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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초청하는 나(프롤로그)

지우현 |2004.06.01 02:03
조회 87 |추천 0

(프롤로그)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왔다.

그 누구의 방해나 피해없이 만 30세의 나이까지 오게되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그를 맞아주려는 수많은 기업들과 신뢰, 그 모든것들의 행운을 한몸에 받고 그저 선택만 하면 되었던 시작의 출발점

그는 동지(同志) 혹은 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몸 담을 수 있는 곳을 결정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입사 후 채 3년이 조금 지나자 기획부장이라는 간부직으로 승진까지 하게되었다. 그렇게 그는 후회없는 인생의 출발점에서부터 지금까지의 길을 걷게 된 것이었다.

월평균 월급이 500 만원이 조금 넘는 일년치 연봉으로 생활을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한 승진이 가능할 것 같은 기로에 서있던 그는 그보다 나이가 많은 혹은 적은 모든 회사원들로 부터 선망의 대상으로 존재해왔다.

그는 분명 기회주의자다. 그러나 그런 기회를 만들기도 하는 자이다.

결국 그는 최선이란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 수 밖에 없다.

언제나 일에만 매달려 있던 그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그런 그가 의자를 돌려 창문 밖의 풍경만 보고 있었다. 아침 미팅이 끝나고 나서부터 오후 2시가 지난 지금까지 계속 의자를 돌린채 창문 만을 보는건지 아니면 창문 밖의 풍경을 보는건지 그런 자세로 있는것이다.

 

'아직까지 미혼인 최태영 부장. 혹시 출근하던 길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기라도 한것일까. 도대체 왜 저러지?'

 

사내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혹여나 그 화살이 자신에게로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 불안함은 더욱 더 증폭되는 것이었다.

 

'왜 하필 오늘.........'

 

몇 몇 직원들은 자신의 손을 콱 움켜쥐며 떨고 있었다.

왜냐면 오늘은 자신들이 꾸민 기획서를 부장에게 체출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부장의 마음에 안들면 그냥 보는데서 가차없이 찢어 발기는 그.

어찌 부하직원으로서 두렵지 않을 수 있으랴.

 

'마음 넓고 인자하셨던 과장님과 차장님이 계셨더라면.'

 

그렇지만 그들은 다른 부서로 이석하셨고 지금 기획부 만큼은 오로지 최태영 부장만이 존재한다.

 

안호식 사원을 비롯한 세명의 7급 직원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기획서를 가지고 조심히 부장실 문을 두드렸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그리고 나서도 반응이 없자 안호식 사원은 다시금 문을 두드리고 조심히 문을 열었다.

 

'혹시 졸고 계신건 아닐까?'

 

한번도 없었던 상황이라 직원들은 사실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부장이 어제 신내림을 받은건 아닌가 싶어서 갑자기 이상한 탈을 쓰고 헤빌레 거리며 달려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드니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부장실 안으로 들어선 그들은 곧 그런 불안한 걱정거리를 접을 수 있게 되었다.

 

'맞아. 절대 그럴리 없지.'

 

태영은 의자를 천천히 돌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명씩, 한명씩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저렇게 유심히 바라보는 것일까.

나열한 직원들의 손에선 미세한 떨림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불안해 죽을것만 같아.'

 

그러한 생각이 막 떠오르기도 전에 태영은 그들에게 천천히 입을열었다.

 

"기획서들은 다들 가지고 왔겠지?"

 

저편에서 들리는 태영의 낮은 소리에 흠찟 놀라는 그들이었다.

 

'도대체 몇시간째 저러고 있었던거야. 허리가 아프지도 않나?'

 

대충은 알지만 그래도 상당히 궁금했던 그들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는 역시나 전과 다를바없이 꼼꼼히 그들이 가져온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껏 무엇을 위해 내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았을까?'

 

그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살아오면서 오로지 일밖에는 알지 못했다. 끊임없이 행해지는 노력만이 자신의 만족도를 충족시켜줄거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득 무엇을 위해 삶의 보람을 느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은 지금까지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 그 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길이었다. 물론 태영 그 스스로도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느끼는 답답함은 전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입사를 할때부터 예상해왔던 일이야. 원래 내가 아닌 나로서 살아가겠다고 말이야.'

 

지금까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슬픔을 다독여 나갔다.

