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14년 만에 다시 학생으로, 기자의 피라미드를 가다 !
나야 학교 졸업한지 까마득 하지만, 다른 학생들 기행문을 읽어 보니 학생들은 국제 학생증으로 할인을 많이 받아 자질구레 하게 들어가는 경비들을 많이 절약 하는거 같던데, 그중 제일 portion이 큰 게 역시 기차요금 할인 이었다.
아스완 가는 기차표를 예약 한다니까 민박집 아저씨가 나보고 국제 학생증 있냐고 하신다. 내가 그리 어려 보일까… ㅋ.ㅋ.ㅋ. 괜히 기분이 좋아 “제가 어딜 봐서 학생으로 보이나여 ?” 했더니 상관 없다고 하나 만들란다. 하긴 옛날에 태국에서 길에서 외국인들에게 국제 학생증을 만들어 주는 것을 본 적 있어 여기도 fake ID 만들어 주냐니까 가능 하단다.
“그래도 너무 늙어 보여서 쫌 찔리는디…” 했더니,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들도 다 만들어서 쓰고 다닌단다. 긴가 민가 하는 맘으로 학생증 만드는 데를 찾아가 65 파운드 인가를 내고 모교 이름을 대니 진짜 학생증을 만들어 준다. 14년 만에 다시 받은 학생증 이라니…. 학생증 사진을 보니 기분이 우울해 졌다… 애들이 속아 주려나…
그 학생증을 들고 기자역으로 가서 할인 받아 표를 사고 기자의 피라미드로 출발 ! 기자의 피라미드는 카이로 시내에서도 잘 보일 정도로 크고, 또 가깝게 위치 해 있다. 다만 워낙 공해가 심해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모그 때문에 뿌옇게 보이기는 하지만.
기자의 피라미드는 우리가 TV에서 많이 보는 스핑크스와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는 곳인데, 이집트 여행하려면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여행지 마다 줄기차게 붙는 삐끼들에게 시달리지 않으려면 빨랑 한넘 골라 잡아 속아줘야 한다. 그럼 딴 넘들이 더 이상 귀찮게 안 군다.
대충 골라잡은, 당나귀에 따라온 사기성이 농후한 요상한 영어 발음의 가이드 말에 의하면 원래 피라이드의 외피는 모두 매끈한 돌로 덮여 있었는데, 후세에 이슬람이 전파 되면서 사람들이 사원이나 성벽을 쌓기 위해 질 좋은 석재를 피라미드에서 벗겨 가는 바람에 지금 피라미드는 껍데기가 홀랑 벗겨져 표면이 계단처럼 드러나게 됬다는 군. 하긴, 콜롯세움도 무너져 내렸다기 보다는 로마 사람들이 자기 집 짓기 위해 석재 골재를 빼가서 그렇게 됬다고 하긴 하더만.
우리가 사진에사 많이 봤듯이, 기자엔 세개의 main 피라미드와 6개의 땅꼬마(아주 조잡한) 피라미드가 있다. 땅꼬마 피라미드들은 파라오의 아들들을 위한 피라미드라고 하고, main 피라미드중 제일 큰 피라미드는 쿠푸왕이 한 5천년 전쯤 세우고, 그 옆에 쿠푸왕 것 보다 약간 작게 세워진 것이 쿠푸의 아들 카프라왕의 피라미드(사실, 지대가 제일 높아 사진으론 이 피라미드가 항상 제일 커 보인다고 한다), 그 옆에 제일 작은 피라미드라 카프라왕의 아들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이다.
피라미드의 불가사의, 그런거 많이 들어 봤을거다. 내가 책에서 본 것과 가이드가 요상한 영어로 열심히 설명 한 얘기를 종합하면 피라미드의 미스터리는,
첫째, 피라미드 건설의 신비는 2500년 전 이집트를 방문한 헤로도토스의 기행문에 의해 밝혀 졌지만, 중장비가 없었던 시절, 이렇게 큰 구조물을 헤로도토스가 설명한 방법으로 30년 만에 하나씩 지으려면 하루 동원 인구가 5만명 이상 되어야 하는데, 기자의 피라미드 건설 현장은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작업은커녕 한번에 다 같이 서 있을만한 공간도 안 된다고 하네.. 그럼, 이런 인구 동원이 불가능 했다면, 최대 동원 가능 예상인원으로 계산 할 때 돌 하나 다듬고 옮겨 쌓는 시간을 계산 해 보면, 칠백년 넘게 걸려야 하나를 쌓을 수 있다는겨. 근데 무슨 수로 30년에 하나씩 피라미드를 척척 쌓았는지, 진짜 이상하네..
둘째, 현대 건축 공학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지반의 강도는 사무실용 빌딩을 기준으로 100년동안 15cm 정도 침강하면 적합하다고 판정한데, 근데, 강력한 지진이 몇차례 일어났던 카이로 지역에서 (기자가 카이로에서 얼마 안 떨어 졌다고 했지 ?) 용케 세 피라미드만은 전혀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을 만큼 지반이 단단한 곳에 위치 해 있고, 5천년동안 지반이 겨우 1.25cm 정도밖에 침강 되지 않았다는 군. 우연치곤 너무 심한 우연 아닌감 ?
