현재 신학생으로 교회에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지학과는 오래된 친구로 지학의 부탁으로 ‘현장’ 에서 뛰는 역할을 맡는다

 

만화가게를 운영하면서 6명의 동생(여고생 둘, 남중생 하나, 쌍둥이 초등3년생 둘,

여섯 살 남아)의 뒷바라지를 하는 ‘왕재수’ 는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하게 생긴 꽃미

남이다.

그러나 가장으로써 동생들 뒷바라지에 연애엔 도통 관심이 없고 오직 주인집(아래

층 중국집) 음식 팔아주기에 (월세가 늦더라도 잘 보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오랜 친구의 꼬임으로 인해 민전도사와는 다른 방법으로 ‘현장’ 에서 뛰어

야 하는 운명이다

 

 

 

Episode 2. 하루 동안 애인이 되어 주세요

 

 

푸른 하늘이 상쾌한 토요일 정오

 

일하는 모든 자들이 일을 팽개치고 밖으로 뛰어 나가고 싶은 날씨

 

그러나 어둡고 칙칙한 구석으로 파고드는 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백.수.

 

 

 

여느 때처럼 친구의 만화가게 문을 열고 무심코 들어서던 서지학은

 

주체할 수 없는 음산한 기운들로 인해 흠칫 놀라는데

 

그가 이곳을 출입한 이후 처음으로 테이블이 꽉 찬 풍경도 풍경이려니와

 

타인과 교류를 극도로 꺼리는 백수들이

 

한 테이블에 마주보고서라도 기어이 버티고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린 서지학은 비교적 한가한 테이블인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창가 쪽

 

백수가 가장 꺼리는 그 곳에 앉아 주섬주섬 노트북을 꺼냈다

 

 

 

「만화가게 아가씨 존나 예쁘지 않냐」

 

「심은하 전성기 때처럼 청순해」

 

「심은하는 약하지! 심은하에다가 한채영 가슴이지!」

 

「으아~~ 왜케 안 오는 거야」

 

「화장실에 똥 싸러 간 거 아닐까?」

 

「똥? 그녀에게 그런 저속한 단어가 어울리냐 잡놈아!」

 

「빨리 왔음 좋겠다. 아~~ 그녀가 보고파라」

 

「그녀가 오면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해야지」

 

「그래! 하루죙일 여기서 라면 먹는거야! 백 개 먹으면 내 얼굴 기억해 주겠지!」

 

서지학의 귀로 들려오는 수군거림이 심상치 않았다

 

지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재수 이놈... 매상 올리려고 여장까지 했단 말인가...」

 

 

 

만화가게답지 않은 - 평소 음산한 백수들이 왠지 들떠 있는 요상한 분위기가

 

갑자기 침묵으로 바뀐 순간...

 

무언가 이상한 기운에 지학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

 

가게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녀를 본 지학의 입에선

 

태어나서 한 번도 내지 않았을 법한

 

자신도 전혀 의식하지 못할 신음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친 지학은

 

뭐가 그리도 심각한지

 

고개를 숙이고는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타이핑 했다

 

 

 

아마도

 

쪽팔려서 그랬으리라...

 

 

 

고개를 숙이고 정신없이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지학

 

그 때였다

 

「커피 한 잔 드세여」

 

지학은 자신 눈앞에 내밀어진 커피를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 네...」

 

당황하며 커피를 받은 지학은

 

급히 원샷을 하려 들이켰는데

 

「만화가게에 오셔서 노트북으로 공부하시나 봐요?」

 

그녀의 말에 입 안의 커피를 원빵으로 노트북 모니터에 뿌려 버리는 지학

 

그녀는 놀라면서 휴지를 뽑아 급하게 노트북을 닦았다

 

그녀의 하는 양을 멍하게 쳐다보는 지학

 

「에구~~ 괜히 장난치다가 오빠 노트북 망가트리겠다~~」

 

오빠 라는 말에 멍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지학

 

그녀가 지학의 이마에 손가락을 콕콕 누른다

 

「지학 오빠 나 민희에요. 왕민희」

 

 

 

왕.민.희

 

절친한 친구 재수의 동생

 

숱하게 만화가게를 들락거리면서도

 

그녀가 중 3이었던 3년 전부터 전혀 볼 수 없었던 왕민희

 