 

'그래. 지금에 와서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국 그의 얼굴은 또다시 고뇌속의 미소르 변해가고 있었다.

 

 

대학교를 들어가서 부터 그는 언제나 학업에만 열중했었다. 그 어떤 친구도 없었거니와 동아리 활동도 그 어떤 대학 행사에도 그는 언제나 무관심이었고 그렇게 시간이 생겨도 언제나 향했던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결국 그의 인생은 오로지 공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도 지금처럼 회사일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자신을 그는 결국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씨발. 어제 목욕탕을 가는것이 아니었어. 왜 하필이면.'

 

그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어제...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실은 어제부터 그는 창만을 바라보며 자신을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열심히 기획안을 생각해나가다가 갑자기 사우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24시간 운영하는 집 근처의 사우나를 찾게 되었다.

옷을 벗어 락카안에 넣고 수건 하나 들고서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섰을땐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부자가 목욕을 하고 있었고 그는 그들의 모습을 아무런 관심없이 보게 됐다. 그리고 그는 문득 한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바로 그들의 화기애애한 가족애였던 것이다. 아이가 아빠한테 장난을 쳐도 아빠는 신경질을 내거나 화내는 표정없이 같이 맞장난을 치면서 그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아빠는 일찍 결혼을 했는지 아이는 초등학교 일학년이나 이학년정도로 보이는데 그는 아직 젊어보였다. 태영은 그리 길게 생각함 없이 그 역시도 탕안에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허옇게 김이 올라오는 약간은 뜨겁다할 탕 속에서 그는 저절로 눈이 감길 수 밖에 없었다. 피곤함이 결국은 그의 눈을 지배해 버린것이다.

비록 눈은 감겼지만 태영의 귀는 열려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모든것들을 하나씩 듣게 된 것이었다.

 

"아빠, 다음주엔 어디로 놀러가?"

 

"글쎄, 우리 가인이 좋아하는 곳은 어디든지."

 

아빠로 보이는 그는 어린아이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부자라고 하기엔 아버지뻘로 되어보이는 이의 나이가 너무 젊어보였기에 부자라기 보단 조금은 나이차이가 나는 형과 동생으로 보임이 바람직했다. 태영은 그런 그가 무척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만큼 시간을 보내고 두 부자는 같이 다정스럽게 사우나 실로 들어갔다. 한창 호기심에 가득한 그도 자신도 모르게 같이 사우나 실로 들어갔다.

 

'아, 사우나를 해야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뜨거운 김으로 가득 차 있는 그곳. 어린아이는 그래도 참는다고 참았지만 끝내 도망치듯 사우나 실을 빠져나갔고 바로 냉탕으로 뛰어든것 같았다. 태영은 그런 아이의 행동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곧 태영은 그도 지금 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라 해도 문득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태영은 사우나실의 그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태영은 놀라고 말았다. 그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뵌적이 있죠?"

 

갑작스럽게 입을 연 그의 행동에 태영은 약간은 놀랐다. 자신이 말을 꺼내려 하는것을 그는 안 것이었을까?!

 

"아, 그런가요? 전 잘 기억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머리를 싸매도 기억이 나지 않는 태영. 이게 실례가 되는건 아닌지.

 

"기억이 안 나시나 보네요."

 

태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태영은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그는 그럴거 같다는 표정의 미소를 지은후 '대보당' 이라는 시계수리점이란 말을 꺼냈을때 태영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그를 약간이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 기억이 나시나봐요."

 

그는 웃으며 말했고 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저보다 먼저 오셨던 그분!"

 

"네. 맞아요."

 

"그런데 채 1분도 안된 시간인데 절 기억하시다니 대단하시네요. 물론 저도 늦게나마 기억을 할 수 있었긴 하지만 말이예요."

 

확실히 기억이 난다는 표정을 지은 태영. 분명 그때 자신보다 먼저온 허름한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났고 그가 했던 말도 기억이 약간은 났다. 구형 손목시계를 고쳐달라고 부탁했던 그의 모습이 말이다. 아니 이렇게 젊어 보일 줄이야.

 

"그때보다 훨씬 젊어 뵈는군요."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그나저나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로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부럽습니다."

 

그는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답을 했고, 태영은 그런 그의 태도에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잠시동안 망설였다.

 

"실례지만 성함이?"

