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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ºº 냉면에 대한 고찰...[모든 냉면을 부정하라!] ★★

☆─━ºº쭈★ |2004.05.24 23:38
조회 2,937 |추천 0

  여름이 되면, 누구나 보양음식을 찾는다.지독한 권태에 수위의 역할 도 잊고 잘 짖지도 않는다는, 이상의 '권태'에 내왔던 그 개들도 한 그릇의 '개장국'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닭들도 그다지 다를건 없다. '삼계탕' 이라는 이름으로, 다리를 꼰 채 날개를 접고 뚝배기에 푹 익혀 나온다.

사람들은 그러면, 또 그 우러나온 국물이 몸에 좋다며 살점 붙은 닭다리를 다 뜯고 나면 그릇 밑바닥이 보일때 까지 쪽쪽 빨아 먹는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땀흘리며 고귀한 의식을 치루듯 먹는 건 마찬가지다.

더위를 쫓기 위해서는 꼭 보양음식을 먹어야 하는 걸까?

사실 필자는 가끔 초대받는 개장국 자리나, 삼계탕 자리도 마다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생각만해도 벌써 침이 도는 '냉면'이다.

냉면과 함께 손꼽히는 것 중에 '콩국수'가 있지만, 콩국수는 그 상하관계에 있어서 냉면보다 두 계급쯤은 아래의 것이다. 탁한 콩국은 계곡 살얼음 같은 냉면의 육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저 소금이나 좀 타서 먹는 그 시식의 방법에서도 양념장을 비벼먹는 냉면의 바짓자락에도 못 미친다.

냉면에도 두가지 계급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비빔냉면(비냉)과 물냉면(물냉)인데, 어디서 냉면좀 먹어봤다는 고수들이 즐겨찾는 것은 단연 비냉이다. 그에 비하면 물냉은 '이유식'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초보자들이 먹기에는 물냉이 훨씬 편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초보인 경우에는 일단, 갖은 고명을 다 얹혀 달라고 하며 면을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 먹는 것이 좋다. 뭐, 음식점에 들어가 '물냉면 하나요'라고 이야길 하면, 알아서 넣을 것 다 넣고 가위로 싹둑 싹둑 잘라 줄테니 별로 염려할 것은 없다.

이제 조금 냉면에 대해 적응을 했다면, 겨자를 빼 달라고 말해야 한다. 냉면을 잘못 배운 사람들은 매콤하며 코를 쏘는 맛 때문에 겨자를 꼭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아직 맛조차 잘 보지 못하며 하는 옹알이에 불과하다. 비냉의 로망은 단백하고 시원한 육수다. 일부 냉면전문점에서는 참기름을 넣기도 하는데, 그것은 비냉에나 어울리는 것이므로 절대 넣지 않도록 한다. 입맛에 따라 식초를 넣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무김치로 보충하는 것이지 애당초 섞어서 마시는 것이 아니다.

익숙해 진 후에는, 면을 가위로 자르는 끔찍한 행위를 막아야 한다. 냉면의 면이 질긴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더위를 쫓으려 들어와 시원한 국물을 빨리 마시면 체하기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이로 끊으며 천천히 그 시원함을 음미하라는 뜻과 함께 진정한 냉면의 맛은 잘라진 면의 감촉이 아닌 이로 씹으며 먹는 거라는 뜻이 있으므로 개념없이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버리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자, 이제 이쯤 되면 냉면에는 더 이상 배울게 없다고 생각하고 어디서 냉면좀 안다는 듯 음식점에서 까다롭게 굴고, 남들이 가위로 면을 잘라 먹을 때 비웃으며 그건 냉면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집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물냉은 '이유식'에 불과하다 아무리 시식의 내공이 많이 쌓이고 다양한 물냉을 접해봤다고 해도 아직은 그 면식의 수행이 초보자인 것이다. 냉면의 고수들이 볼 때, 그것은 아직도 소화가 미흡해 질겅질겅 씹다가 육수와 함께 대충 삼켜 버리는 재롱이라는 말이다.

냉면의 하이클래스는 비냉이다. 그렇기 때문에 왠만한 냉면전문점을 가도 항상 곱빼기도 아닌 것이 물냉보다 오백원 비싸며 그 요리과정에는 손과 재료가 훨씬 많이 가는 까닭에 '냉면이요'라고 말하면, 그냥 대충 삶아 육수 붓고 고명 올린 뒤 무김치와 함께 물냉을 내 오는 것이다.

