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세드] milkmilkmilk@hanmail.net (17). 니 옆에서, 널 지켜줄게.
"왜... 왜 나한테 니가 남자를 소개시켜준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을 했어?"
혹시....
강재혁, 너도 날 좋아하게 되서 그런거... 아니야?
그래. 어떻게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시켜주겠어.
그거야말로 말도 안되는거지.
재혁아, 너... 나 좋아하는거지.. 그렇지..
현아랑 사귀는건 워낙 현아가 적극적이니까 어쩔수없이 그러는거지..
너, 천성이 착하다며. 그래서 그랬던거지. 실은 날 좋아하는거지.. 그렇지..
... 재혁아...... 니 진심을 말해줘.
그러나 재혁은.. 갑자기 뜻모를 웃음을 보이며,
"너같이 별볼일 없는 여자를 어떻게 소개시켜주냐? 내 체면이 있지.
미안하다. 그런 부탁은 다른 사람한테 해. 그럼.... 이만 나갈까? 덥다.."
"야...........!"
그러나.. 재혁은 끝까지 뒤돌아 보지않고..... 걸어가버렸다.
뒤돌아보면 안되는 사람처럼.
그날 밤.
재혁은, 책상위에 있는 현아의 다이어리를 발견하고는..
거기에 있는 질문들을 읽어본다.
그리고... 별생각없이 옆에 있는 팬으로 답을 쓰는데.
초등학교때 기억에 남는 짝궁이름은?
-정예은
인상깊게 읽은 책 이름은?
-초등학교때 예은이가 수업시간에 몰래 읽다 걸렸던, 꽃보다남자.
기억에 남는 추억의 장소는?
-정예은을 우연히 다시 만난, 커피숖 '뮤즈' 앞.
자신이 두번째로 존경하는 인물은?
-초등학교 짝꿍에다, 같은 대학 동아리였던 나를 끝까지 기억하지 못한 정예은이란 여자.
자신의 보물 제 1호는?
-정예은.
추억하고 싶은 날짜가 있다면?
-정예은과 키스한 날.
다시 태어나면 되고 싶은 것은?
-정예은이 검은머리 파뿌리되도록 사랑할 남편.
"후훗. 나참, 내가 지금 뭐라고 쓴거야?!"
재혁은...
스스로가 기가막혀서, 다이어리를 덮어버린다.
이걸 현아가 보는 날에는..
무슨 소릴 들을지...............
"그런데 무슨 설문조사가 이런게 다있지? 암튼, 정말 이상하고 할일없는 여자군."
재혁은.. 문득 다시 다이어리를 연다.
가만히, 답란에 적힌.... 정예은이란 이름을 손끝으로 쓰다듬는다.
"정예은, 정예은, 정예은...... 온통 예은이뿐이네."
다시 팬을 드는 재혁.
내가 널 이렇게나 오래...
좋아했단거.....
이 세상에 나 말고는 아무도 몰라.
널 너무 좋아해서..
저지른 용서받지못할 짓도.... 아무도 몰라.
그때 난 너무 철이 없었어.
질투에 눈이 멀어서.. 엄청난 일을 저질러버렸던거야.
미안하다, 예은아.
하지만..... 니가 그렇게까지 힘들게 지내게될줄은 몰랐어.
이 모든 것을 다 얘기하고 싶었는데........
다 자백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냥 끝까지 묻어두기로 한거야.
그게 널 위해서 더 좋은 일이란 걸 알았으니까.
다신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대로 니 옆에서.. 친구처럼... 편하게....
죽는 그 순간까지....
널 지켜주고 싶은거야.
내가 바라는거 이제 이것뿐이니까.
더이상 욕심 내지도 않겠어. 다신 실수하지도 않을거야.
너의 마음 갖고싶고.... 너를 안고싶지만..
그럴 자격 없다는거 잘 아니까......
그냥....
니 옆에서, 널 지켜줄게.
사랑한다.. 정예은.
같은 시각.
예은이는 행복한 미소를 가득 지으며...
재혁이와 함께한 오늘 하루를 생각한다.
'어떡하지. 도저히.. 다른 남자를 만날수없을것같아. 강재혁, 너 말고는.'
결국, 예은이.
또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맘먹는다.
보고싶으니까, 볼거야.
다른거 생각안해. 그냥, 내가 보고싶으니까. 뭐, 친구니까 괜찮아.
그래서...
드디어 알게된 재혁이의 핸드폰번호를 찾아..
일단, 단축번호 1번으로 저장을 하고..
그리고...
꾸욱...... 1번을 누른다.
"여보세요? 재혁아. 나야, 니 친구- 예은이! 히히. 전화해두 되지?"
"나참. 당연하지, 친군데."
"그지? 걱정마. 널 좋아하지 않을테니까. 그냥.. 우리 잠깐 만날래?
나 배고프거덩. 집 앞에, 사또치킨. 알지? 거기 양념치킨 진짜 맛있어."
"그거 사달라고? 이 밤중에? 살찔텐데.. 넌 여자가 몸매관리같은것도 안하냐?"
"응. 안해. 난 암만 먹어두 살이 안찌거덩. 카메론 디아즈가 그렇다지 아마?