3년 만에 만난 그녀는 더 이상 귀여운 꼬마 왕민희가 아니었다

 

남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여자가 되었다

 

 

 

「오빠 대신 만화가게 보는 거에여」

 

「고등학생 된 다음 처음으로 만화가게 보는 거라면 믿어지세여?」

 

「나하고 송희는 만화가게 못 보게 해여」

 

「송희 기억나죠? 초등학생 송희가 벌써 중 3 되었어여」

 

「너무 예뻐요 송희. 대학생 오빠들이 송희한테 목숨 걸어여」

 

「걔네학교 총각 선생님이 걔 때문에 전근 가셨어여」

 

「송희가 너무 좋아서 가슴이 아프다고 가 버렸어여」

 

「저는 영어랑 국어가 좀 힘들어여. 수학은 잘 해여. 우리집 내력인가 봐여」

 

「오빠는 수학 과외자리 면접 보러 갔어여. 페이가 좋다나 봐여」

 

민희가 주절주절 하는 동안 지학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본래 여자 앞에서는 말주변도 없을뿐더러

 

민희의 울림 좋은 목소리에 흠뻑 취해 있었다

 

피곤하던 힘들던 듣기만 해도 힘이 나는 그런 목소리였다

 

「오빠 배 안 고파여?」

 

흠뻑 목소리에 취해 있던 지학은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녀 목소리에 귀 기울이던 백수들의 행복한 표정들이 보였다

 

만화가게에 만화는 없고 만화가게 아가씨만 있었다

 

「저 라면 정말 맛있게 끓여요. 라면 끓여 줄게여」

 

그녀의 말에 백수들의 눈빛이 빛난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달려갈 타이밍을 잡는다

 

그들 역시 그녀의 라면이 먹고 싶은 것이리라...

 

「니 오빠가 아래 탕수육 좀 팔아 주라는데」

 

「탕수육?」

 

「시켜 먹자. 아래 매상 올려 줘야지 만화가게 계속 할 수 있지」

 

「에이 안 그래여 오빠~~ 그냥 재수 오빠가...」

 

「저기요!」

 

누군가 절박한 목소리로 그녀를 부른다

 

민희는 상냥한 얼굴로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네. 필요한 거 있으세여?」

 

「제가 탕수육 시켜 먹겠습니다!」

 

한 머스마가 굳은 결의의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 쥐고 서 있었다

 

「제가 먹겠습니다」

 

「네?」

 

그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대(大)짜로 먹겠습니다」

 

 

 

 

 

「띠릭!」

 

문자가 왔다

 

민전도사였다

 

 

[피곤해 죽겠다]

 

 

지학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전도사 핸드폰입니다」

 

「어디냐」

 

「경춘국도」

 

「춘천 갔다 오냐」

 

「학생회 수련회 답사 갔다 온다. 힘들어 죽겠다」

 

「여기로 와라. 재수네 만화가게다」

 

「힘들어 죽겠다. 집에 갈련다」

 

「힘들어도 와라. 오면 좋다」

 

「왜 좋은지 이유를 말해라. 백 가지 정도 말해라」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한 가지 가지곤 약해. 난 거기 못 갈 백 가지 이유가 있다.

 

배고프고, 피곤하고, 힘들고, 지쳤고, 거기까지 두 시간 걸리고,

 

가봤자 지겨운 너네 얼굴 봐야 하고...」

 

「오면 민희 볼 수 있다」

 

「... 민희?」

 

「재수 동생 민희. 중 3이후로 한 번도 못 본 민희. 이젠 처녀가 다 된... 여보세요? 여보세...」

 

지학은 끊어진 전화기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전화가 안 돼요?」

 

민희가 나무 젓가락을 지학에게 건네주며 묻는다

 

「그냥 끊은 거 같아」

 

「전파 안 좋은 데 있나 봐여?」

 

「글쎄... 운전에 집중하려고 끊었을 걸」

 

「맞다. 운전중엔 위험하니까」

 

「그렇겠지. 두 시간 거리를 아마도 한 시간에 올 작정일테니까」

 

 

그 때였다

 

만화가게 문이 열리면서 피곤한 표정의 재수가 들어선다

 

들어서던 재수는 지학과 눈이 마주치고는 힘없이 손을 들어 보인다

 

「왔구나」

 

지학은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는 재수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학의 표정에 뭔가 싶어서 가게를 둘러보는 재수의 눈에는

 

빈 테이블이 없이 꽉 찬 손님들

 

그리고

 

모든 손님들 앞에 놓여 있는

 

 

 

탕.수.육

 

탕.수.육.