그 비냉의 기본적인 것은, 물냉과 별반 다를게 없다. 절대로 면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오로지 양념장, 식초, 설탕, 깨소금, 가끔은 채 썬 오이. 그리고 비냉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삶은계란 반쪽.

가끔 이 삶은 계란 반쪽을 그저 데코레이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냉면이 나오면 가장 먼저 홀딱 집어먹어 버리는 행동을 하는데, 그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필자의 가슴은 찢어지며 그 개념없음에 도저히 면이 더 넘어가지 않아 그냥 나와 버리는 것이다.
물냉에서의 계란은 그 역할이 그저 데코레이션이라고 해도, 비냉에서의 계란은 그것이 유종의 미를 상징하며 붕어빵의 팥이요, 떠먹는 요쿠르트의 뚜껑 같은 것이다. 비냉은 상당히 매운편이다. 혹,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맵지 않게 비냉을 만드는 집이 있다면 다시는 그 집을 가지 말기 바란다. 냉면을 만들며 자신의 소신이 없다면 그것은 면식 조리의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자고로 냉면 조리에는 언제나 끝없는 시도를 거쳐 도달한 자신만의 양념장과, 숙달되어 이제는 면발과 대화를 할 정도로 잘 삶아내는 기술, 그리고 신속하게 모든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것 중에 하나라도 되어있지 않으면 그 집은 그냥 컵라면을 파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계란은 언제 먹는 것인가. 당연히 마지막이다. 얼얼해진 입을 찬 육수로 달랜 뒤 (겨울에는 따뜻한 설렁탕 국물 같은 육수를 줄 것이다. 그것이 냉면을 좀 아는 요리사의 노하우다.) 마지막으로 삶은 계란을 입에 넣고 짧고 치열했던 냉면 시식의 여정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고수의 비법이다.

또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면식의 기본이 있으니 그것은 냉면을 먹을 때에는 되도록 혼자 가야한다는 것이며 폭풍이 불고 눈이 허리까지 쌓여도 음식점에 가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가야 하는 까닭은, 자르지 않은 면을 먹을 때에 옷에 튈 수도 있고 진정 고수의 자리에 올라 드디어 비냉을 먹기 시작했다면, 당신의 이 사이사이에는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각종 양념들이 박혀있을 것이므로 아무런 부담도 갖지 말고 같이 간 사람에게 신경쓰느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는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혼자 가야하는 것이다.

음식점에 가서 먹어야 하는 까닭은 냉면의 면발과 중요한 관련이 있으며, 면과 육수를 따로 가져와 부어준다고 해도, 시간이 생명인 냉면의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차가운 식기에 막 삶아 식힌 면과 그곳에서 제공되는 정량의 그릇과 그곳 양념으로 추가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함이므로 꼭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가?

아직도 모자라다. 냉면의 세계에서 절대 고수란 없다. 한 때 비냉계를 평정했다던 칡냉면의 고집 장모씨도 얼마 전 당연한 듯 생각했던 냉면에 계란 반숙을 넣어먹는 실수를 하고 만 뒤로 아직 젓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렇다. 항상 주의하지 않으면 당신 냉면의 면이 잘라질 수도 있고, 식초를 들이 붓거나, 이상한 고명이 얹혀 나올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분명 비냉을 달라고 했는데, 물냉으로 만들었다가 육수만 따라 버리고 양념장 좀 더 넣어 나오는 가슴 미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냉면을 먹을 때에는 항상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가야 한다. 냉면이란, 옷에 좀 튀어가며 먹을 때 진정 맛있는 것이며 고수들은 그것을 훈장처럼 생각해 일부러 위치를 잡아가며 튀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냉면 전문가라고 해도, 절대로 비냉을 아침이나 저녁식사로 먹지 않는다. 빈속에 비냉을 먹으면 속이 쓰리며 자기전에 매운 것을 먹으면 속이 거북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 잊으면 안된다. 황금시간대는 12시에서 2시 사이다.

이만하면, 어디가서 냉면좀 먹을 줄 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해도 좋다. 아, 혹시 맛있는 냉면집을 몰라서 고민인가? 주변에 냉면집이 있는데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맛이 없을 것 같은가? 해답은 간단한다. 사람들이 바글거린다고 다 맛있는 집은 아니다.

검은 계통의 옷을 입고 혼자 앉아 비빔냉면을 숨가쁘게 젓가락으로 조 절하며 계란을 요리조리 피해 드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시거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자리를 잡고 외치기 바란다.

"비냉이요"




                                      by - moohan.(moohan83)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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