 

그쪽에서 먼저 태영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네 전 최태영이라고 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전 곽수경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네 저역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사실 태영은 수경이라고 불리우는 그 남자에게 미안함 마음이 먼저 들었다. 왜냐하면 그때 시계집에서 태영은 그 남자를 거지보듯이 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얼마나 허름한 옷차림이었는데. 기억을 못한다면 그게 바보인거지.'

그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태영이 궁금한것은 바로 수경이라 하는 사람이 자신을 기억하는것이었다. 그때 그의 옷차림과 지금의 기억력은 무척이나 대조되는 것이었기에 그는 점점 그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신의 모습이 저를 슬프게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질문도 하기전에 그는 태영에게 먼저 답을 말해주었다.

 

"슬픔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현에 태영의 눈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었고 수경은 그의 그런 표현에 바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진 마세요. 사실 전 그때 님의 눈을 보게 되었습니다. 막 나갈때였죠. 그리고 전 그런 당신이 제 자신을 슬프게 하고 있구나 란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일은 그때 당신이 제 옷차림을 보면 알수 있듯이 남들이 회피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고물상에서 일하는 잡일꾼이죠. 리어커를 끌면서 사람들이 버리려 하는 고물들을 담아 고물상으로 가지고 오는 그런 일 말입니다. 요즘은 왠만한물건되는것들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걷어가기 때문에 무척이나 물건이 없긴하지만 그런데로 하루 하루 먹고 살기에 그래도 하고 있죠. 얼마전에 잘 가던 시계가 그만 고장이 났습니다. 태엽을 감았는데 시계는 다시는 안가더라고요. 그래서 시계방에 갔던 것이었습니다. 주인은 고개를 저으며 고칠수 없다고 단번에 말하더군요. 전 사정을 했지만 끝내 거절당하고 나가던 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바로 뒤에 당신이 있었죠. 바로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알게되었습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도 모르는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말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나 태영은 이미 그의 말에 넋이 나가 있었다. 태영은 가슴을 더욱 조리며 그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덥지 않으세요?"

 

그제서야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를 깨닫게 되는 태영. 잠시후 사우나 실에서 뛰쳐나오는 태영을 볼 수가 있었다.

 

"저 오늘 시간 있으신가요. 제 자신을 알기 위해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태영은 지금의 시간을 절대 놓칠 수 없었기에 그에게 사정을 하고 있었고 그는 온탕에서 장난을 치는 자신의 자식인 가인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태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잠깐 이야기 하는것은 괜찮겠죠."

 

'절대 놓칠수 없어.'

 

 

"조금 누추하지요?"

 

빈부격차가 너무나도 심한 이곳 도원동. 조금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그가 자신의 집에 가야한다고 하는 통에 그는 안된다고 하는 뿌리침을 끝까지 어겨가며 결국 그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예상했던것 보다도 더욱 빈곤한 가정속에서 생활하고 있을 줄이야. 새삼 태영은 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받아주셔서 감사하기까지 한걸요."

 

완벽한 천막촌. 그곳에서도 제일로 후진 곳일것만 같았다.

 

"저 그런데 부인께서는?"

 

분명 아이가 있으니까 집에 부인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태영. 그러나 막상 오게되니 그들이 있는곳엔 빈집만이 있었다.

 

"재작년에 사별했습니다."

 

잠시 흐른 적막.

 

"아, 죄송합니다."

 

그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서글픔과 온화한 표정의 합성같았다.

 

"그나저나 집이 너무 누추해서 좀 그렇군요."

 

그는 계속 안절 부절 못했다.

태영은 그의 그런 미안함을 안정시키느라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전혀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무작정 따라온 제 잘못이죠. 전 편하고 좋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예.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태영은 아까 했던 말이 그냥 끊기게 될까 싶어 아까 그 시계는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책상서랍안에 넣었습니다. 언젠가는 고쳐야 하니까요."

 

"네 그렇군요. 전 고친줄 알았는데 아직 고치질 못하셨나보네요."

 

"고치기 힘들겠죠."

 

"그럼 시계를 하나 구입하시지."

 

"물론 구입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 시계는 그냥 나두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시계이니까요. 그런 시계를 두고 다른 시계를 구입할 순 없을것 같군요. 요즘은 시계가 악세서리나 패션으로 많이들 표현된다고 하죠? 그렇지만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물론 시계의 중요한 추억도 있지만 그 시계는 제 사랑스러운 아내가 자신의 모든 돈을 털어서 구형 시계를 어렵게 구해준 것입니다. 전 그것을 눈물로 받았고 그리고 제 삶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것만을 차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네."

