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해지는 대구 인심 '씁쓸'
아파트 아이찾는 안내방송 하지마!
삼계탕 국물 튀었다고 경찰에 신고
어릴 때부터 경쟁으로만 몰고 가는 우리 사회 구조가 이웃을 배려하는 가치규범이나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의식을 실종시켜 개개인을 각박한 세상으로 몰아 가고 있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고까지 팽배해진 나머지 상식과 양심을 버려도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사례는 이같은 우리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이 찾는 아파트단지 안내방송 "하지마!"
대구시 북구 동변동 한 아파트에 사는 가정주부 최모씨(33)는 얼마 전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최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고, 나가보니 6세 된 어린아이가 길을 잃어버렸다며 집을 찾아달라고 했다. 같은 아파트 친척집에 놀러온 이 아이는 놀이터 등에서 혼자 놀다가 일행과 헤어졌고, 친척집 아파트 동을 잊어버려 무작정 호수만 보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 아이를 집안에 들인 뒤 곧바로 관리사무실로 연락, 안내방송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최씨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답변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두 시간 전에 아이를 찾는다는 안내방송이 나간 뒤 한 주민이 '한 번만 더 미아 찾기 방송을 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항의를 해와 더 이상 안내방송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관리사무실을 찾았고, 다행히 아이가 없어진 사실을 안 친척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던 최씨는 마음이 무거웠다. 최씨는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서운 세상이 된 줄은 몰랐다"며 "자식이 없더라도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었다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삼계탕 국물 튀었다며 경찰에 신고한 공기업 간부
지난 2일 대구시 중구 한 삼계탕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던 40대 여종업원이 삼계탕을 탁자에 놓다가 실수로 뜨거운 국물이 손님의 무릎에 튀어 화상을 입힌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특히 이날 여종업원을 경찰에 신고한 손님은 40대 공기업 간부 김모씨였다.
양측 입장을 정리하면 이날 사건은 여종업원의 실수로 삼계탕 국물이 일행 4명과 함께 식당을 찾은 김씨의 왼쪽 무릎에 튀었다. 김씨가 뜨겁다며 소리를 쳤는데도 불구, 여종업원은 이를 듣지 못한 채 주방장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주방으로 달려갔다는 것. 화가 난 김씨가 항의를 하자 식당 주인과 여종업원이 사과를 하며 얼음찜질 등을 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일행과 식당을 나간 후 10여분 뒤 다시 찾아와 주인에게 세탁비와 치료비를 요구했다는 것. 치료비 요구에 화가 난 주인은 영수증을 가져오면 보상해 주겠다고 말하자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것이다.
무릎을 데어 1주일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김씨는 "종업원의 처벌을 원해서 경찰에 신고했다기보다는 주인과 종업원의 잘못된 자세를 따끔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영남일보 게시판에서 기자들한테 협박하는 새키들이 있어서 기자 이름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