 

탕.수.육

 

 

 

재수가 현기증을 느끼며 휘청! 하고 쓰러진다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데」

 

재수는 탕수육을 쉴 새 없이 입안에 쏟아 부으며 말을 뿜어냈다

 

「과외 실적도 좋다고 하고 학생도 날 맘에 들어하고 어머님도 마음에 들어하고」

 

「근데 학생 아버지가 퇴짜 놓았다는 거구나」

 

「그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단 말이다」

 

「난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는데」

 

재수가 놀랍다는 듯 지학을 쳐다본다

 

「언어영역의 차이냐? 왜 넌 이해하는데 난 이해가 안 가지?」

 

「언어영역보다는 수리탐구 영역인 거 같지. 니 얼굴을 니가 잘 탐구해 봐」

 

「내 얼굴이 뭘?」

 

「니 얼굴로 여고생의 과외를 하면 왜 아버지가 반대 하는지 탐구해 보면 답 나온다」

 

재수는 모를 소리라는 듯 민희를 쳐다본다

 

민희 역시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카운터로 걸어갔다

 

민희의 뒷모습을 보며 지학이 말한다

 

「그건 중 3이 된 민희를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하고도 상관있는 문제다」

 

「그게 무슨 상관... 아차!」

 

재수가 잽싸게 주위를 둘러본다

 

「민전도사 안 온 거지?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 아니지?」

 

「오늘은 너한테 용건이 있어서 왔다」

 

「나?」

 

지학은 노트북에서 메일을 클릭하여

 

의뢰인에게 온 메일을 재수에게 보여 주었다

 

메일엔 단 한 줄이 써 있었다

 

 

 

 

[하루 동안 애인이 되어 주세요]

 

 

 

 

 

 

 

「안돼!」

 

「해라」

 

「안돼! 아니 난 못 해!」

 

「충분히 할 수 있어」

 

「서지학 너 미쳤다! 어떻게 나보고 생판 모르는 여자애랑 데이트를 하라구!」

 

재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 능력 밖이야. 난 절대 못 해! 절대로!」

 

「너 민희 과외비 벌어야 한다면서」

 

「절대로 안 된다고! 절대로!」

 

「이번 달 월세도 아직 못 냈다면서」

 

「그래도 안 된다고...」

 

「하루 동안 의뢰인과 데이트 해 주면 너희 집 월세 줄 수 있는데?」

 

「그래도...」

 

「내가 이틀한 한번은 와서 탕수육 팔아 줄 건데?」

 

「뭐... 음...」

 

「너 내가 영어 국어 잘 하는 거 알지?」

 

「전교 톱이었잖아」

 

「내가 민희 영어 국어 과외 공짜로도 시켜 줄 수 있는데」

 

「정말?」

 

「니가 의뢰인하고 하루만 데이트 해 주면 공짜로 해 주는데」

 

「......」

 

재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암산에 들어갔다

 

지학은 노트북 계산기로 견적을 뽑는다

 

「내 실력이면 고액 과외비 받으니까... 민희 과외비를 산출해 내면...

 

수능 때까지니까... 아이구, 일년 치 월세가 그냥 굳는 거네」

 

지학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러면 내가 너무 밑지는 장사인걸... 음 내가 너무 인문학적으로 계산을

 

하다 보니까 수학적인 계산이 안 되네... 수학적으로 다시 계산해 보자면...」

 

재수가 지학의 손을 덜컥 잡는다

 

그리고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키는대로 다 할게요 엉아」

 

 

 

 

 

 

「쾅!」

 

누군가 급하게 만화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너무 급히 들어오느라고 문이 부서질 참이다

 

「어딨어!」

 

민전도사가 울부짖었다

 

지학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전화한 지 사십오분 만이었다

 

지학은 민전도사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 분 전에 학원 간다고 갔다」

 

민전도사는 허무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지학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채 삼 분 만에

 

만화가게엔 유료손님이 한 명도 안 남았다

 

 

 

 

 

 

..................................................