 

"전 올해로 나이가 32입니다. 그리고 고물을 주워 생활해 가는 노동꾼입니다. 우리 가희는 제가 23살때 나은 아이입니다. 가진것없이 아이를 너무 일찍 낳았죠.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전 부인을 너무나도 사랑했죠. 그땐 저도 놀고 있던 백수였지만 아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말 한마디에 제가 사방팔방 돌아다녀서 얻은 일은 바로 고물상이었습니다. 남들은 피하려고 하는 그 일을 전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으며 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가 태어난다는 기대감에서였죠. 제 아이가 태어난다는 생각만으로 전 그 어떤 고뇌도 없이 오직 일만 했습니다. 저흰 고정급이 없습니다. 오직 더 많은 고물을 주워야지만 조금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죠. 무조건 적으로 돌아다녔었지요. 유아용품 점에서 얼마되지 않는 돈으로 아이의 베넷저고리나 젖병을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구입했을때도 저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희가 태어난 것입니다."

 

태영은 그런 그가 부러웠다. 그는 분명히 말했다. 목적이라고 말이다.

수경이라 불리는 그 남자는 말했다. 목적이라고. 그는 분명 목적이 있었다. 살아간다는 목적말이다. 그렇지만 자신은 무엇인가. 자신은 오직 보이지 않는 성공을 향하는 길. 그것이 목적이었다.

 

"태영씨의 생각은 바로 고뇌입니다. 자신이 가고는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헤매이는 그런 고뇌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겐 슬럼프가 있지요. 당연한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완벽하다고 믿는 그 순간 사람은 분명 슬럼프에 빠지게 되어있습니다. 당신은 제게 당신 스스로를 알게 해달라고 하셨죠? 그렇지만 전 당신의 그런 행동에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 자신을 알려고 하지 않기를 말입니다. 목적이 성공을 위한거라면 지금의 일이 아닌 주변의 일들로 성공이란 개념을 알게하는것도 괜찮을것 같군요. 저처럼 말이지요. 사실 제겐 성공이란것은 무의미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생겼고 아이를 위해 성공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럭저럭 소박하게나마 살아갈 수 있는것이구요."

 

"절대 알아선 안되는것입니까? 주변의 모든것들로 목적을 알아가라구요?"

 

"예.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절대로 당신 스스로를 목적을 두고 알려고 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오직 불행만을 자처할 뿐입니다."

 

"이유가 있다면 왜일까요? 주변으로서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야 한다는 이유 말입니다."

 

태영은 그의 말에 더욱 귀기울이기 위하여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사람의 길은 무한히 여러갈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길은 언제나 선택에 달려있다는 뜻이지요. 선택까지 당사자가 알고 있다면 무료함에 살아가기 힘든 것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삶의 추구를 가지고 있어야지만 합니다. 그게 살아간다는 목적을 만들어 주는것입니다."

"그렇다면 진보를 위해서 그렇게 하란뜻입니까?"

 

태영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짙은 어둠. 시간이 꽤 흐른것 같다.

태영은 좌지우지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오직 이 말만을 생각했다.

 

'슬럼프, 자기 자신을 알지말것, 끝임없는 노력."

 

수경...그는 정말로 고물상 직원이 맞단말인가?!

정말로 완벽한 기인이었다. 한 인간의 흐름을 알고 생각을 이해하는 자. 그런 그가 그런 일을 한다는게 이상하다.

 

'다음에 다시 찾아가 봐야겠다.'

 

이제 인생의 시작인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뜻하지 않게 알게된 사람. 그는 다음날도 출근을 했다. 그리고 조심히 A4 용지에다가 무언가를 적어서 조심이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금 조용히 자신의 흐름을 향해 속삭였다.

 

'내 속에 누군가가 나를 초청하려는 것일거야. 이제부터가 시작일꺼야. 내 새로운 인생의 시작 말이야.'

 

인생의 프롤로그인것이다. 곧 시작되는 프롤로그.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만을 쓰다가 처음으로 소설을 써봅니다. 제 시는 이곳에 있습니다. 한번쯤 놀러오세요^^ member.kll.co.kr/tear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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