원래.. 타고난 날씬몸매는 어쩔수가 없는거거덩."
"야. 그만두자. 더이상 못들어주겠다. 10분후에 나와."
"엉!"
활짝 웃는 예은이.
스윽.... 핸드폰을 째려보며하는 혼잣말.
"왜 맨날 10분이야? 치. 내가 10분만에 챙긴단거... 어떻게 알구..
암튼 이 남자 신기하게 날 너무 잘안다니깐. 내 일기장이라도 훔쳐본 사람처럼."
그때.
핸드폰이 또 울린다. 강재혁이다.
"왜?"
"아... 그냥 별 뜻없이 하는 말인데. 혹시, 현아가........."
"현아가... 뭐?"
"아, 아니야. 설마 벌써 그 얘길 하겠어(혼잣말). 암튼, 있다보자."
"그래."
싱겁긴.
그러고 돌아서서 막 챙기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집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에이. 그냥 받지 말아야지.
하지만...
줄기차게 울려대는 전화벨소리.
받지 말았으면 좋았을...
그 전화를....... 받고 마는 예은.
"여보세요? 아, 현아구나. 저기 나 지금 좀 바쁘거든. 나중에......
..... 뭐... 뭐.... 뭐라구? 그게 무슨 소리야..."
한참동안...
현아의 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예은.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
이메일 비번을 변경했다고...
그래서 봤더니, 예은이의 비밀일기...
김민준인척 보낸 메일...
처음에는 가슴이.. 답답했고...
터질것처럼...
그다음에는 목이.. 매여왔다.
죽을것처럼...
"아무리 내가 강재혁을 좋아하고 사귀고 있지만. 솔직히 정말 실망했어.
왜 그런짓을 한건지... 이유가 어떻든 정예은. 너 절대 용서하면 안돼.
그동안 니가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봐. 널 이렇게 만든 그 남자..
죽을때까지 증오해야돼. 알아듣겠어? 예은아... 정예은.. 듣고있어?"
투둑..
투루룩.......... 숨죽여 흐르는 눈물방울.
"그리구... 김민준 말야. 내가 수소문 해봤는데, 너처럼.. 혼자래.
지혜라는 애랑도 몇달 못사귀고 끝냈대. 그 애.. 아직도 널 좋아하는것같대.
그런데 용기가 안나서 너한테 연락 못하는거라고........ 예은아.
이제 모든 오해 풀렸으니까, 김민준.. 다시 연락해. 너 이 날만을 꿈꿨었잖아.
김민준 핸드폰 번호가 뭐냐면........"
스르르...
전화수화기가 떨어져버린다.
그걸 더 잡고 있을 힘이.. 없다.
더이상 들을 수가 없다.
"여보세요? 예은아. 듣고 있니? 야... 아무리 화나두 친구 얘긴 끝까지..."
너무...
너무...... 힘들었어. 김민준을 잊기까지.
그런데 이제와서. 그 모든게 강재혁의 거짓메일때문에 생긴 일이었다고.
그래서 날더러.... 김민준과 다시 만나라고.
하지만..
하지만, 어쨌건..... 민준이는 날 버리고 지혜와 사귀었는걸.
날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날 믿었다면...
그깟 일로 날 버렸을리 없단걸............. 난 알아.
강재혁이 그러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그 아이와 난 헤어졌을거란걸.............. 알아.
그보다..
지금 내가 미치도록 슬프고 기쁜 이유가 뭔지 알아?
김민준이 날 아직도 좋아하는것같다는 말에도... 가슴이 뛰지 않는단거야.
이제....
나, 어쩔수 없게 된거야.
용서할수없어도.. 용서해야하는거야.
이미.....
내 마음을...... 강재혁, 그 남자가 다 차지해버렸다는 증거야.
현아야.
니가 나한테 왜 이 이야기를 그렇게 다급하게 얘기해줬는지 알아.
내가 강재혁을 좋아하지 않길 바라지?
내가 강재혁을 증오하길 바라지?
하지만..... 미안해, 현아야. 넌 이해할수 없겠지만...
나....
오히려 이것때문에 깨닫게 되었어.
내가 강재혁을.....
내가...
내가...... 그 남자를 죽이고 싶을만큼 사랑하게 된걸.
김민준은 이제 나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릴만큼..
무섭게.......... 나, 그 남자를 좋아하고 있단걸.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예은이는 눈물을 닦으며, 인터폰을 든다.
재혁은.... 우스꽝 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장난을 친다.
"문열어주세요, 공주님.. 공주님..... 열어주셔요....."
그런 재혁의 얼굴을 보며...
울음을 간신히 참는 예은이....
애써 기분좋은 듯한 목소리를 내어, "응. 나갈게."
고백할거야.
나, 당신이 한 짓 모두 알게되었는데..
그런데 나...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거야.
미친거 아니냐고 면박줘도, 나 다 말할거야.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
강재혁, 당신만 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돼.
아직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기다릴테니.....
제발...
이제 죄책감때문에, 날..... 멀리하려고 하지마.
날 좋아하는 감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줘야해.
꼭..... 그래줘.
오늘만은........ 너의 진심을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