셋째, 기자에서 보면 샤카라(멤피스)의 피라미드가 신기루 처럼 보이거든. 샤카라의 피라미드가 기자 피라미드로 가기 전 단계의 피라미드라고 들 하는데, 기자처럼 완벽한 삼각뿔이 아니고 계단식으로 지어져 있거든. 근데, “탄소 동이원소 연대 측정”이라나 ? 어느 책에 보니까 그걸 해 봤더니 사실 기자 피라미드가 샤카라 보다 더 오래 된 것으로 판정 됬다는거야.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외계인이 기자에 파라미드를 세우고 후세 이집트인들이 지들 손으로 똑같이 지어 볼라구 애 쓰다가 실패 한게 샤카라 피라미드라고 주장 한다는데, 아직 누가 맞는지 미스터리라는군.
넷째, 피라미드의 용도가 아주 모호 하다고 하더군, 우린 여지것 피라미드가 파라오의 무덤 이라고 배웠는데, 실제 미이라는 발견 되지 않았다데. 어떤 사람은 외계에 보내는 신호다, 별자리를 형상화 한거다 말들이 많지만, 지금까지는 무덤 이라는 걸 정설로 치는거 같더라구.
사실, 나만해도 우리집 옆에 타워 팰리스가 있으니, 워낙 높은 건물에 익숙해져 있어 거대한 피라미드라고 해도 크기에 대해서는 별 커다란 감흥을 받지 못 했거든… 스핑크스는 거의 얼굴만 남았고 피라미드는 음. 크긴 크군.. 뭐 이정도 였어. 근데, 이건 몰랐을 거다. 파리에 에펠탑이 세워지기 전 까지 피라미드가 5천년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거다. 말인 즉슨, 5천년 전, 겨우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 한 사람들이, 순전히 인력으로 그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지었다는 거 자체 만으로도 미스터리 아닐까 ?
스핑크스는 사진보다 보존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이집트 인들이 기독교와 이슬람을 받아 들이는 과정에서 우상숭배 배척 때문에 많은 유물들이 파손 됬다고 하던데, 스핑크스도 그때 파괴된 거 같다고 한다. 코가 깨진 얼굴이 그나마 덜 손상된 거고 (옛날 사람들은 코만 파괴 하면 전부 파괴 한 거나 같다고 생각 했다는 군) 몸통은 너무 많이 손상 되서 알아보기가 어렵더군. 쩝…
다들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꼭 들어가 보라고 했는데.. 약간 의심스런 가이드 말이 그 피라미드는 지금 문 닫았단다. 내가 deal 할 때 입장료 가이드비, 말 빌리는 비용 전부 같이 냈기 때문에, 가끔 가이드 들이 입장료가 비싼데는 문 닫았다고 뻥치고 안 보여 주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어 영 찜찜 했지만, 연신 친절하게 최선을 다 하는 “척” 하는 가이드 얼굴에 대고 “너 못 믿겠으니 난 거기 가서 확인 해야 겠어” 라고 말 하기 참 곤란 하더라구. 내가 원래 친절한 사람들 한테는 좀 약해서리… ^^ 어쨌든 이집트 사람들은 친절한 척 하면 관광객들이 불평 하기를 미안 해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이용해 먹드만. 흑흑흑….
내가 피라미드에 들어 가 봐야 겠다고 우기니까 입장 가능한 피라미드는 제일 작은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 뿐 이란다.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가 연신 그러는 거야. 들어가 봐야 별거 없다. 자기라면 안 들어 간다. 나 ? 비록, 별거 없더라도 직접 들어가 내 눈으로 보고 별거 없다는 거 확인 해야 한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가이드의 궁시렁 거림을 싹 무시하고 꿋꿋이 들어 갔다.
음.. 얘기 들은 대로 좁고 긴 통로를 내 짝은 키로도 수그리고 한동안 들어가니 쫌 넓은 방이 나오고, 또 수그리고 들어 가고를 반복, 그런데... 이런 망할, 피라미드 안은 터~엉 비어 있었고 단 한글자도 내부 구조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좀 간단한 설명이라도 해 놨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실망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무신경 하게 아무런 설명 안 해놓으려면 차라리 입장료를 받지 말던지. 표 사고 땡볕에 한참 줄 서서 들어 온건데, 쩜 열 받더만. 그나마 난 좀 낮지, 덩치 크고 키 큰 양넘들은 힘들게 들어 왔는데 허탈해 하더군..
그리하여 나의 기자 피라미드 탐험은 끝났다. 사실 샤카라에 가보고 싶긴 했지만 그노무 가이드가 너무 끈질기게 샤카라 가자고 늘러 붙는게 딱 싫어서 간신히 떼어내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사실, 샤카라-멤피스도 도 볼만 하다는데… 아까운걸 놓쳤다…
p.s. : 카이로에서 기차표 끊는 분들, 람세스역으로 가지 말고 기자역으로 가시길 적극 추천. 역도 훨씬 덜 붐빌 뿐 아니라 표 파는 창구도 몇 개 않되 람세스역 처럼 엉뚱한데 한참 줄 섰다가 표도 못 사고 허탕 치는 일 절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