 

오전 열 시

 

모든 샐러리맨들의 출근시간이 끝난 열 시

 

백화점 정문 앞에 샐러리맨 복장의 남자가 서 있다

 

백화점 개장 시간은 열 시 반

 

백화점 점원들은 이미 안에 들어가 오픈 준비하는 상태

 

백화점 경호원들의 유니폼은 검은색 정장

 

그렇다면 저 샐러리맨의 정체는 무엇인가

 

 

 

「딱 십 분만 기다리다 간다」

 

샐러리맨 복장의 사내가 투덜거리며 전화를 한다

 

「몰라! 아직 안 왔어! 물론 난 십 분 전에 도착했지! 당연히 그게 예의지!

 

원래 데이트라는 게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상대방을 기다리는 게

 

예의 아니냐! 아쭈! 니가 날 무시하는데 나도 고등학교 때 미팅 같은 것도

 

한 번 해 볼라고 준비도 했었다고! 그래! 근데 이 여자는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냐고! 뭐? 원래 준비하는 데 오래 걸린다구? 그런 건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세탁소에 미리 옷 맡기고! 찾아와서 다시 손질하고! 그래!

 

난 원래 그 정도 준비하는 남자라구! 완빵으로 신경써서 입었으니까 걱정

 

말라구!」

 

 

 

신경써서 입고 나온 ‘샐러리맨 코스프레 복장’의 왕.재.수

 

전화를 끊고도 십 분은 더 기다리는데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십 이분까지 기다려 보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는데

 

「저기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키 170

 

긴 생머리

 

날씬한데 가슴이 큰

 

배꼽이 훤히 보이는 아슬아슬한 티

 

핫팬츠

 

 

무슨 패션 모델이라도 될 법한 여자가 재수를 부른다

 

「혹시...?」

 

「네 그렇습니다만」

 

여자는 당황 +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재수를 쳐다보았다

 

재수 역시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하루 동안 저와 데이트 하려고 나오신 분 정말 맞는거죠?」

 

「그렇습니다만」

 

 

백화점 정문 한 가운데서

 

백화점 영업 시간을 얼마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샐러리맨 복장의 남자와

 

바캉스 복장의 여자가

 

마주보고 아무말도 없이 서 있다

 

 

지겹게도 긴 침묵으로 서로를 쳐다보던 두 사람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한숨에 기가 막힌 듯 서로를 노려본다

 

「한숨을 왜 쉬시죠?」

 

「그러는 아가씨는 왜 한숨을 쉽니까?」

 

「그 쪽 먼저 말해 보세요」

 

「좋습니다. 전 아가씨가 예의가 없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네?」

 

「아가씨는 무려 십 이분이나 늦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사과도 안 했습니다」

 

「제가 늦었다구요? 전 제 시간에 나왔는데요」

 

「아가씨. 제 시계는 이래뵈도 10미터 방수되는 스포츠시계라구요. 그 어떤 순간에

 

도 정확한 시간을 자랑합니다」

 

「이것 보세요. 전 제 시간에 나왔어요. 단지 그쪽을 못 알아봐서 그런 거라구요」

 

「왜 못 알아봅니까? 백화점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잖습니까」

 

「난 그 쪽이 보험 외판원인줄 알았다구요」

 

「네? 아니 제가 어딜 봐서 보험 외판원으로 보입니까!」

 

「그럼 어딜 봐서 데이트 하러 나온 남자로 보이나요!」

 

「이것 보세요! 아가씨야 말로 어디 그게 데이트 하러 나온 여자 복장입니까! 커피

 

 팔러 나온 복장 아닙니까!」

 

「커피요? 지금 커피라고 하셨어요 보험 아저씨!」

 

「아저씨?! 아니 왜 제가 아저씨입니까! 전 군대에 있었을 때도 군인아저씨라는 말

 

 안 들어본 사람입니다! 군인오빠라고 불렀다구요!」

 

「저야말로 커피배달은커녕 다방에도 가본 적 없는 여자라구요!」

 

백화점 정문을 가로막고 유치하게 싸우는 두 남녀...

 

어째 오늘 하루가 심상치 않을 듯한 분위기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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